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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2분기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성적표를 내놨다. 2022년 12월 7일 코로나 봉쇄를 벗고 눈에 띄는 소비성장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감을 표시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진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경제의 성장 영향을 받는 세계 경제에 얼마나 또 어떤 후폭풍이 미치게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중되는 중국에 대한 불신
지난 20여 년간 중국이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주장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그러나 최근 2년. 특히 금년 들어 세계 언론은 중국의 저조한 경제성장이 세계 경제와 국제질서에 지장을 주거나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국제사회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당연시했고, 중국의 부상을 저지할 수 없다고 여겼다. 이러한 견해는 2019년경 정점에 달했지만 2020년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이와 같은 여론의 변화는 2020년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 팬데믹(pandemic) 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이 취한 강력한 여론 봉쇄와 허위 선전에 기인한 바가 크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대변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공산당과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은 ‘직접 지휘와 직접 배치’란 기치 하에1) 중국 시스템(체제)의 우월성과 지도자의 영명한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로코로나정책(淸零政策)’을 채택했다. 중국 특색의 방역 정책으로 명명된 이 정책으로 중국 경제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특히 각종 지표의 방향성은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수렴하기보다 큰 편차를 보였고, 그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에 ‘공급망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가 곧 미국을 초월할 것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중국이 그리는 백일몽 정도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제로코로나정책이 3년 동안 강제 시행되면서 나타난 변화 중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중국인들의 고통이었다. 심지어 시진핑 자신도 2022년 말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 지도자들에게 많은 도시에서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인정했다.2) 더욱이 아무런 사전 경고나 조치도 없이 제로코로나정책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면서 사회적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단기간에 집중 감염되었고 병원과 장례 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하게 되었다. 당국은 각종 소셜미디어를 차단하며 사망 데이터와 각지의 소식 및 정보를 통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전염병 예방과 통제라 자화자찬했다.
2022년 12월 초부터 제로코로나정책이 해제되자 중국은 국내외 여행 제한도 풀었다. 방역으로 억제되던 소비심리는 국내외 여행 제한이 해제되면서 중국 경제의 재개에 대한 희망과 함께 급속한 경기 회복과 발전이란 희망을 확대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지속되지 못했고, 그 범위도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강한 성장세로 회복할 것이라는 국제적 낙관론은 불과 반년 사이에 비관적 시각으로 전환됐다.3)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강력한 ‘중국식 회복 탄력성(Chinese style resilience)’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마치 6.4 천안문 사태 이후 서방의 중국 제재(containment policy) 기간에 중국에서 나타난 현상과도 유사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특이한 현상들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일련의 특징들은 지난 3년간 중국인들이 직접 경험하고 학습한 결과다. 한마디로 내외부적 위기 상황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유일한 활로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가계) 저축률 증가는 이를 방증한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당시 중국의 저축률은 GDP의 52%를 기록한 바 있고4), 2010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D. Trump)의 대중 견제가 강화되던 시기에도 20% 언저리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의 정책 당국은 제로코로나정책을 맹목적으로 강제했지만 중국 경제에 끼친 재앙을 검토하고 인민에게 정책 실패를 사죄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명한 정책 결정이었고 탁월한 지도력의 성과로 평가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실의 효과(Chilling effect)’가 만연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최근 중국인들의 해외 이주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며 중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건 공산당이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 해소, 금융업 규제 및 인수합병(M&A) 심사 강화 등을 추진하고 기부를 강요하면서 중국을 떠나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제로코로나정책에 절망했던 것은 비단 중국 인민들뿐만 아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중국을 재평가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외국인과 다국적기업의 중국 탈출 러시(rush)가 현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7월부터 시행되는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 등은 중국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엇나가는 성장 예측치, 가중되는 위험 신호
지난 6월 중국의 수출은 1년 전보다 12.4% 감소했고 수입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8%가 감소했다. 이는 수출 9.5%와 수입 4% 감소를 예상한 시장예측치보다 큰 폭의 하락세라 할 수 있다. 세계 경제 회복 약세, 국제무역과 투자 둔화, 그리고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중국 해관총서의 평가도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리오프닝(re-opening)에 따른 경기 진작에 고군분투한 중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시장의 실망감은 어느 때보다도 매우 큰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6월 제조업 활동이 3개월 연속 감소했고 각종 지표들 역시 대부분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5월 중국의 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3.5% 증가하며 4월의 5.6%보다 둔화했고, 소매 판매 증가율도 4월 18.4%에서 5월 12.7%로 감소함으로써 경제적 더블딥(double deep)이 거의 확인됐다는 평가다. 2022년 중국은 3%의 성장을 했고 베이징은 올해 GDP 성장목표치로 5%를 제시한 바 있다. 시장은 금년 2분기 7.1%의 GDP 성장을 기대했지만, 6.3%에 그치고 말았다.