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군아.
아직 너는 어리구나.
어린 네가 너보다 고작 한 살 많은 친구를 사랑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 나는 웃었단다.
어린 녀석들이 사랑을 하네.. 하고 말이다.
그리고 곧 이어 너의 부모님이 너희의 사랑을 마땅찮케 여기고 있음을, 헤어지길 바라고 있음을 들었단다.
너의 사랑에 대해 내게 전해준 사람과 가벼운 언쟁이 있었지.
별것 아니었단다.
중국집에 가서 나는 짜장면이 먹고 싶은데, 너는 왜 짬뽕이 먹고 싶느냐고 서로 묻는 것과 같이,
아주 하찮고 보잘것없는, 그러면서도 아주 중요한 문제에 대해 가벼운 언쟁이었다.
네 사랑을 전해준 수화기 건너편의 그 제3자를 ‘대언자’라고 해 두자.
너의 부모님도, 그리고 네 사랑의 부모님도, 그리고 너와 네 사랑이 함께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우두머리도 모두 너희의 헤어짐을 바라고 있다지 아마.
나의 생각은 이렇단다.
너희가 너희의 사랑에 추호도 후회가 없다면 어린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따라서 나는 너희를 지지하는데 한표 던지겠노라고.
‘대언자’는 이렇게 얘길 하더구나.
처음에 사랑인 줄 알았었다, 그러다 시야가 넓어지고 다른 사랑이 보이면 어떻하겠느냐, 그러고선 대뜸 너는 사랑을 해 보지도 않았니 라고 묻더구나.
수화기 건너편 그 ‘대언자’는 물론 나의 행위가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너무나도 답답하고 간절한 마음에 책상 위 종이에다 차근차근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단다.
나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였지요.
남자와 여자는 서로 어리지만 사랑했답니다.
주변에서 헤어지라고 하는군요.
남자는 순간 두려웠습니다.
처음에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지만,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어쩌면 조금 과장 섞인 주면의 충고들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사랑하므로, 사랑하기에, 사랑하지만.. 이라는 온갖 반전일 밖에 없는 수식어를 나열하며 헤어졌다고 합시다.
그 남자의 사랑이 과연 정말일까요. 나는 다만 그것이 궁금합니다. 라고 말했단다.
그러자 그 대언자는 수화기에 대고는 긴 한숨을 쉬며 이렇게 얘길 하더구나.
나도 그렇다. 항상 그것이 문제가 아니겠느냐. 하지만 내 생각은, 나도 처음에는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차츰 차츰 상대방과 나와의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며, 그 사랑이 식더라. 그렇다고 내가 했던 것이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 할 수 있겠느냐. 라고 ‘대언자’ 또한 나름대로의 정리로 얘기를 하더구나.
먼저 참고하였으면 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추상적인 언어들에는 정의를 내릴 수 없단다.
따라서 누구의 말이 정답이라고 단언 할 수 없단다.
그것은 똑똑한 박군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들을 네게 소개 해 주고 그 가운데서 너의 생각을 재조명해 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란다.
여튼,
그 ‘대언자’의 말도 공감을 하였단다.
왜 안그렇겠느냐, ‘대언자’는 나보다 연륜도 많았을 뿐 아니라 나보다 고생을 더 했음 했지, 덜 했을 위인은 아니니 말이다.
그 ‘대언자’의 말에 나 또한 이렇게 얘길 했단다.
이것은 그대와 나 와의 견해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대는 호감b가는 사람과 사귀어서 사랑하다가 그 사랑이 나와 다르다 느끼면 사랑이 식는다 하지만,
나는 결단코 그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도 사랑이란 걸 느끼는 법이 없지요.
허나, 사람의 심장이란 것은 썩을놈의 것이라,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사랑을 발견한답니다.
그 처음이 어마어마한 열정이라 단정도 못하겠소, 그렇다고 미지근함이 뜨거움으로 발전한다 못하겠소, 그 다가오는 순간들도 방법들도 다 제각각이므로.
허나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다짐하고, 아니, 나의 사랑을 알리기로 다짐하고, 나 혼자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그 사랑을 쏟아 붓기로 다짐을 하였다면, 나는 결단코 만나면서 발견되는 서로 다른 부분에 실망을 느끼지 않는다고, 이미 내가 시작해 버린 사랑은 열정보다 더 큰 연민과 의무, 그리고 그것을 더 뛰어넘는 내 심장, 오로지 그것이 되어버렸기에 말이오.
그리고 나의 선택 나의 결정을 나는 신뢰하오. 설령 그것이 한 순간의 실수라 할지라도, 나는 그 실수조차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라 믿소, 실수를 되짚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실수를 더 큰 성공으로 바꾸기 위해 나는 노력할 것이오.
따라서 그 남자, 두려워 사랑을 포기한다던 그 남자는 나는 그 여자를 사랑했다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오.
그대가 ‘그럼 나는 한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라는 그 질문에, 그대에게는 내 조금 미안하오만, 그렇소, 당신은 사랑을 한 적이 없소.
라고 말했단다 박군아.
만약 네가 너의 부모님과, 네 사랑의 부모님 혹은 또 다른 주변의 반대에 네 사랑을 포기한다면, 다만 그 이유 때문이라면, 어디가서 몇 번 사랑을 해 보았더랬습니까 라는 질문에 나는 단 한번도 사랑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라고 대답하거라.
사람들이, 젊은 남자가 어찌 그 나이껏 사랑을 해 본적이 없었을꼬.. 라는 의아한 눈초림을 차라리 네가 포기했던 사랑에 대한 속죄라 생각하거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이란, 몇 번을 사귀어 봤는냐, 몇 번을 키tm 해 보았는냐, 몇 번을 자 봤느냐의 횟수로 세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령, 네가 누구를 사랑했다 하자.
그 여자도 너를 사랑했다고 네가 믿었다 하자.
그래.. 그 여자가 어떠한 이유로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떠났다 하자,
그 추억과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하자,
어느 바람결에선가, 그녀는 남자 밝힘증이었고 너는 이용당했다는 진실을 들었다 하자,
그녀를 둘러싼 진실이, 네 사랑의 진실을 훼손하는가.
너는 이용을 당했지만, 그렇다 하여 니가 쏟아부은 사랑은 거짓이 되는가.
첫댓글 지나치면 모르는게 사랑...순간이면 지나치는 사랑.... 참 어렵지요. ^^ 몇십년을 더 살아봐야 사랑이라는것에 정의를 내릴 때가 올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아름다운것만은 사실이겠지요. ^^
아네카님... 좋아요 이글 ^^ 먼가 와닿아버렸습니다.
쩝~ 구라뻥치시네... 닿긴 뭘 닿수~~ 허접하구만.. 에띠...
ㅋㅋㅋ 진짠대요 . 마지막 부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