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마을 해바라기
/ 김금래
공룡을 지나
부싯돌 켜는 원시인을 지나
공장 굴뚝과
황금 들판과
매연 자욱한 빌딩 숲을 지나
드론이 날고
로봇이 오가는 골목에서
길을 잃어버렸지
스마트폰으로
구글에게 물어 겨우 도착했어
난 벽화마을
마지막 담벼락에 핀
해바라기
『동시마중』 2024 9,10 월호
큰일 났다
/ 박선미
흔들리던 어금니가
호박엿 먹다 빠져 버렸다.
아빠가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는데
큰일 났다.
어금니가
내 결심은 배신하고
빠져 버렸다.
『동시 빵 가게』 2024 7월
다듬은 돌
/ 정갑숙
화강암 거친 돌 다듬어
‘불국사 석가탑’ 새 이름 얻어
나라의 보물 되고
‘불국사 다보탑’ 새 이름 얻어
‘석굴알 본존불’ 새 이름 얻어
인류의 보물 되고
『신라의 마술피리』2024, 청개구리
길
/ 이묘신
어제까지만 해도
다리만 아프던 언덕길이
경준이랑 같이 뛰니까
재밌는 길이 되었다
자꾸만 가고 싶은
새로운 길이 되었다
『별별동네』 2024 천개의바람
노을
/ 이창건
나에게는 늘
시간이 많지 않아
해가 지는 그 시간, 서쪽 하늘에
붉은 옷도 지어 입혀야 해
내 뒤로 오는 어둠에게
길을 내 주어
초롱초롱한 별들을 불러내야 해
어둠 속
외로운 나무들 손에
그리움에 아픈 나무들 손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쥐어줘야 해
이 세상
머무는 시간이 짧아
사랑할 시간이 정말 짧아
『한국동시문학회우수동시선집』 2024 아동문예
달걀
/ 전자윤
톡,
스스로 깨어나면
병아리 노랑
누가 깨워주겠지
가만히 기다리면
탁,
껍데기 깨어지고
마침표 노랑
『시와소금』 2024, 가을호
강가에서
/ 정진아
겨울 햇살 품은 여울목은
어린 물고기를 안고
돌돌돌 자장가 불렀다.
바람은
마른 풀씨를 흩어서
새들을 먹였다.
더는 나빠질 게 없는
봄이 멀지 않은
날이었다.
『오늘의 좋은 동시』 2023 푸른사상
김장배추
/ 조두현
무서리, 첫서리에도
오들오들 떨던 배추.
된서리 두 번 맞고
되레 실팍해졌다.
서리를
세 번 맞아야
맛 든다는 김장 김치.
바깥 서리 세 번 끝에
안쪽 서리 맞을 차례.
갈라진 노란 속살에
굵은 소금이 뿌려진다.
김치로
거듭나기 위해
간 서리 맞는 김장김치.
차차
/ 차영미
할머닌
말씀하셨지
괜찮을 거라고
다 괜찮을 거리고
조금만
시간이 더 필요할 뿐
꿋꿋이 견디면
흐린 날 다음엔
환한 날이 오듯
선물 같은
희망 같은
그런 좋은 때가
차차 올 거라고
『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 2024, 단비어린이
혀를 깨물다
/ 한현정
세 치 혀
너무 길다.
뒷담화와 화풀이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성난 혀를
참다못한 어금니가
꽉, 깨문다.
출처: 한국동시문학회공식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이시향
첫댓글 3월 <이달의 좋은 동시>에 선정되신 박선미 선생님, 정갑숙 선생님, 차영미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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