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와 200m를 동시에 제패하는 '스프린트 더블'을 노리던 노아 라일스(27·미국)의 꿈이 코로나19 때문에 좌절됐다. 그는 8일(현지시간) 스타드 프랑스에서 이어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70을 기록하며 동메달에 그쳤는데 코로나에 감염되고도 이런 성적을 거둬 자부심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4일 남자 100m 결선에서 1000분의 5초 차로 기적과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6일 아침 일찍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결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200m 결선이 끝난 뒤 레칠레 테보고(21·보츠와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며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트랙을 떠났다.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200m 3연패를 달성한 그는 라이벌들에게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을 숨겨왔고, 이날 결선 트랙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방 뛰며 트랙을 내달렸다. 하지만 레이스가 끝난 뒤 코로나가 "내 성적에 명확히 영향을 미쳤다. 난 많이 쉬어야 했다"면서 "밤새 콜록콜록 했다. 그래도 내 자신이 더 자랑스럽다. 그리고 여기에서 코로나와 하께 동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레이스 뒤 어질어질했다. 호흡도 짧고, 흉통도 있다. 하지만 잠시 뒤 숨을 참을 수 있었으며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
라일스는 4x100m 계주와 4x400m 계주에 나설 수 있는데 그는 나중에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이날 경기가 2024 올림픽의 마지막이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내가 꿈꾸던 올림픽은 아니지만 내겐 많은 즐거움을 안겼다. 바라건대 모두가 이 쇼를 즐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19초4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테보고는 종전 개인 기록(19초50)을 경신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신기록까지 수립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테보고는 어린 나이에도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갖춘 육상 단거리 선수다.
2021년과 2022년 20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100m 2연패를 달성하는 등 떡잎부터 남달랐고,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는 100m 은메달과 200m 동메달을 따며 쟁쟁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시 세계선수권 이 두 종목에서 모두 라일스에게 우승을 내줬는데, 테보고는 파리올림픽에서 설욕했다. 물론 보츠와나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케네스 베드나렉(26·미국)이 19초62로 은메달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