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차단 위해 직접 경작 확인
증명 못 하면 낙찰 보증금 몰수
A 씨는 회사를 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1억2000만 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전원생활을 꾸리려고 한다. A 씨 부부는 경매 공부를 하며 주말마다 고향으로 땅을 보러 다니던 중 충남 태안군 남면에 소재한 땅을 발견했다. 땅의 지목은 전(田)으로 면적은 857㎡(약 259평)였다. 3차(최저 입찰가 5501만 원) 매각기일을 앞둔 곳으로 최초 입찰가(1억1226만 원) 대비 51% 하락한 상태였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권리관계는 매우 간단한 상태다.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다.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한다고 하니 땅을 꼭 매수하고 싶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며, 미제출 시 보증금을 몰수한다’는 내용이 있다. 경매로 땅을 매수하는데, 농지취득자격증명이 왜 필요한지 궁금하다.
농지를 취득할 경우 그 취득 방법에 상관없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이 있어야 한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요건이 된다. 경매 또는 공매로 농지를 취득할 때도 필요하다.
이유는 땅에 대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해당 땅을 직접 경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농지소유 자격을 심사해 자격을 갖춘 농민에게만 농지 매입을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헌법상의 원칙인 경자유전(耕者有田)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농지는 지목(地目)상으로 전(田) 답(畓)을 비롯해 과수원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농지를 지목만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상의 지목이 전이나 답 등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식물을 재배하는 땅은 농지로 본다. 농지를 경매로 낙찰 받는 경우 매각허가결정기일까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제출하지 못하면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할 수 있다.
그러나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경매로 나온 땅의 지목이 전이지만, 실제로는 농작물을 경작하지 않으면 농지로 보기 어렵다. 공부상의 지목이 농지로 분류된 땅이라도 현장답사를 통해 실제로 농지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경우 경매에서 최고가로 매수한 사람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매입 불허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은 농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구·읍·면장에게서 발급받을 수 있다. 이때 농업경영계획서에 농지의 면적, 농업경영을 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 및 농업 기계·장비·시설의 확보 방안 등을 기재해야 한다. 농지 투기가 성행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인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농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를 받는 동안 매각허가결정기일까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제출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매각허가결정 연기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실제로 농지가 농업에 사용되지 않을 때는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사유를 서면으로 받아 해당 법원 경매계에 제출해 매각불허가결정을 받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자료원:동아일보 2023.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