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시학 제천 청풍명월 시낭송(제6회)-2005.10.22.토
2005년 10월 22일 토요일
장소 : 충북 제천시 청풍문화재단지 팔각정
착각의 시학 연구회는 뜻이 맞는 문인들이 모여 시학에 대한 연구 및 시낭송, 문학행사를 주관하여 행하기도 하고, 타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는 문학인의 모임이다. 김경수 시인이 회장이고 나는 편집위원이며 총 회원은 30여명이다. 후일에 각자의 고향 언덕에 시비까지 건립해 주자고 원대한 꿈을 갖고 출발한 단체다.
2005년 4월에 첫 모임을 시작으로 오늘이 제6회 시낭송 행사다. 충북 제천에 회원이 있어 그곳에서 모이기로 했다. 우리들의 활동은 기본 수칙이 인터넷상으로 교류가 가능한 조건으로 되어 있어 닉네임 혹은 실명으로 <착각의 시학> 카페에서 매일 만나고 있다. 그래서 오늘처럼 얼굴을 마주보며 만나는 날은 더욱 반갑고 문우의 정을 듬뿍 나눈다.
서울팀은 양재역 구민회관 앞에서 모여 10시 30분에 출발했다. 이혜너 시인의 봉고차로 12명이 타고 가고 일부는 청량리 쪽에서 기차로 내려갔다. 토요일이라서 조금 정체구간이 있었지만 회원들의 즐거운 대화로 지루함이 없다. 나는 구운 은행을 가져다 나누어 주고, 청미님은 여러 간식거리를 준비해 와서 나누어 먹으며 즐거웠다.
차가 원주 문막 휴게소를 지날 때 우리의 행선지에 대한 절경을 예감케 했다. 강원도와 충북 땅은 들어서기만 하여도 산세가 아름다운 비경이다. 삼거리에서 제천 방향으로 조금 가니 산 계곡에서 발원하는 충주호의 첫 물줄기가 보이고 산과 호수가 만나는 숲길을 달릴 때 호수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드디어 청풍문화재 단지에 이르러 충주호를 바라보는 호숫가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맑은 물에서 건져올린 물고기, 메기매운탕과 올갱이된장국이 일품이다. 제천시 보건소장으로 있는 우리 회원님이 대접한 음식이라서 더욱 맛있고, 고마움으로 먹었다.
오후 4시,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시낭송을 위해 청풍 문화재 단지 팔각정에 올랐다. 서울에서 올 때 4시간이 소요되어 오후 2시 30분에 도착해서다. 충주호와 산성이 어우러진 곳에 팔각정이 오롯하게 솟아 있고, 청풍명월이라 부르는 이름만큼 교교한 아름다움이다. 바람까지 불어 시심을 흔들고 우리는 미니 마이크에 각자의 시를 실어 사위가 산으로 병풍을 친 꿈속 같은 뽀얀 공간에 깔았다. 이곳에 온 관광객은 즉석의 애청자로 함께 자리하여 나누어준 시낭송집을 들고 우리와 하나 되기도 했다. 원래는 시낭송에 겸하여 문학강연과 나의 국제펜 참관에 발표를 준비했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시낭송 이외의 순서는 간단히 하고 넘어갔다. 회원 하나 하나의 뜨거운 시낭송은 충주호에서 뿜어 올리는 분수의 무지개 빛처럼 아름답고 하늘과 산과 물 위에 사롯이 서리운다. 사람들은 시인의 행복을 알까.
시낭송이 끝났을 때 해는 붉은 빛을 떨구고 산을 넘어가고 바람이 몰아온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둘러 내려와 가마솥 설렁탕 집에서 영지차와 두부찌게로 몸을 녹이고 동동주 한잔으로 오늘의 시낭송 축제를 자축하며 우의를 다졌다. 이혜너 사무국장은 작은 천 가방에 '착각의 시학' 이라는 글씨와 고운 무늬를 새긴 선물을 주고, 나는 구운 은행을 한줌씩 나누어 주며 겨울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언어로 분위기를 따사롭게 했다.
시간은 점점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제천의 두 회원과 작별인사를 나눈 후 상경했다. 주말이라서 좀 도로가 막혀 서울에는 밤 11시경 진입했다. 나는 양재역에서 11시 40분 수원행 좌석버스로 집에 돌아왔다. 마중나온 남편과 함께 잘박잘박 걷는 밤길은 짙은 낭만으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