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11개월'. 설기현 선수가 유럽무대에 처음 진출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기회를 잡은 설 선수는 EPL 진출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난 16일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5경기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설기현 선수의 EPL 데뷔골 이후 그의 도전과 험난한 여정을 그린 '5년 11개월'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5년 11개월'은 EBS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에서 제작한 것으로 지난 11일 방송된 영상이다.
동영상은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과 프랑스 경기 중 박지성의 동점골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시 동점골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설기현 선수의 크로스로부터 시작되었었다.
사실 설기현 선수는 2000년 4월 호주 4개국 대회와 평가전에서의 연속 골로 대한축구협회 유망주로 추천되었고, 그 해 8월 벨기에 1부 주필러리그 로열 앤트워프에 입단해 첫 시즌 10골을 기록하는 등 이동국 등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큰 각광을 받았었다. 또한 2001년에는 벨기에의 명문 안더레흐트로 이적하며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처음으로 골을 성공시키는 등 진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켜 한국의 8강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의 고난은 2004년 잉글랜드 2부리그(챔피언십) 울버햄튼 원더러스로 이적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보냈으나, 잦은 부상과 예상치 못한 피부병 때문에 벤치신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이적을 우려한 감독과의 불화도 그의 부진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2006년 세네갈과의 평가전. 설기현 선수는 공을 잡고 한국쪽 골대를 향해 드리블해 일명 '역주행 논란'에 휩싸이며, 국내 축구팬과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의 부진과 자신감 상실 때문에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출전 기회는 줄어들었다. 동영상은 당시 설기현 선수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소개했다. "묵묵히 연습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습니다". 결국 그는 프랑스전 후반에 기회를 잡았고, 박지성의 동점골을 이끌어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드디어 2006년 7월 2부리그에서 설기현 선수를 눈여겨 보고 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FC의 스티브 코펠 감독은 설기현 선수를 영입한다. 꿈꿔왔던 EPL에 진출한 그는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믿음 속에 자신감을 회복했고, 16일 데뷔골을 기록하는 등 레딩FC의 에이스로 맹활약하고 있다. 동영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 선수가 설 선수에 대해 "설기현은 갑자기 잘하는 게 아니다"라고 한 말을 소개하며 끝마친다.
다음카페 'I Love Soccer'에서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너무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영표 선수의 "설기현은 갑자기 잘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는 댓글도 많았다. ▲코펠 감독. 당신의 축구감독 인생 최고의 영입이 될 것입니다. ▲'묵묵히 연습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습니다.'에서 눈물이 왈칵. ㅠ ㅠ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고 싶은 선수! 프리미어쉽에서 꼭 성공하시길... 진짜 감동.
'지식채널e'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네 차례,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방송되는 5분 분량의 짧은 프로그램으로 내레이션 없이 영상과 음악, 자막만으로 내용을 전달해, 시청자들과 언론으로부터 "기존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식으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