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젊은 부모들이 "달빛 어린이병원을 설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자식을 길러 본 부모치고 한밤에, 휴일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 병원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내달렸던 기억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열이 40도를 넘어 몸이 불덩어리 같은 아이를 안고 병원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런데 인구 120만명이 거주하는 울산광역시에 이들을 돌봐줄 달빛 어린이병원이 한 곳도 없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달빛 어린이병원은 야간과 휴일에 아픈 아이를 데려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전국에 이런 병원이 57개소나 있다. 인근 부산에는 이미 이런 병원이 4군데 운영되고 있는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해서 1곳을 더 지을 계획이다. 그런데 광역시 중 유일하게 울산에는 한 곳도 없다. "유일하게 울산에 의료원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이런 달빛 병원부터 먼저 설립하는 게 순서 아닌가.
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유치 추진위원회 측 자세도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요구사항 정도라면 으레 머리띠 두르고 큰 소리로 고함지르는 모습을 연상하는 게 많은 시민들의 통념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렵게 찾아간 야간 응급실에서는 간혹 소아 전문의가 없어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교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아픈 아이를 돌봐주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울산에 필요하다"며 차근차근 설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이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요구를 압박하거나 강압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유치 추진위원회는 병원 설립에 동의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요구사항을 내년 2월 북구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구의회는 당연히 이들의 요청을 적극 검토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북구의 슬로건 중 하나가 `아이 키우기 좋은 북구` 아닌가. 울산지역에서 18세 미만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북구다. 한마디로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들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곳에 달빛 어린이병원이 한 곳도 없다면 어느 젊은이들이 이곳에 살면서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