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강원도 금병산(682m) 산행길에 대열동기생 15명이 참가하였다. 금병산은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에 있는 산이다. 춘천시에서 남쪽으로 8km 지점에 위치한 산으로 춘천시를 에워싼 산들 중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대룡산(899m)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수리봉(645m)을 솟구친 후 그 맥이 원창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이 금병산(金屛山)이다. 금병산은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이곳에 진을치고 왜군과 격전을 벌였던 곳이어서 진병산(進兵山)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그 외에 전방산(箭防山)이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6.25 당시 격전을 벌인 지역이어서 호국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원창고개 금병산 전투는 1950년 6.28 6사단 7연대(임부택 중령) 2개 대대가 북한군 2사단과 2사단을 지원하는 조선족 7사단 병력과 맞서 1시간 이상 버티며 치열하게 전투했던 지역이다. 금병산 서남쪽 산자락 끝에 김유정의 고향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이 있다. 실레마을이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움팍한 떡시루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실레다. 금병산의 산행 기점은 김유정역(구 신남역)이다. 김유정역에서 김유정 문학촌과 생가를 거쳐 산행길에 오르게 된다. 김유정 문학촌은 '김유정 사랑 가을잔치'(10.13-21)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대학생들이 모여 앉아 열띈 토론을 하고 있었다. 김유정 문학촌에는 김유정의 단편소설 '솟'(솥)의 마지막 장면을 재현한 인물들의 동상이 눈길을 끌었다. 김홍찬 대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근식이가 계숙에게 준 솥, 함지박을 지게에 걸머진 계숙의 남편과 계숙이가 떠나려하자 이를 알고 쫒아온 근식의 아내가 자기네 솥이랑 함지박 등 모두 내려놓고 가라고 울부짖자 근식이가 말리는 장면이라고 한다. 김유정의 생가를 지나면 김유정 실레 이야길과 등산로 안내 지도판이 있다. 김유정역에서 금병산 등산로는 A코스와 B코스가 있으며, A코스는 동백꽃길로 3,8km이며, B코스는 산골 나그네길로 4km이다.
실레 이야기길은 작가 김유정이 1930년 대 산책하며 작품을 구상했던 산책길로 김유정의 작품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길이다. 이 둘레길은 김유정역에서 시작하여 김유정역으로 복귀하는 원점회귀 코스로 5,2km이며 90분이 소요된다. 우리 일행은 등산길에는 A코스를, 하산길에는 산골 나그네길을 택하였다. A코스는 실레 이야기길과 동백꽃길을 따라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유정 마을을 지나 산길로 이어지는 곳에서 간단히 스트레칭 체조를하고 실레 이야기길을 따라 이동하였다. 실레 이야기길를 따라가다 보면 동백꽃길과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동백꽃길의 등산로는 점차 고도를 높여가며 이동하는 코스로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숨이 거칠어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 나이 든 탓도 있지만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능선 안부에서 한 숨을 돌린 다음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단풍이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지만 절정에 이르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정상 다다르기 전에 한 숨 돌릴 수 있는 평평한 길도 나온다. 이 곳에서는 단풍잎 사이로 춘천시내가 살며시 보인다. 금병산 정상 부근 300m 구간은 이번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가파른 나무 계단길 이었다.
정상에 오르는 순간 힘들었던 여정은 사라지고 눈이 호사를 누리는 멋진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춘천 도심을 병풍처럼 에워싼 화악산, 가덕산,용화산, 오봉산, 사명산, 대룡산과 의암호가 파노라마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금병산 정상에서 단체 인증샷을 하고 정상 부근에서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였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서 산골 나그네길을 따라 하산길에 올랐다. 산골 나그네길은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과 소나무 숲길, 그리고 잣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잣나무 숲길에서 피톤치드 향을 맡으면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였다.
잣나무 숲을 지나서 이동하면 김유정 기념비를 만난다. 그리고 금병초등학교에 당도한다. 오늘 산행시간은 3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금병산 숯불철판 닭갈비 식당에서 철판 닭갈비와 막걸리로 권커니 잣커니하며 덕담을 나누면서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철판 닭갈비가 천하 일미였다. 양배추와 떡과 닭갈비,양념을 버무려 만든 음식으로 입에 당기는 열구지물이었다. 식사를 하고나서 구 김유정역을 돌아보았다. 어릴적에 보던 그런 조그만 간이역 이었다. 옛날에 역무원 직원이 개찰구에 나와 일일이 표에 구멍을 뚫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구 철로변에는 객차가 전시되어 있고 객차안에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상봉행 경춘선 전철 시간이 다가오자 김유정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유정은 1931년 23세에 고향에 내려와 야학을 열었다. '금병의 숙'이라는 간이학교로 농민계몽운동을 펼쳤으며, 고향을 무대로 여러편의 농민소설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30세로 요절하였다.오후 3시 35분행 상봉행 전철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였다. 오늘은 화창한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동기생들과 살갑게 우정을 나누면서 김유정의 삶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산행은 오르는 순간은 힘들었지만 정상을 정복 한 다음에는 환희가 흘러넘쳤다. 행복감 그 자체였다.
김유정역(구 신남역)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 단편소설 '솟(솥)'에 마지막 나오는 장면을 재현한 인물 동상
김유정 생가
김유정의 실레이야기길과 금병산 등산로 안내판
금병산 A코스; 동백꽃길(3,8km), B코스 산골 나그네길(4km), 실레 이야기길(5,2km)
금병산 3,2km 이정표
봄봄 길다방은 운영하지않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
김유정 문학촌에서 1km 온 지점 이정표
김유정 문학의 현장
동백꽃길과 실레이야기길의 갈림길, 왼쪽이 동백꽃길
동백꽃길을 따라 이동
금병산 정상 1,6km지점 이정표
금병산 정상 1,6km 지점 이정표
울긋불긋한 단풍나무가 이채롭다
금병산 정상의 전망대
금병산의 조망도
춘천 시내를 주변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싸여 있다
금병산 정상
잣나무 숲에서 달콤한 휴식(하산길)
첫댓글 금병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잘 읽었소 고맙소 가을은 역시 산에서 무르익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