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내게 있어 미국 생활은 언제나 근검절약의 세월이었다.
82년 부터 시작되던 남편의 유학시절 부터 2000년 내 아이들과 함께 떠났던
아이들의 유학시절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알뜰하게, 또 알뜰하게.....
그다지 절약정신이 투철하지 못했던 내가 미국 생활에서만은 어찌할 도리없이
가난한 내 살림은 힘겨운 계산 속에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야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웠던 세월들, 특히 남편의 유학생활, 귀국 후 아이들이 커 가면서 새롭게 시작한 미국살이!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미국에서의 10여년을 살짝 넘긴 타향살이는
삶은 언제나 내 편이며, 힘겨운 시간이 내게 남겨준 빛나는 교훈은
'내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은 이룰 수 있다'는 어찌보면 턱 없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무난한 세월을 보내지 않고 힘겹고 빡빡한 세월을 고단하게 살아온 것에 대해
나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적당한 고단함과 부대낌은 나를 깊게 하고, 단단하게 해 줌도 잊지 않는다.
유학시절엔 폭스바겐 버스가 우리들의 차였다.
10년도 넘은 그 차를 우리는 소중히 아끼며 탔었다.
미국에서의 폭스바겐은 수입차에 속하기에 한번씩 말썽을 일으키면 내 속이 까맣게 타곤 했었다.
늘 가난하던 우리에게 수입차 수리 비용은 내 가슴을 죄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던 그 시절에도 우리집 승용차는 포드 윈드스타로 불리는 벤과
아들놈이 학교를 오가며 타던 크림색 EF 소나타였다.
나는 나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소중히 아끼며 사랑한 우리들의 승용차였다.
그런데,
철없이 교육열에 불타오르던 내가 아이들을 둘 다 사립고등학교에 입학 시키고 뒷바라지 하던 시절,
하교길의 아이들을 데릴러 학교에 갈 때 마다 (그 때 아들놈은 아직 운전면허를 얻기 전이었다)
하교길의 학부모가 타고 오던 즐비한 차들의 행렬속에 남루한 내 차는 언제나 민망했다.
BMW, 벤즈, 아우디가 대세였던 그 행렬 속에 언제나 한 번 가져보고 싶던 차가 렉서스였다.
내 딸아이의 친구 엄마는 언제나 빛나는 렉서스를 운전하고 나타나 뒷트렁크에 아이의 책가방을 실을 때 마다
빛나는 골프가방이 우아하게 모습을 드러내곤 했었다.
매사에 무심한 성격이라 왠만하면 부러움을 잘 못 느끼던 내가 그녀의 그 우아한 렉서스와 골프 가방 속에서
느끼던 왠지 허무한 슬픔 같은 것.....
날마다 돈 계산을 하며 조금이라도 아껴가며 살던 내게 그녀의 화려한 옷매무세와 렉서스는
무심한 나를 주눅들게 하는 날이 가끔 있었다.
청바지와 운동화, 그리고 아이들 뒷바라지로 정신없이 바쁜 모습을 보여주며
날마다 한가할 겨를이 없던 나는 그녀의 고즈녁한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넉넉함이 부러웠었나 보다.
다행히,
내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고 그러한 수치로 계산되는 어른들의 일상에 대해 전혀 예민하지 않았다.
고마웠다.
그래서 어느 날 딸에게 말했다.
"Eunice 엄마는 언제 봐도 멋쟁이라서 이쁘지? 우아한 옷을 입고 쾌적한 차를 타고.... 날마다 골프를 치고...."
"엄마 부러워? 나는 하나도 안 부러운데....."
"나는 좀 부러울 때가 있어. 엄마가 너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Eunice는 집도 원래 미국이니
우리보다는 모든 게 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우리도 유학생활 접고 여기서 눌러 앉아
사업이나 할 걸 그랬다....."
"엄마, 유니스네 집 부러울 것 하나도 없어요. 나하고 현준이하고는 유니스네 언니나 유니스 보다 훨씬 더
뭐든 잘 하잖아요. 우리가 훨 더 가진 게 많아. 나는 암만 생각해도 울 엄마가 더 멋져 보이는데!"
"ㅎㅎㅎㅎ"
그 순간부터 귀 얇은 내게 렉서스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감격하면서 가끔은 딸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어른되면 엄마에게 멋진 차 하나 사 달라고 부탁도 하고.... 그녀는 언제나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정말 그때부터 렉서스도, BMW도 부럽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식들과 내 가족들을 바라보며 그 어떤 것도 부러워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렉서스를 잊고 살았다.
요즘 도요타 렉서스가 많이 세간의 입질에 오르내림을 보며
잊고 있엇던 그 렉서스 풍경이 떠 오른다.
인간사 모든 것에 흥망성쇠가 있듯이 자동차 세계의 품위의 상징으로 비쳐지던 그 도요다 렉서스에게도
황혼이 찾아 온 것일까?
잊고 있었던 그림 속에 내게 기꺼이 멋진 차 한대를 사 주겠다던 딸아이가 떠 오른다.
내일쯤 전화를 해서 언제쯤 그 차를 사 줄 것이지를 물어봐야겠다.
그녀는 그 약속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첫댓글 렉서스 좋은 차지요.삶은 어디에 가치와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서,생각과마음이 바뀌고
기분이 달라 지더라구요.지금것,검소하고 알뜰한 생활 이었기에.현재의 품위가 많들어
졌지요.평소 근검절약 하시되 쓸때에는 쓸줄아는 국장님이 멋져요.
승희, 보고싶은딸, 얼마나 보고 싶으세요. 이글을 보면서 국장님의 마음이 전달이 됩니다. 내가 가진것이 쵝고의것을 가졌기에 국장님 당신은 정맘로 행복한 분이십니다 물질의부자 마음의부자 아믐다운 영혼의 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