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김정은 열차, 위치추적 회피 장치 갖춰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각국 요리 제공, 푸틴 열차보다 편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에도 전용열차 ‘태양호’를 타고 러시아로 갔다. 2019년 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남쪽 베트남 하노이로 향한 그 열차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로 실패한 뒤 같은 해 4월 태양호를 타고 북쪽 러시아로 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10일 자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러시아행 전용 열차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3.09.12. [평양=AP/뉴시스]
12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10일 짙은 녹색의 전용열차에 올라 손을 흔들며 평양을 떠나는 사진을 공개했다. 태양호는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가 국경 밖으로 향할 때 주요하게 이용했다.
11일 영국 BBC 방송,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태양호 차체 바닥에는 강철 방탄판이 설치돼 폭발물로부터 객차를 보호하며 인공위성 추적 회피 장치도 탑재돼 있다. 열악한 북한 선로 상태와 방탄판 등으로 중무장한 탓에 시속 50∼60km로 달린다. 2019년 하노이 방문 때는 편도 65시간이 걸렸다. WP는 “북한 지도자들은 보안과 안전 때문에 열차를 이용한다”라면서도 “(북한이 보유한) 옛 소련 항공기 노후화를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은 김 위원장이 국제적 관심을 더 오래 끌기 위해 일부러 소요 시간이 긴 기차를 택했을 수도 있다고 12일 분석했다.
객차는 약 90량으로 회의실, 접견실, 침실뿐만 아니라 노래방, 응급의료 시설 등을 갖췄으며 김 위원장 전용차인 벤츠 리무진을 실을 수 있다. 2001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당시 동행한 콘스탄틴 풀리콥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책 ‘동방특급열차’에서 “러시아식, 중식, 한식, 일식, 프랑스식 등 어떤 요리든 주문할 수 있었다. 진미의 신선도를 보장하기 위해 랍스터를 기차로 운송했고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은 파리에서 비행기로 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용열차도 이 열차만큼 편안함을 느끼진 못했다”고 밝혔다.
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