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행 뱅기를 타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고요하다. 만남의 광장 문지기(?)를 깨워 체크
아웃을 하고는 밖으로 나왔는데, 환경미화원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만 청소를 하고 있을 뿐,
차도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무거운 눈꺼풀을 받치고는 로컬 59번 버스를 타러 갔다. 만.광
의 아저씨가 공항 버스 타고 가면 1~2시간 더 잘 수 있다고, 그러라고 했는데 또 자린고비
정신 발휘해서 로컬 탄다. ^^; 아마 공항 버스는 70바트인가 80바트인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는 않는다. 로컬은 보통 5바트 정도..키키!! 근데, 이노무 버스 올 생각을 안한다. 참, 방콕의
많은 버스들은 24시간 운행 하는걸로 알고 있다. 40여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59번 버스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손 흔들며 덜렁덜렁 뛰어가는데, 앗!! 이노무 버스 그냥 지나친다. 버스
기사 아저씨 내랑 눈도 마주쳤는데 그냥 가버렸다.ㅡㅡ;; 우짜지? 그 땐 이미 날도 훤해졌
고, 차들도 많이 다녀서 어쩌면 공항 가는길이 막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급해진....상지
니... 이론! 설마 택시 타야하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완전 손해보는 장사잖아! 잠 못자
고, 차비 훨씬 마니 쓰고, 고생하고.... 이그~~~ 아니다! 좀만 더 기다려보자.
15분 쯤 더 있으니까 다행이도 59번 에어컨 버스가 온다. 휴~~ 에어컨 버스는 18바트다.^^;
잠도 많이 못잤고 그래서 잠시 졸고 있는데 도대체가 추워서 잘 수가 없다. 아침이라 그렇
게 덥지는 않는데도, 에어컨...넘 심하게 튼다! 진짜, 무식하게 튼다. 온 몸에 닭살 돋고, 가방
을 이불 삼아 가방 끌어 앉고 덜덜 떨면서 갔다.ㅜㅜ
그것 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버스 차장이 졸고 있는 나를 깨우더니 내리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return back!"이란다. 왜지? 음... 그냥 공항이 약간 뒤쪽에 있나보다 생각하고는 길
가르켜 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컵쿤" 이라 말하고는 기분 좋게 내렸다. 이제 버스타고 온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한 5분 정도를 걸었는데 공항이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인다.
공항 비스무리 한 것도 없다. 자동차들만 쌩쌩 거리며 달릴뿐.... 순간 또 불안한 느낌!
뭔가 이상하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길래 일단 계속 걸어가 보기로 했다. 빠른 걸음으로 땀
뻘뻘 흘리면서 20여분 걸었을꺼다... 저만치서~ "air"라는 단어가 얼핏 보인다. 휴~~~ 살았다
싶어 안심하고 가까이 갔는데...으~~~~~~~ 공항이 아니라, "airforce basement"다!!!
이론, 이거 뱅기 못 타는거 아냐? 생각할수록 후회가 된다. 공항 버스 탈껄.....ㅜㅜ
거기 경비 서고 있는 아저씨께 물었는데 "airport"란 단어를 못 알아듣는다. ㅡㅡ; 손짓 발
짓 다 섞어가며 겨우 내 뜻을 전달했더니, 다행이도 공항 쬐~금 가깝단다. 거리는 3km!!!
가방 둘러메고 가자니 먼 거리임에 틀림 없지만 그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방콕에서 가
장 즐겁고도 보람찬, 그러면서도 가장 여행다운 여행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거리는 사람들은 거의 다니지 않고 차들만 주로 다니는 거리라 상당히 씨끄러운 거리였다.
그래서 내가 소리 질러도 누구 들을 사람도 없거니와, 잘 들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하긴 뭐
내가 한국말로 하면 누가 알아들으리~~ 그래서! 불렀다............노래를~ 그것도 목청 터지도
록, 내가 좋아하는 윤도현 밴드의 "너를 보내고",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발걸음"...등등 캬... 정말 즐거웠다. 그 순간 만큼은 물걸레가 되어 버린 내 셔츠며, 가방
때문에 저려오는 내 어께며, 힘든 모든 걸 잊고 오로지 걷고 노래하는 그걸 즐겼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공항에도 금새 닿을수 있었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내가 들어간 쪽은 돈무앙 뒷문 쪽이었다. 주차장이 있고 공항버스들이
돌아나오는... 당연히 길을 모르니 또 물을 수 밖에... 그렇게 물어물어 미얀마 항공 체크인
하는 곳을 알아냈는데~ "row 5"에서 한단다. 그런데 그 때 시각이 7시 50분.... 체크인은 보
통 2시간 전에 하기 때문에 1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공항세 500바트 내고...
