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으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음에도 수사기관에 본인이 ‘목격자’라고 거짓말을 한 피의자에 대해, 검찰이 ‘119 신고를 했으므로 뺑소니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라 피해자 유족이 반발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피의자의 신고는 사고 발생 약 7분 후에 있었고, 현장을 발견한 다른 목격자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동천동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A(73·남)씨가 차량으로 행인 B(76·여)씨를 치어 숨지게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단지 내 야외 주차장에서 좌회전을 하던 A씨가 B씨를 미처 못 본 채 낸 사고였다. B씨는 사고 직후 중태에 빠졌고, 이튿날 새벽 숨졌다.
범인이 목격자 요청 받고 119신고…본인도 목격자 행세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는 B씨를 차량으로 치고도 그대로 주차 공간에 차량을 주차했다. A씨가 차량에서 나온 직후에 다른 목격자 C씨가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했다. 마침 휴대전화가 없었던 C씨는 근처에 보이는 A씨에게 “사람이 쓰러졌으니 119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범인에게 피해 신고를 부탁한 것이다. 이때 A씨는 피해자와 8~9m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A씨는 전화로 119신고를 하면서도, 본인이 차로 치었다는 사실은 숨기고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고 시점과 A씨의 119신고 시점 간의 시간차를 7분 정도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구하지 못했다.
A씨는 이어진 경찰 수사에서도 목격자 행세를 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에 대해 목격자 C씨와 다르게 말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대질신문 등을 통해 A씨를 추궁했고, A씨는 결국 본인이 사람을 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목격자 행세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고를 낸 뒤 겁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A씨가 사고 당일 목격자 C씨를 찾아가 “사고 현장에서 정확히 무엇을 봤냐”고 물어본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대법원 판례 들어 “119 신고했으면 뺑소니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경찰이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뺑소니’(도주차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해 검찰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A씨의 행위가 뺑소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근거는 대법원 판례였다. 201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고를 낸 사람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119 신고를 했다면, 구급대원과 경찰에 목격자 행세를 했더라도 뺑소니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이) 인적사항과 운행 차량을 수사기관에 제공한 이상, 목격자 등의 진술과 그 후에 이루어진 차량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피고인이 사고 운전자라는 사실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밝혀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특가법상 사망사고 뺑소니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뺑소니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교통처리특례법이 적용돼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형량이 낮아진다.
유족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판례와 달리,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119 신고를 한 것이 아닐 뿐더러 목격자가 없었다면 도망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A씨가 사람을 치고도 주차까지 하면서 7분여를 보내는 사이 ‘골든 타임’을 놓쳤고, 그 사이 살릴 수도 있었던 사람이 사망했다”며 “이것이 뺑소니가 아니라는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반면, 피의자 A씨는 경찰에 “사고 후 두려운 마음에 바로 신고하진 않았지만, 도망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 “사람 살릴 수 있었던 ‘골든 타임’ 7분 놓쳤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사안이 똑같지 않은 만큼 다퉈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조운’의 윤성준 변호사는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 보면, 목격자 C씨가 사고 현장을 발견하지 않았으면 A씨가 도주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검찰이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찰이 기각한 뺑소니 혐의를 다시 적용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A씨에 대한 추가 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news.v.daum.net/v/20201201184312540
저걸 자진 신고자라고?
은폐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