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년 오늘, 팔레스타인의 작가이자 투사였던 가싼 카나파니가 살해당했다.
"태양 속의 사람들(Men in the Sun, Rijal fil-Shams)"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스라엘 군의 침입으로 난민이 되어 비참한 생존의 벼랑끝에 몰린
세 사람의 팔레스타인인에게 최후의 희망은 쿠웨이트에 가는 것이다.
거기서는 운이 좋으면 일자리를 구하고 가족에게 송금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불법입국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화덕처럼 뜨거운 물탱크 속을 견디며
수천리 사막길을 넘어 국경의 검문을 피하는 방법이다.
가싼 카나파니는 1936년 팔레스타인의 작은 항구도시 아크리(Acre)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때 이미 시오니즘 운동은 20만명의 유태인을 팔레스타인에 이주시키고 있었다.
여덟살이 된 1948년, 1차 중동전쟁으로 그는 고향을 잃었다.
그 경험은 단편 '슬픈 오렌지의 땅'에서 이렇게 묘사된다.
"너의 아저씨는 우리를 자기 피난처로 데려가서
자신의 살림살이와 가족과 함께 우리를 거기에 던져넣었다.
밤에 우리는 바닥에서 잠을 잤다. 그래서 바닥은 우리의 작은 몸뚱이들로
완전히 덮였다. 우리들은 어른들의 웃옷을 이불로 썼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른들은 앉아서 밤을 새우고 있었다.
비극은 우리들의 영혼 자체를 좀먹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통을 공유했기에,
가싼 카나파니의 모든 작품은 추방과 난민생활, 투옥과 살해로 얼룩진
팔레스타인 민중의 체험과 희구를 반영한다.
그러나, '시오니즘 대 팔레스타인 민족의 저항'이라는 단순한 대립을 넘어
카나파니는 식민주의와 폭력의 내면화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중동전쟁으로 고국을 떠난 부모가 20년 후, 이스라엘 군인이 된 아들을 만나는
단편 '하이파에 돌아와서'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뛰어나다.
가싼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의 대변인 겸
이 조직의 기관지 <알 하다프>의 편집인으로 일하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위해 헌신했다.
이러한 노력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서는
아랍 전체의 사회혁명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그를 이끌었다.
72년 7월 8일 그가 탄 자동차에 설치된 부비트랩이 폭발해서
목숨을 잃었을 때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태양 속의 사람들]은 1982년 김종철 번역으로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그해 여름 이스라엘의 후원을 받은 레바논 민병대가 난민촌을 습격하여
팔레스타인 난민 9500여명이 숨지고 1만6500여명이 다쳤으며
60여 만명이 집을 잃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96년 개역판을 내면서 [불볕 속의 사람들]로 제목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