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닌 직전 분기 대기로 볼 때, 2분기의 경제성장률은 0.8%로 1분기의 2.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이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부양책 도입이 시급하지만 지난 4월 말에 있었던 정치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내생적 성장 동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 당국의 상응한 조치가 쉽게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매년 4월과 7월 그리고 10월과 12월에 개최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보다 정밀한 맞춤형 부양책을 채택함으로써 경기부양을 시행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경제 전반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의 정책당국은 제로코로나정책 시행 과정에서 정부 예산에 준한 재정을 지속적으로 지출했고, 또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투입한 자금(城投債, municipal corporate bonds)과 (리오프닝 전후 시행된) 각종 정책조치 역시 실효적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통화정책 완화와 보조금 확대 및 세금 감면을 혼합한 정책 시행 가능성과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정책 당국을 난감하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중국 정부는 정부 지출을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에 투입해 주요 산업을 견인할 수 있다는 특효약을 갖고 있었지만 이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5월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은 –7.2%를 기록, 1~4월 증가세(-6.2%)보다 하락세가 커졌다. 지난해 12월 –10%(누적)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금년 2월 –5.7%로 잠시 회복했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또한 5월 신규 주택 건설은 전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
부동산 비중이 중국 GDP의 20~30%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경기 반등 또한 쉽지 않다는 의미다. 더욱이 중국의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폐지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제로코로나 때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청년실업률: 중국 사회, 경제의 시한폭탄
중국의 청년실업률(16~24세)을 볼 때, 경기 둔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20.8%에서 6월 21.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중동,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 당시 이들 지역의 청년실업률은 30~50%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혁명의 주요 참여자가 청년들이었고 그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청년실업은 경제와 소비 및 사회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정권 안정성에도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취업 기준은 국제적 기준보다 매우 낮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주당 10시간, 그리고 미국은 15시간, 프랑스가 20시간의 노동을 취업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반면, 중국은 주당 1시간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주당 1시간의 노동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유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또한 중국의 취업률은 도시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기에, 취업률이 과소평가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실업률은 더욱 심각할 것이란 점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은 개인이 경작할 수 있는 할당 면적만 있다면 취업으로 간주한다. 밭에 나가 일만 할 수 있다면 취업자로 상정된다는 얘기다.
중국의 비정기 취업(flexible employment)5) 인구는 대략 2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도시 취업인구의 약 40%에 해당되는 규모다. 그러나 그 중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규모는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취업률은 도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실업률 조사(城鎭靑年調査失業率)로 진행되는 일종의 통계모델이기에 농민공의 인구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실제 청년실업률은 정부의 추정치보다 최소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 학계에서 중국의 청년실업률 을 40~50% 정도로 추정하는 근거도 이와 같은 이유다. ‘재경 11인 경제연구회’의 순밍위안(孫明遠)은 대졸자 중 미취업 규모를 1,5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전체 노동자 중 10% 정도를 마찰적 실업으로 가정했을 때 청년층은 약 2,500만 명이 될 것이라 산정한다. 이에 더해 코로나로 지난 3년간 귀향한 2,300만 명의 농민공 중 60%에 해당하는 청년들(16~24세, 약 1,400만 명)을 감안할 때, 중국의 청년실업 인구는 약 5,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중국 인구 중 청년 인구는 대략 1.326억 명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대략 40% 정도의 청년들이 실업자란 것이다.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의 실업률이 25%였다는 감안할 때, 중국의 청년 실업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진핑 등장 이후, 중국은 산업구조 조정을 강조하며 14.5 규획 기간 중 3차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강조해 왔다. 문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코로나 팬데믹,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증대함에 따라 기업들이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정기 취업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자기업과 국유기업의 비정기 고용 비중이 15% 이상으로 민간기업보다 높다는 점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단기간에 실효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청년실업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 국제정세의 악화 및 중국공산당의 고압적이고 폐쇄적인 통치방식 등이 청년들로 하여금 어떠한 노력을 해도 ‘유리천장’을 뚫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동력이 된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학습과 노력을 통한 신분 상승이나 환경 변화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10여 년 전 ‘4불청년(四不靑年: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고 주택도 구입하지 않으며 육아도 포기한다는 것)’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이후, 최근에는 ‘네이쥐안(內卷: 치열한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서 ‘탕핑(躺平: 자포자기)’으로, 그리고 ‘룬(潤: 영어 run의 중국어식 표기, 일탈 혹은 탈출, 이민 등을 뜻함)’과 ‘셴(獻: 묻지마 폭행)’ 등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실업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다.
