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공오리의 여정 — JTBC 마라톤을 달리다
어제는 참으로 긴 하루였다. 아니, 하루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새벽 세 시에 눈을 떴으니, 어쩌면 전날부터 잠을 설친 채 이어진 하루였다.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고, 죽 한 그릇으로 간단히 속을 달랜다.
아직은 어둠이 남아 있는 시간, 마라톤 후배와 병점역에서 첫차를 타고 올림픽 경기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기다리던 JTBC 마라톤 대회 날이다.
나는 대회에 참가해 달리는 그 순간이 좋다. 집을 나설 때부터 이미 가슴이 뛴다.
대회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우퍼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저음의 박동이 몸을 흔든다.
그 소리와 함께 심장도 덩달아 박동을 높인다.
덕분에 종종 오버페이스를 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행복하다.
월드컵경기장 일대는 아침부터 러너들의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수많은 주자들이 모여 서로의 열정을 자극한다.
나는 C조 출발무리 앞줄에 섰다.
옆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며 마음속에 불을 지핀다.
오늘은 꼭 PB,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보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8시 정각, 휠체어 러너들이 먼저 출발한다.
이어서 엘리트 선수들, 동호회 고수들이라는A조, B조가 차례로 기록측정 매트를 밟는다.
그리고 8시 9분, 드디어 C조의 출발 신호가 울린다.
백공오리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상암으로 바뀐 코스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두 번은 레이스 패트롤로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며 다 뛰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오롯이 나만의 레이스다. 앞 조라서 그런지 주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첫 1키로 랩 페이스는 5분 1초. 조금 빠르지만 몸이 가볍다. 그래 이대로 가보자.
한강 다리를 건너며 잠시 트래픽이 심해졌지만, 작년처럼 10km 주자들에게 추월당하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씨조의 여유 ㅎㅎ
여의도 KBS 사옥 근처부터 속도가 오른다. 4분 55초 페이스. 이러다 3시간 29분 나오겠는데?
하는 쓸데없는 기대가 피식 올라온다. 하지만 그 기대가 오히려 나를 끌어당긴다.
마포대교를 건너며 연도의 응원이 폭발적으로 쏟아진다.
화이팅! 그 한마디 한마디가 근육 속으로 스며들어 다시 발을 밀어낸다.
서소문? 긴 언덕을 가볍게 넘고 종로로 접어든다.
4분 50초의 속도로 신작로를 달리며, 동대문을 지나 신설동, 답십리까지 이어지는 응원 속을 헤집는다.
숨은 차오르지만 발은 멈추지 않는다. 이러다 정말 3:29 할지도 몰라!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장안동을 지나 어린이대공원 앞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다.
하지만 잠실대교 진입, 30km 지점에서부터 느껴지는 묵직한 피로감. 페이스는 서서히 5분 초반으로,
이어 5분 30초로 떨어진다.
좋다 이 속도로 가보자. 목표는 3시간 40분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학여울역 가기전 언덕에 접어들 즈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림천 도반들의 외치는 소리 신작로다 옆을 돌아보니 도림천 도반 몇 분이 응원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발걸음을 멈추고 콜라 한 모금을 받아마신다. 그 짧은 순간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다시 뛰어오르지만, 학여울로 넘어가는 다리의 업힐은 만만치 않았다.
속도는 6분대로 떨어질락말락했다. 이를 악물고 5분대 후반을 유지하며 마지막 언덕을 넘는다.
드디어 결승선의 아치가 눈앞에 보인다.
백공오리의 긴 여정의 끝.
아치를 통과하며 시계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한다.
무사히 달릴 수 있었던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물 한 병을 받아 들고, 리커버리 분말을 받아들고 생수에 타 마신다.
메달을 수령하고, 짐을 찾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 추위를 견디며 기다려준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어디있어?
완주했니 일찍 들어왔네 고생했다.
그 한마디에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친구를 만나 오늘의 레이스를 조잘거리며 이야기한다.
간식 수령을 위해 또 한참을 줄 서서 걷는다.
다리는 이미 굳어가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달리고 있다.
햇살이 따뜻한 체육관 계단에 앉아 단백질 음료와 빵을 먹는다.
옆에서는 다른 러너들과 수다가 이어진다. 오늘 코스 힘들었죠? 그래도 날씨가 좋았어요. 웃음과 무용담이 오간다
하지만 배가 고파온다. 밥 먹으러 가자.
한성백제역 건너편 한정식집 산내들로 향한다.
식당으로 오르는 2층 계단이 유난히 높게 느껴진다. 다리에 남은 피로가 그제야 실감난다. 그러나 그 힘듦마저도 행복하다.
오늘 하루, 나는 또 한 번 나 자신을 넘었다.
달리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살아 있음을 느꼈다.
비록 PB는 못 갈아치웠지만.
완주기록 3:38:33 그래도 이게 어디야
집으로 오는길 마라톤 총회 뒷풀이에 참석하여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던중
마라톤 아우 강$군이 쓰러져 사경을 헤멘다 동료가 심페소생술을 하지만 호홉이 돌아오지 않는다
도착한 119대원들이 응급조치후 병원으로 이송하며 심박은 돌아왔는데 의식이 없다고 ㅠㅠ
어수선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받은 메달과 바나나등 간식을 각시 사진앞에 올려두고 잘 다녀왔네
하는 것으로 하루의 긴 여정을 끝내는데
강#군 우리와 이별 했다는 비보가 전해져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피곤 하지만 잠은 안오고 한 두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술 좋아하던 아우 술 마시다 갔으나 잘 가라고~~~
25025.11.03 아침
어제에 피로가 덜 가신 신작로 씀.
첫댓글 용인 3인방
잘뛰는 야생마,
날렵한 제비,
아직도 마라톤 열정이 가득한 신작로 무사히 완주
고향 용인 친구만 빛난하루 ㅎ
@야생마 촌 동내 한터 살던 제비야 언능 들어와 댓글 달아라
긴 여정 고생마니했구료
호기록 수립 왕 축하하네
내년에도 몸관리 잘해 멋찐 모습 주로에서 만나세
이달말 인천도 간다
잠시나마 329꿈꿀때는 행복한적도 있었다
넵..고수님..
수고하셨네..
난 간신히 4시간ㅡ40초..
고생 하셨어
이제는 58에서 고수님이다
나도 뛰었다
3시간 50분 페메
고생 했구먼
진정한 마라토너에게 박수를~ ㅉㅉㅉ
그러기야 하겠냐마는 진지하게 뛰었네
대단한 열정 & 대단한 실력입니다~~~^^
그래도 신나게 뜀
잡힐뻔 했네 😀
훌륭하십니다 👍 👍 👍
작년 춘마 같은 세시간대
올해제마는 같은 30분대 ㅎㅎ
고생하셨고, 기록도 훌륭하네. 축하 !
유명을 달리한 후배분의 명복을 비네.
좋은기록에 으쓱 했는데 안좋은 일 때문에 어제종일 ㅠㅠ
작로 으리르신!! 질풍노도와 같은 마라톤을 하시느라 노고많으셨습니다.
작고하신 아내님에게 오늘 하루일과를 프보고하는 경건한 절차를 읽으며 참 숭고하신 사랑을 하셨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나게 뛰고 맛난것 먹고 우울하고 하루에 일어난 일 치고는 다사다난 했네
마라톤에 진심인 그대!
찬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네.
격려 고맙네
내가 달린 느낌이네
긴 여정 좋은기록 완주 축하해 ~
거꾸로 가는 작노성~~
신작로가 아닌 고속도로네. 좋은기록 완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