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01조 빚더미… 전기료 추가 인상론 솔솔
부채 급증해 매일 이자만 132억
유가 치솟고 한전채 발행도 험난
4분기 전기료 올릴지 본격 논의
당정 내년 총선 의식 인상 미지수
최근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연료비 수입 가격 상승으로 한전의 영업손실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서다. 올 6월 말 사상 처음 200조 원을 넘어선 부채로 인해 한전은 2027년까지 이자만 매일 132억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중순부터 올 4분기(10∼12월) 전기료 인상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지만, 내년 총선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고환율, 고유가로 영업적자 확대 우려
11일 한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한전 부채는 201조4000억 원(연결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최대 규모로 조사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이 그만큼 오르지 못해 부채가 급증했다. 매년 10조 원 안팎으로 늘던 한전 부채는 2021년 145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192조8000억 원으로 1년 만에 47조 원(32.2%)이 불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한국전력공사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도 6조2936억 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8400억 원에서 2027년 226조2701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이자 비용은 올해만 4조3922억 원으로 2027년까지 5년간 24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 이자로만 132억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긴축 장기화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서고, 산유국들의 감산 여파로 원유값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등 최근 연료비 수입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당초 전망보다 환율이 5%, 에너지 가격이 10% 오를 경우 내년에만 6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적자로 적립금이 고갈되면 한전의 자금줄인 채권 발행도 막힐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 원)의 최대 5배인 104조6000억 원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올 8월 말 기준 한전채 잔액 규모는 78조3000억 원이다. 올해 약 6조 원의 영업적자를 내면 적립금이 줄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약 75조 원으로 쪼그라든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채권 추가 발행이 불가능한 셈이다.
● 한덕수 “전력요금 조정 신중히 검토해야”
정부도 한전의 재무 부담이 위험 수위에 도달해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이다.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의식할 수 있다는 게 변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으로는 4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20원 이상 올려야 한다”며 “정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앞세워 실제로 인상을 결정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공급자인 한전이 전기를 사 온 비용만큼은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원가주의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