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되는 혼인증여 공제, 유의사항은?
7월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포함
국회 통과 이후에야 실제 적용
혼인증여-기존 직계비속 공제 합산
양가서 모두 받아야 최대 3억 공제
Q. A 씨는 언론 기사를 통해 결혼 자금으로 3억 원까지 증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접했다. 자녀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 증여와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 보도 내용이 맞는지, 증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궁금하다.
A. 7월 ‘2023년 세법개정안’이 발표됐을 당시 대중의 관심은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결혼 자금으로 최대 3억 원까지 증여가 가능하게 됐다고 보도해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번에 신설되는 혼인 증여 재산공제의 한도는 1억 원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3억 원이란 수치는 혼인공제(1억 원)와 기존에 있던 직계비속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5000만 원)를 합한 금액에 양가에서 받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자녀에게 1억5000만 원을 증여할 경우 현재 기준으로는 970만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세법이 개정되면서 혼인을 사유로 증여한다면 세금이 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증여받은 재산의 종류 및 사용 용도에 대한 제한은 없다. 현금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을 받아도 되고 현금을 받아서 대출 상환, 부동산 구입 등 어디에 사용해도 과세당국이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증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자금의 용도를 잘 구분하는 게 효과적이다. 세법상 혼수용품 등의 결혼 제반 비용은 비과세되는 항목이어서 굳이 증여받은 자금으로 지출할 필요가 없다. 이런 비용은 부모님의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그 외 부분에서 증여받은 자산을 사용한다면 더 큰 증여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여자는 직계존속을 모두 포괄하므로 반드시 부모일 필요가 없다. 조부모, 외조부모 모두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모와 조부모가 공제 범위를 넘어 증여할 계획이 있다면 조부모가 우선 증여해서 공제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부모와 조부모의 증여 재산이 합산되진 않지만 증여재산 공제가 먼저 증여하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조부모는 세대 생략 할증과세라는 명목으로 증여세 일반 세율에서 30%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증여 순서에 따라 세금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혼인신고일 이전 2년, 이후 2년 사이에 증여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대출, 세금, 청약 등 각자의 자금 사정으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가구가 많다. 결혼 시기에 맞춰 미리 증여를 마친 상태라면 2년이란 기간 안에 반드시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증여일로부터 2년 이내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엔 2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가산세 없이 정한 이자 상당액만 부담하고 수정 신고 또는 기한 후 신고가 가능하다.
만약 결혼 자체가 취소된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혼인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발생한 달의 마지막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자에게 반환하면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차후 마련되는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인데 단순 변심에 의한 사유는 당연히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왔지만 아직 법이 시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사 내용들은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인데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야 실제로 적용된다.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말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이후 증여받는 사람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도 법 시행 이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이라면 개정된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활용할 수 있다.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을 갖고 진행 상황을 지켜보길 권한다.
김도훈 KB국민은행 WM투자솔루션부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