정치인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온갖 추태와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수구 매판정당인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부동의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통합 신당을 비롯한 범여권 후보들은 이렇다 할 비리 의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20%를 넘어서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빠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집 나간 집토끼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기현상 같지만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되짚어 보고,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 자체가 기현상임을 감안할 때 이는 결코 기현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반 쪼가리 식민지 조국에서 한나라당은 각계의 소수 매판적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있는 사실상 집권 야당이다. 정권은 바뀌어도 수구 기득권 세력의 매판적 성격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나름대로 추진해 온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대한민국 각계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좌파정권’라는 엉뚱한 누명(?)까지 써가며 까닭 없이 시달려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전쟁과 대량 학살의 기반 위에 고착화 된 분단 체제와 미제의 은밀한 간섭으로 인하여 정치 지형이 기형적으로 일그러진 대한민국은 자고로 수구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군사독재’ 당이든, ‘차떼기’ 당이든, ‘성추행’ 당이든 불문하고 기득권 상층부를 핵심으로 하여 언제나 30% 내외의 고정 지지층을 기본적으로 확보해 왔다. 여기에 ±α, 그리고 반수구 개혁세력의 응집력 여부에 따라서 정권의 향배가 결정되어왔다.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지기 시작한 1987년 이후 줄곧 그래왔다.
2002년에도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을 무렵 이회창의 지지율은 40%를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노무현은 20%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처럼 행세하고 다녔고, 각계의 고위층들은 줄서기에 바빴다. 그러나 대선 직전에 극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룩함으로써 반수구 개혁세력은 유례없는 응집력을 발휘하여 부동층의 표를 갑작스레 대량 견인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과거의 김대중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현 상황에서 개혁 세력에 대한 지지율이 20%이상 넘기는 매우 힘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구세력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안고 출범한 노무현 정권은 그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철회, 이라크파병, 죽쑤다 만 개혁입법들, 무리한 한-미 FTA추진, 진보 정치세력에 대한 외면 등등으로 개혁을 배반함으로써 그동안 응집력을 발휘해 온 개혁적 지지층을 해체시켜왔다.
탄핵 사태를 막아주고 국회 과반수까지 만들어준 것은 개혁적 지지층의 헌신적 활약 덕분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를 보란 듯이 배반하고 오히려 수구세력에게 손을 내미는 태도까지 보여주었다. 그 이후에 있은 지방 선거와 모든 보궐선거에서 집권 열우당이 전멸당한 것은 이에 대한 당연한 업보이다.
이제 와서 ‘집나간 집토끼들’을 아무리 불러 봐야 돌아올 리 없다. 그나마도 집권 말년에 남북정상회담을 과감히 추진하고 획기적인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냄으로써 돌팔매질은 면하게 되었으나 떠나간 민심은 아직 돌아서지 않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에 쏠려있는 지지율 50%는 어떤 계기만 주어진다면 한 순간에 꺼질 수 있는 거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층이 사실상 50~60%(어쩌면 그 이상일 지도 모름)인 상황에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50%라는 수치는 기껏해야 실제 유권자 수 대비 20~25%를 의미하며, 전례로 볼 때 이 수치에서 부동층을 최소한 15~20% 이상 더 끌어들여야 겨우 당선권에 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온갖 의혹과 악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부동층을 그만큼 끌어들일 가망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문제는 반수구 개혁세력의 응집력 여부에 달려있다. 여기서 먼저 우리는 개혁의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계급적 관점에서 본다면 개혁세력은 민노당과 재야세력 뿐이다.
그러나 민족적 관점에서의 개혁이라 하면 외세 의존적, 반민족적 분단체제에 적극적 변화를 추구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함을 말함이고, 수구라 함은 친미-반북적이며 냉전적 분단체제를 계속 고수하고자 함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의 범여권은 진보세력과 함께 개혁세력으로 포괄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의 모든 변화발전은 필연적으로 역사적 단계를 밟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지금 우리의 민족 현실에서 궁극적으로는 계급적 개혁을 추구한다 할지라도 민족적 개혁의 단계를 먼저 밟아 나아가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바로 이 지점이 진보세력이 범여권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권-문-정 3자 연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소명이다. 이 역사적 소명 앞에 누구도 정파적 이익이나 개인적 야망 혹은 사심을 앞세우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3자연대란 누가 일방적으로 포기하거나,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3자연대란 연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3자 연대가 구축되면 내년 총선까지도 이 연대의 틀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런 전제 조건 하에서만 진정한 연대의 틀이 구축 되어 대선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정치를 망각한 다소 이상적인 방안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이것 말고는 수구반동으로의 회귀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 어렵지만 3자연대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나서 정치권을 추동하고 압박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이 외세의 간섭과 분단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민족사의 대전환점을 마련하는데 있어 그 정도의 어려움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권영길-문국현-정동영 3자연대를 통한 대선승리” 가 이번 대선에서 개혁세력의 슬로건으로 될 것임을 기원해 본다.
= 부산경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