"row 5"에 가보니 "보리수"씨가 있었다. (여기서 잠깐, 어제 빼먹은개 있는데 방콕의 만.광
에서 이 분을 만났었다. 양곤에서 식당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인데, 물론 한국 분이다. 그 분
도 나랑 같은 날에 미얀마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 분은 오후 뱅기를 탄다고 했었다. 난 오전
뱅기를 타기 때문에 못 만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만난 것이다. 미얀마 여행을 많
이 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가 있다...^^)
당연히 반갑지!!! *^O^*... 새벽 5시부터 뱅기 타야한다는 일념으로 어렵게(?) 공항에 도착
했고, 이 처럼 낯선 곳에서 한국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어찌 구세주 같은 느낌이 안들
었을꼬! 그것도 미얀마에 대해 빠삭한... 그런 사람을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보리수씨와
그와 동행하던 MR.woo씨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듣고 몇가지 물어보
면서... 양곤 공항에서 중심부까지 택시도 얻어타면서! 공항서 중심부까지 외국인이 흥정하
면 보통 3$. 많이 깍아도 2$ 정돈데, 보리수씨 어렵지 않게 1000k에 합의 본다. ^&^
(k=kyat 미얀마 화폐 단위인데 1k=2.5원 내지는 3원 정도.) 양곤 행 비행기 탈 때는 소문대
로 40분 연착 되었다. 종종 아니 자주 미얀마 항공은 연착 된다. 그래도 비만 방글라데시 항
공에 비하면 훨~ 낫다는....^^;; 보리수씨의 가게(global)에 가서 식사도 하고 맥주도 먹고 참,
여러 가지로 신세 많이 졌다. 그래서 그런지 맘이 불편했다. 빚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MR.woo 아저씨는 캄보디아의 시엠립에서 앙코르왓 가이드로 일하고 계신다. 이 분한테서
참 많은 얘길 들었는데 캄보디아 정치 문제부터 시작해서 여행자로서 알고 있어야 할 중요
한 뭔가를... 단순히 의례적인 충고나 정보가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 같은 뭔가
를.... 어쨌든, 오늘 얻은 것 참 많다! 많은 이야기와 " 글로벌 "에서 사귄 매니저 "딴세"..등
글로벌은 현지인들 상대로 장사를 하는 곳이지만 한국인에게는 무료로 식사도 제공하고 필
요할 경우 잠자리도 제공해준다. 아마도 미얀마에 여행오는 한국인이 드물어서 그게 가능하
지 않을까 싶다! ^^
글로벌에서 한 숨 돌리고 난 숙소 잡으로 갔다. 잠자리까지 얻어 자기에는 아직 내 철판이
얇아서 일꺼다!..^^;; 배낭족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GARDEN G.H"엘 갔다. 양곤의 중
심인 "SULE PAYA" 근처에 있는데, 직원들 모두 친절하다. 내가 여기에 간 가장 큰 이유
는 인터넷에서 소개 받아서 이기도 하지만 "냐마스테"라는 한국 분이 여기에 많은 자료를
놓아 두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잔 방 값은 4$(공동욕실,아침제공,선풍기). 태국에 비
하면 확실히 방값은 비싼 것 같다. 그래도 이 G.H 시설은 엄청 깔끔하다. ^^
휴~~~ 미얀마 첫날... 그 느낌을 말해보자면, 음....... 방콕에 비해 첫 인상은 너무 좋다. 방콕
은 복잡하고 씨그러운 이미지가 많이 있는데 반해 양곤은 뭔가 다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오늘 글로벌에서 여행자들이 적어 놓은 "정보노트"를 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복사도
해 놓았다. 앞으로의 여행을 어떻게 하는지 계획도 잡을 수 있었고, 어딜가서 뭘 보고 오면
좋을지도...^^ 아마 양곤을 이틀정도 돌아보고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중에 하나라는
"BAGAN"부터 가지 않을까 싶다. 낼은 버간행 버스표도 사고 양곤 구경도 하고....
잼나겠다! ^^
아! 글로벌의 매니저인 "딴세" 애길 빼먹었네...
28살 남자고, 인상이 넘 좋다! 웃고 있는걸 보고 있자면, 남한테 거짓말 같은건 죽어도 못할
것 같은....그런 인상이다. 정말 정감이 간다.^^ 영어도 상당히 잘하고...
여자 친구가 있는데 일본 사람이란다. 일본에서 미얀마어 강사로 일하고 있고, 가끔 NHK라
디오 방송에서 미얀마어 통역일도 한다고 한다. 7월 9일에 미얀마에 온다고 하는데 내가 여
행 끝마치고 다시 양곤 돌아오면 그 때 인사시켜 준단다.^^*
에고... 군사독재로인해 고통받는 미얀마, 여행자들이 쓰는 달러가 그들을 더욱 부하게 하기
에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여행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미얀마.... 어쨌든 난 지금
미얀마에 와 있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들의 민주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누가 꾸짖어도
할 말은 없지만, 잠시나마 내 달러가 미얀마 사람 일부에게는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도움
을 줄 수도 있다고 자위 하면서 미얀마에서의 하루를 지새우고 있다.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그리고 생각하고 돌아가야지... 온 몸으로 느껴볼테다. 그리곤 돌아갈꺼다. 내 몸속에, 마음속
에, 머리속에 꽉~ 채워서!!! 음...
P.S > 일기에 보니 이런게 적혀 있었다.
*** 여유있는 맘으로 차근차근 여행해야겠다. 유적지나 볼 거리 하나 더 보는게 중
요한게 아니라는....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혹, 중요하고 유명한 것 한 두 개쯤
못 보더라도 나만의 느낌을 가지고 다른 문화, 사람들을 접하는게 훨 중요할 것
같다. 흔히들 행복은 사소한 것에 있다는 말을 하잖아... 그런 것처럼 사소한 것
배우겠다는 자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