적과 동지의 구분, ‘위험 제거’에 대한 상반된 인식
최근 중국은 부진한 경제 성장으로 외국인의 투자가 더욱 절실한 상황임에도 새롭게 강화된 방첩(防諜)법을 통해 외국 투자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포괄적이고 모호한 법령으로 법적 합리성은 물론 그 실효성마저 의문이 든다. 경제 정보 수집이 중국에서 방첩법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킴과 동시에 외국인에 대한 경계와 배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증거를 찾지 못할 경우에도 행정적 권한을 통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은 외국 투자자에게 더 이상 중국에서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중국을 떠나거나 포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중국과 서방 간의 관계가 빠른 속도로 소원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세계 양대 강대국이 서로의 경제적 유대를 위험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가 수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서방의 기술과 자금을 차치하고서라도, 중국 경제가 더는 부상하기 힘들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경제적 효율성보다 안보와 권력을 우선시하면서 그것에 절대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를 소외시키고 있으며, 중국이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한다고 해서 그 손실을 대체할 수는 있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의 국세(國勢)가 이런 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나, 시진핑을 위요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선택이 작금의 중국을 만들었던 노력에 반한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중국과 서방의 분열로 야기된 대가는 적과 동지란 이분법적 논리에 기초하였기에, 향후 세계 각국은 경제정책의 결정과 시행에 있어 막대한 비용 수반이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민주주의 진영이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esking, 위험 제거)’으로 전략적 방향을 선회한 것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라기보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위험 제거’란 디리스킹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시켜 준 계기로 작용했다. 비록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 등 국가들의 디리스킹에 대한 해석과 접근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는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특정 국가가 상대국의 경제적 의존성을 무기로 위협하고 위기로 내몬 것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유럽이 디커플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면서도 디리스킹에 동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은 자체적 위험 방지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산업망(혹은 공급망)에 대한 보안 강화와 일부 공급망을 이전함으로써 위험 제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오랫동안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의존하여 비용을 절감했고, 생산거점을 중국 및 기타 지역으로 이전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생산거점이 단일화하거나 특정 지역에 집중된 것이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그것이 자신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공급망의 다양화와 자국 주변에 아웃소싱(near-shoring)하는 방식을 통해 위험 요인을 축소하거나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하여 유럽과 미국의 지정학적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공급망을 ‘가치 공유 국가’로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보다 유효한 방법이라 판단하기 시작했다. 결국 디리스킹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의 공급망 이전을 뜻하는 프렌드쇼어링과 체제와 이념이 다른 도전국의 추월 혹은 세력전이(power transition)를 막겠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상호)의존’의 문제를 변증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위적으로 ‘의존’을 과장해서도 안 되며, 심지어 상호의존과 불안정을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비협력이 가장 큰 위험이고 발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불안전이란 것이다. 따라서 탈중국화를 ‘위험 제거’와 동일시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 전략이며, ‘위험 제거’는 결국 ‘중국 제거(regime change)’로 해석한다. 중국이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디리스킹에 대한 중국과 서방의 입장은 현재 큰 이격을 보이고 있고 일정한 타협과 공감대 형성은 사실 난망한 상태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으로 인해 세계 경제와 국제무역이 파편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경제와 무역의 파편화로 인한 결과는 어렵지 않게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국무장관인 코델 헐(Cordell Hull)은 낮은 관세와 국제무역의 증가가 평화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경제문제의 정치적 처방이 중요한 이유다. 유럽연합(EU) 역시 경제적 프로젝트이자 정치적 프로젝트였다. 유럽연합의 기원이 프랑스와 독일의 산업을 상호의존하도록 해 다시는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없게 하려는 목표를 가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방해받지 않는 무역과 함께하는 것은 평화이고, 높은 관세와 무역장벽 그리고 불공정한 경제 경쟁과 함께 하는 것이 전쟁”이며 “심각한 위기에서 지도적 역할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던 헐의 국회 연설은 작금의 세계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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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親自部署指揮、密集指示批示……習近平的戰“疫”時間“, 人民網-中國共産黨新聞網, 2020년 2월 6일, http://cpc.people.com.cn/n1/2020/0206/c164113-31573729.html (최종방문일: 2023. 07. 10.)
