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송편을 예쁘게 잘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전음방에서 몇날 몇밤을 골똘히 연구했고 모양을 보았던지라....

쌀 5kg와, 쑥 을 잘 받쳐 방앗간을 가져갔습니다. 이곳 제주 방앗간은 좀 빻아 주는데 인색합니다. 글쎄요.......쑥은 바쁘다고
빻아 주지도 않아 그냥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어떻하든 쑥을 넣으려고 컷트기에, 믹서기에 갈아 보았지만 잘 안되네요.

포도를 푹 끓여 살을 채에 내려 쌀가루에 섞습니다.

색이 짙지는 않지만 참 예쁩니다.

포도넣은 송편입니다. 멀건 포도색이지만, 제겐 참 예쁘게 보입니다. 속은 깨와 유기농설탕입니다.

유기재배 단호박을 푹삶아 넣구요. 7분도미 무농약쌀이랑 팔이 녹신하도록 주물렀습니다.

단호박송편과, 흰색 송편입니다. 마당에서 솔을 가위로 쑥떡 쑥떡 잘라오셨네요.....외할머님께서...(사실 제가 깜짝 놀란 사연이
한가지 있습니다. 반죽을 해 놓고 상을 펴 드렸더니 할머니께서 떡반죽을 뚝 떼어 속을 넣는 것입니다. 워낙에 오랜세월을 달관하신
분이셔서 얼마나 예쁜 송편을 빚으실까? 기대가 되었습니다.......계속 속을 넣은 반죽을 돌리기만 하시는 거예요. 돌리고 돌리고...또 돌리고 돌리고...한 15분쯤 지났어요. "할머니 송편을 왜 안 빚어요"...."응~~~너거들 안만드냐"....."조금 있다 시작할께요", 이웃집 새댁이랑 아가들 손씻기고 준비해 놓구요....." 아구야...나 송편 한번도 안만들어 봤다.........우리 동네선 송편 안만든다" ....엥~~~~~송편을
안만든다고요....." 아신아~~~~이리 오니라..." " 열매야~~~아신이 뭐하냐" 하시며 슬그머니 뒤로 빠지신다.....ㅎㅎㅎㅎㅎㅎㅎ
할머니 90년동안 송편을 안만들어 보셨다구요....정말요. "야야 쌀이 있었냐" , " 먹고살만 할때는 큰며느리가 찌고, 작은 며느리가
손주들이랑 만들고, 난 마늘까 줬다"............................................저희 할머니 송편 딱 하나 뭉쳐 놓았어요.

단호박과 녹차송편입니다.


가루녹차를 쑥 대신 넣었습니다. 색도 좋고, 풍미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아주 어릴때부터 집에서 제사를 지내진 않았어도 꼭 명절의식을 했답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멀리 덴버까지 2시간 걸려 떡살을 빻아와 송편을 만들고, 녹두전을 부쳤답니다. 아이들에게 명절의 모습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추억을 만들어 줄 요량이었어요.
제주에 오니 고향에 못가는 사람들이 많아 매년 송편을 같이 빚고, 먹고, 놀고 했답니다. 요번 추석엔 4 가족이 함께 만들었어요.


더덕부침입니다....새우전, 고추전, 동그랑땡, 꼬치전, 동태전, 표고버섯전.....두 소쿠리 가득 해 놓고 나니 허리가 눌씬합니다. 낼 아침 일찍 녹두전을 부치고...뿔고동전도..... 나눠 먹으려구요. 혼자 먹으면 맛없잖아요.
요 더덕전이 생각보다 고소하고 맛있어요. 그냥 밀가루에 소금만 넣고 부쳤는데....요. 식감도 좋고 권해 드리고 싶네요.
맛있는 것 많이 해 드시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지금처럼 풍성한 날들 되세요.
첫댓글 만들어놓은 음식만 봐도 배가 불러오네요. 하루종일 바쁘셨겠어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람니다.할머님 때문에 웃었습니다.ㅎㅎㅎ
또하나 저희 할머니 절 웃게 만드신 것------추석이라 돼지 한마리 추렴했어요. 집에 새로 강아지도 많고 가마솥도 있다고 머리와 등뼈를 다 저희집에 보냈더라구요. 할머니께서 몇시간을 가마솥에 머릿고기를 삶고는 눌러야 할 시간. 계속 불만 지피고 계시는 거예요. "야야~~꼭 눌러 놓으면 맛이있단다", "돼야지 고기는 대그빡 눌러 놓은 것이 맛나다잉" 하시며 하기 싫다는 머리를 굳이 삶으셔서 곧 누르시겠지 했답니다. "야야~~~다 삶긴 것 같다...눌러라" "제가요...저 안해봤어요. 할머니가 해 주세요." 어찌 어찌 삼베 보를 깔고 대강 뼈를 추스리고 누르려는 순간......"너 이거 눌러봤냐".....아니요!!......."그래 나도 안해봤다" ㅎ
오늘 텔레비젼에서 보니까 제주도는 송편을 UFO모양으로 만든다던데요... 혹시 충청도에서 시집가셨나요?
어....ㅎㅎ우리동네서는 송편을 비행접시 모양 만들었어요 ㅎㅎㅎㅎㅎ너무 신기햇던 기억납니다 송편이 맛있어보여요
맞아요...여긴 진짜 그렇게 만들어요. 그런데요....저희 신랑 경산이 고향인데, 그양반도 그렇게 만들던데요. ㅎㅎㅎㅎ전 다지방 문화를 다 섭렵해 손끝기분대로 만들어요. 요기 별별 모양이 다 있답니다.
저도 TV에서 제주도 송편 보았어요.옛날엔 제주도에 쌀이 귀했었다죠
그래서 아마 할머님께선 송편을 잘 안 만드셨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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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 남원에선 절편이나 간단한 것을 해 드셨나봐요. 모양은 좀 그렇고 그런데 잘 잡수시더라구요.
재미있게 명절 보내시고 계시는군요 송편 쫀득쫀득 맛잇겠어요
예...정말 재미있는 즐거운 추석 잘 보냈구요. 송편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잘 보내셨죠.
재미있게 명절 보내시고 계시는군요 송편 쫀득쫀득 맛잇겠어요
정성껏~~만드신 맛있고~이쁜~~송편~~고맙습니다~^^
ㅎㅎㅎㅎ이쁘진 않아요. 그래도 맛은 좋더라구요. 하두 조물락 조물락 거려서 그런지. ㅎㅎㅎ
정성이 가득 담긴 송편과 할머니를 섬기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행복한 추석되세요! 군침돌아서 큰일났어요.ㅎㅎ
예. 할머님이랑 지내며 만들어지는 에피소드가 신나게 합니다. 달도 밝고 휘엉청 비추어 정말 좋았습니다.
송편보고 풍성한 추석을 맞이합니다...
예...괜스리 잘만들고, 못만들고를 떠나 그냥 송편 그자체로 명절의 단란함이 좋습니다.
보름
처럼 예쁜아가의 모습이 너무나 편안하고 예뻐요

아름다운 마음씨에 우리의 전통이 이어가는거 같네요

조
예쁜아가도 먼
날 오늘을 기억하겠죠

감솨

아주 어릴때 전 시장에서 사다주신 옷 한벌과 신발을 받고 설레이며, 송편을 빚고 전부치던 기억이 명절로 그려집니다. 그래서인지 추석엔 뭔일이 있어도 송편을 빚어야 하는 그런것이 있습니다.
할머님의 말씀에 가슴이 아프네요.. 그럴수도 있었겠다 싶어요...쌀밥먹을때쯤되니 며느리가 생기셨다는...참 먹음직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