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은 성공의 보편적인 규칙일까?
위대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밑바닥을 파헤치면 우리는 언제나 미시건 컴퓨터센터나
하키 올스타팀처럼 연습을 위한 특별한 기회를 견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사례를 놓고 실험을 해보자. 사례를 단순화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록 밴드인 비틀스와 세계에서 가장 갑부인 빌 게이츠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로 구성된 비틀스는 1964년 2월 미국에
도착해 음악계에서 흔히 말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영국 출신 록 가수가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 경향-역주)'을 시작했고
대중음악의 형태를 뒤바꿔 놓은 히트음반들을 속속 출시했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첫 번째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했는가 하는 것이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미국에 오기 7년 전인 1957년부터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우연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시작과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이 출시되기까지의 기간을 추산하면 10년이 된다). 그리고
이들이 거쳐 온 오랜 준비기간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하키선수와 빌 조이, 세계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들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뭔가가 발견된다.
1960년, 비틀스가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고등학교 록 밴드에 불과할 때 그들은 독일의
함부르크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비틀스의 전기작가로 《샤우트(Shout!)》를 집필한 필립 노먼
(Philip Norman)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함부르크에는 로큰롤(락앤롤) 클럽이 없었습니다. 전부 스트립 클럽이었죠. 그곳에
브루노라는 클럽 사장이 있었는데 그는 공정한 쇼맨으로 다양한 록 밴드그룹을 데려다 연주를
시키는 발상을 떠올렸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매시간 이어지는 거대한 논스톱
쇼에서는 많은 사람이 들이닥치고 또한 빠져나가죠. 그때 밴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놓는 연주를 하면 됩니다. 빨간 조명 아래서 연주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논스톱
스트립티즈라고 불렀어요. 당시 함부르크에서 연주한 수많은 밴드가 리버풀 출신이었죠.”
노먼은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밴드를 알아보기 위해 런던에 온 브루노는 소호(Soho)에서 우연히 런던에 잠시 들른
리버풀의 사업가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몇몇 밴드를 소개받았죠. 비틀스는 브루노뿐
아니라 다른 클럽 사장들과도 연줄을 맺게 되었습니다. 술도 많이 마시고 섹스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 일을 계속했습니다."
함부르크에서는 과연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을까? 급료가 제대로 나온 것도 아니고 음향이
훌륭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관객은 귀를 기울여 들어주었을까? 그렇지도 않았다.
특별한 것은 단지 그들이 엄청난 시간을 연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비틀스가 해체된 후, 함부르크의 인드라(Indra)라는 클럽에서 연주했던 일에 대한 존 레논의
인터뷰에 귀를 기울여보자.
"우리의 연주 실력은 점점 좋아졌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날이면날마다 밤새도록 연주를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죠. 우리는 그곳에서 더욱 열심히 노력했고 노래에 마음과 영혼을
담으려 애썼습니다. 리버풀에서는 고작 한 시간만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잘하는 곡만 반복해서 연주했죠. 하지만 함부르크에서는 여덟 시간씩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곡들과 새로운 연주방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덟 시간을 연주했다니 그 연습량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 당시 비틀스의 드러머였던
피트 베스트(Pete Best)의 말을 들어보자.
“클럽은 우리가 쇼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관객을 무더기로 입장시켰어요. 우리는
일주일에 7일 밤을 연주했습니다. 처음에는 밤샘 연주가 끝날 무렵 12~30명이 남았지만,
점점 실력이 좋아지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는 꽤 많이 남아 있었죠.”
일주일에 7일이라고? 하루도 쉬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비틀스는 1960년에서 1962년
말에 걸쳐 다섯 차례나 함부르크에 다녀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 그들은 106일 밤을 매일 네 시간 이상 연주했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92번이나 무대에 올랐고 세 번째에는 48번을 무대에 올라 172시간이나 연주했다. 마지막
두 번의 함부르크 무대 예약은 1962년 11월과 12월에 있었는데, 그때 90시간을 더
연주했다.모두 합하면 비틀스는 1년 반 넘는 기간에 270일 밤을 연주한 셈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성공의 대박을 터뜨린 1964년까지 그들은 모두 1,200시간을 공연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은 얼마나 특별한 경험일까? 오늘날 수많은 밴드는 전체 경력을 통틀어도
그만큼의 연주를 하지 않는다. 함부르크의 용광로는 비틀스를 다른 밴드와 다르게 만들어낸
요소 중 하나다. 노먼은 아주 흥미로운 말을 전해주고 있다.
“함부르크에 가기 전까지 그들은 무대 위에서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돌아왔을 때는 아주
훌륭해졌습니다. 지구력만 익힌 게 아닙니다. 수많은 곡을 익혔지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버전의 노래들, 다시 말해 로큰롤뿐 아니라 일부 재즈도 소화하게 되었죠. 그 전까지 그들은
무대 위에서 숙달되어 있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함부르크에서 돌아오자 그들은 차별화된
소리를 내기 시작했지요. 비틀스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로 구성된 영국의 전설적 그룹, 비틀스
함부르크 시절, 그들은 1년 6개월 동안 일주일 내내 하루 여덟 시간씩 연습했다.
- ‘말콤 글래드웰’ 저, ‘아웃라이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