2) “中國的抗議活動使習近平陷入兩難”, 華爾街日報, 2022년 11월 29일, https://cn.wsj.com/articles/%E4%B8%AD%E5%9B%BD%E7%9A%84%E6%8A%97%E8%AE%AE%E6%B4%BB%E5%8A%A8%E4%BD%BF%E4%B9%A0%E8%BF%91%E5%B9%B3%E9%99%B7%E5%85%A5%E4%B8%A4%E9%9A%BE-11669687505 (최종방문일: 2023.07.11.); “中國新冠“清零”政策抗議蔓延到多個城市出現更廣泛的政治訴求“, BBC中文版, 2022년 11월 28일,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63777596 (최종방문일: 2023.07.11.); ”美媒揭底中國結束清零政策內幕“, 德國之聲(DW), 2023년 3월 5일, https://www.dw.com/zh/%E7%BE%8E%E5%AA%92%E6%8F%AD%E5%BA%95%E4%B8%AD%E5%9B%BD%E7%BB%93%E6%9D%9F%E6%B8%85%E9%9B%B6%E6%94%BF%E7%AD%96%E5%86%85%E5%B9%95/a-65069498 (최종방문일: 2023.07.11.)
3) China’s economy misses growth forecasts, raising odds of more government support, Los angeles Times, July 17, 2023, https://www.latimes.com/business/story/2023-07-17/china-economy-misses-growth-forecasts-tepid-recovery (최종방문일: 2023.07.20.); China's June trade data is way down from a year ago, marking yet another big red flag for China's ailing economy, Business Insider, July 13, 2023, https://www.businessinsider.com/china-economy-june-trade-data-imports-exports-2023-7 (최종방문일: 2023.07.20.); How much trouble is China’s economy in?-Growth is faltering and the country is flirting with deflation, The Economist, July 17 2003, 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23/07/17/how-much-trouble-is-chinas-economy-in (최종방문일: 2023.07.20.)
4) “중국의 높은 저축률에 대한 평가와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슈분석 (CSF2017-09-01), 2017년 9월 1일.
5) 비정기 취업(靈活就業)은 일반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취업, 전통적 일용직 및 인턴 등 세 가지를 지칭한다. 넓은 의미에서 상기 세 가지 외의 노무파견, 업무 아웃소싱, 인력자원의 아웃소싱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사회보험법에 따르면 비정기 취업은 비정규직, 자영업, 임시직 등을 가리키며, 현재 중국 통계당국에서는 프리랜서 취업자를 취업자 수에 포함해 집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타 국가의 사례와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비정기 취업자 규모는 약 2억 명으로 전체 추업 인구 중 약 27%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의 비정기 취업 형태는 파트타임, 인턴, 노무파견, 겸직, 업무 위주의 미퇴직자 및 재고용(자) 등 6가지로 분류하며, 기존 정규 고용형태에 비래 노동시간, 보수, 근무지, 보험급여, 노동관계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특징을 갖고 있다. 대개의 기업들은 실시간 채용 수요에 맞춰 공식적인 정규직 노무 관계가 아닌 비정규직 형태로 인재를 고용할 수 있고 이러한 비정기 고용은 인력 수요와 노무관계 업무의 내용과 제도 및 급여지금, 관리 권한 등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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