似 而 非
似 : 닮을 사 而 : 말이을 이 非 : 아닐 비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도 본질이나 바탕은 다른 것)
중국 고전 사서(四書) 중 하나인 맹자(孟子) 진심편에 제자 만장과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만장이 스승 맹자에게 묻는다. “공자는 자기 고장에서 행세하는 선비인 향원(鄕原)을 덕을 해치는 자라 했습니다. 한 마을에서 칭송받으면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일 터인데 어째서 그들이 덕을 해친다 했는지요?” 맹자가 답한다. “향원은 비난하려 해도 지적할 게 없는 듯하고, 꼬집으려 해도 꼬집을 게 없는 듯하고, 청렴결백한 것 같지만 속내를 감추고 세속에 영합한다. 그러므로 덕을 해치는 자라 한 것이다. 공자는 비슷한 듯하지만 아닌 것(似而非)을 미워하셨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건 곡식의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하신 때문이다.” 사이비는 비슷하지만(似), 그러나((而), 같지는 않은 것(非)이다.
공자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 사람을 현혹한다고 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2500년 전에도 사이비가 사람을 속인 모양이다. 공자는 문질빈빈(文質彬彬)을 강조한다. 문체(文)와 바탕(質)이 어긋나지 않아야 빛이 난다(彬)는 뜻이다. 문체는 언변, 외모 포장, 디자인이다. 바탕은 인성, 자질, 콘텐츠다. 부실한 콘텐츠를 화려한 포장으로 가리는 것도 사이비고, 허접한 영혼을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가리는 것 역시 사이비다. 우리 사회는 유독 사이비가 판을 친다.
맹자는 공자의 말을 빌려 사람을 네 형태로 분류했다. 중용의 도리에 부합해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사람, 품은 뜻은 크나 실행이 이에 못 미치는 사람, 나름 지조가 있어 악은 행하지 않되 소심한 인물, 위선적인 처세로 좋은 평판만을 구하는 향원 같은 사람이 그 부류다.
세상은 자주 껍데기에 혹한다. 사이비가 여전히 미끼가 되는 이유다.
출처 : 맹자(孟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