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출신 신디 응감바(25)가 8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75kg급 준결승에서 졌지만 동메달을 목에 걸려 난민 올림픽 팀(ROT)에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열 살 때부터 영국에 거주해 왔고 영국 대표팀과 함께 훈련했던 응감바는 아테이나 빌론(35, 파나마)에게 1-4 판정패를 당했다. 빌론은 마지막 3라운드 지나치게 껴안아 벌점 1점을 받았고, 한 심판만 응감바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세 심판이 처음에 무승부를 채점했다가 나중에 빌론의 손을 들어줘 4-1 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롤랑 가로 아레나에 야유가 쏟아졌다. BBC의 복싱 전문가 스티브 분스는 "심판들이 세 라운드 내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이었던 복서에게 점수를 줬다"면서 "빌론은 경고를 받았는데 심판들은 여전히 그녀 손을 들어줬다. 진짜진짜 이상했다"고 말했다.
판정 결과가 나오자 놀라고 낙담해 보인 응감바는 그래도 난민 팀을 대표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메달을 딴 최초의 선수로 올림픽 역사에 남게 됐다.
그녀는 열 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는데 태어난 조국 카메룬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동성애자라 조국에 돌아가면 징역 5년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스무 살의 응감바는 맨체스터에서 남동생 케넷과 함께 체포돼 런던의 구금 캠프로 후송돼 다음날 풀려날 때까지 조국에 송환될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녀는 볼튼에 살고 있는데 열다섯 살 때 복싱을 처음 시작한 곳이었다. 볼튼 대학에서 범죄학을 공부하고 졸업했다. 아직도 영국 시민권이 없어 파리올림픽 영국 대표팀에 선발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셰필드주에서 영국 대표팀과 함께 훈련했으며 그들과 어울려 대회 전 사진촬영까지 했다. 이날 빌론과의 준결승 코너에서 그에게 작전 지시를 내린 코치도 영국 대표팀 소속 코치였다.
난민 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첫 선을 보였지만 지금껏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12개 종목 37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응감바는 기수로 개회식 입장에 앞장섰다. 남자 5000m 결선에 오른 도미닉 로발루를 비롯해 사이클의 에예루 게브루, 태권도의 파르자드 만수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