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인터넷포럼 토론 통해 경찰노조 설립
불가리아경찰은 2008년 12월 이래 줄곧 봉급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였다. 경찰도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찰노조를 설립하자는 인터넷토론회가 당시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마침내 2009년 2월 15월불가리아 경찰노조(Trade Union Federation of Employees in the Ministry of Interior: Tufemi)가 스타라 자고라 시에서 창립대회를 열기에 이른다.
불가리아 경찰노조 설립과정에 대하여 불가리아 중소기업연합회(UPEE) 테오도르 데체프(Teodor Detchev)의 글(2009년 5월 21일 작성)을 중심으로 불가리아 경찰노조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불가리아의 경찰노동권 보장은 경찰의 특성상 일부 제한이 있긴 해도 법으로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불가리아 내무부법 제265조 제2항은 경찰이 단결하여 직업적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호 지원하도록 노조를 만들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노조 조합원은 다른 노조에 가입하거나 다른 상급연맹이나 전국노총 등에는 가맹할 수 없도록 하였다.
불가리아 법은 경찰노조가 내무부 관리운영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금하는 대신, 경찰노조는 내무부 측의 간섭을 받지 않은 채 조합원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불가리아 법규는 비번 시간에 집회를 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내무부법 제266조에 따르면 순경과 경사(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위직 경찰)는 비번시간에 집회를 열 수 있으며, 실내 혹은 관공서 강당 등에서 제복을 입고 집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경찰노조 집회가 열리는 옥내공간은 해당 기관장이 제공하며 사용조건을 정할 수 있다. 경찰노조 집회는 기자 해설가 노조컨설턴트 같은 외부인을 배제한 채 마당에서 개최할 수도 있다. 경찰노조 연차총회 등은 10시간 범위 안에서 근무시간 중 개최할 수 있으며, 이때 지휘부는 소요시간과 장소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불가리아 내무부에는 구경찰노조 소방노조 문민노조 등이 2008년 말까지 활동하였다. 그러나 구경찰노조는 쇠퇴하였으며 구경찰노조와의 노사합의 기록은 2005년 4월이 마지막이어서 사실상 활동정지 상태였다. 경찰문민노조는 불가리아 독립노조총연맹 국가공무원독립노조연맹 소속으로 되어있다.
이에 새롭게 독자적으로 조직을 형성한 경찰관들은 “경찰포럼”이라 불린다. 이들은 인터넷 토론공간을 활용하여 각종 이슈들을 논의하며, 각종 항의시위 등을 개최 진행해오고 있다. 2008년 12월부터 이들은 여러 차례 집회를 갖고 50% 봉급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어떻게 관철해나갈 것인가 토론을 벌여왔다. 내무부 경찰지휘부는 이들에게 협상팀을 정해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이런 방식으로 구경찰노조를 실질적으로 무시하였다.
마침내 2009년 1월 14일 인터넷 경찰포럼을 통해 불가리아 북중부 지역 가브로보시에서 새로운 경찰노조 준비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으며 내무부의 여러 직종 대표들이 참석하였다. 내무부를 상대하는 협상팀 역시 지명되었다. 전국을 대표하는 포드크레파 노조총연맹과 전국을 대표하는 사용자 단체인 민간경제기업인협회 측이 온라인 경찰포럼 토론에 참여하였으며 이들은 인터넷 경찰포럼을 뒷받침해주었다.
2009년 1월 17일 경찰노조 협상팀이 여러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상당 부분 내무부법과 형법 개정, 현대적 경찰장비와 봉급인상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런 방안은 경찰 인터넷 토론방을 통한 뜨거운 논의 결과물로서, 새로운 경찰노조 설립 결정으로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2월 15일 새로운 경찰노조(Tufemi)가 불가리아 중앙에 있는 스타라 자고라 시에서 설립대회를 갖기에 이른다. 2009년 2월 28일 이 경찰노조의 설립신고서가 제출되었으며 같은 해 4월 경찰의 항의시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결국 2009년 봄 불가리아에서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즉 이른바 ‘새로운 매체’인 인터넷토론과 블로그 상에서 광범위한 토론을 전개하여 새로운 경찰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하의상달’ 보텀업 방식의 수평적 협력망을 통헤 노조가 새롭게 설립되는 흥미진진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벌써 2005년 이미, 불가리아 경찰포럼과 유사한 무궁화클럽이 만들어졌으나, 경찰노조를 요구 관철하진 못하고 있다. 그보다 훨씬 전인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을 통한 현장경찰 목소리가 분출하였으나, 경찰지휘부의 효과적인 통제와 일선경찰의 경찰노조 조직화의 역량과 의지 부족으로 인하여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바 있다. 무궁화클럽 활동 역시 동일한 요인으로 인해 경찰노조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경찰직협이 추진되고 있으나 일반 공무원노조처럼 직협에서 노조로 금세 제도를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미지수이다.
오히려 일반시민들이 경찰노조추진을 담당하는 형국이 전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컨택터스 용역폭력 조장이나,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유린하는 정치경찰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경찰내부에 경찰노조를 추진해야 한다는 시민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