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가 심상치 않다. 무섭게 오른 환율 탓인지 해외여행 대신 아름다운 풍광에다 동남아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분위기, 우리말이 통하는 제주도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최근 KBS ‘1박 2일’ 팀의 제주도 방문 이후엔 항공편 구하기가 어려워졌을 정도란다. 가족의 달 5월,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인 여성조선 독자만을 위한 특별 코스를 소개한다.
어느 날 문득,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마실이라도 다녀오듯 훌쩍 제주도로 살러간 처자가 있었다. “한 1년쯤 지내다 올게” 하며 여행 가방 하나 들고 떠난 그녀의 여정은 2년을 넘겨버렸고, 그동안 그녀를 만나러 온, 제주도를 만나러 온 지인들과 구석구석을 돌며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샅샅이 캐냈다. ‘나는 아직도 섬을 잘 모른다’고 수줍게 말하지만 그녀는 누군가 ‘며칠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 하면 당장 흰 종이를 꺼내 쓱쓱 코스를 짜줄 정도로 ‘제주도 여행 전문가’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어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이란 책까지 내고 말았다. 읽다보면 아름다운 사진과 글에 여행 에세이인가 싶지만, 누가 잡지기자 아니랄까봐 실용적인 정보가 꽉꽉 채워져 있는 제주도 여행 가이드다.
저자 최상희 씨가 제주도가 가장 아름다운 5월, 제주도를 방문할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여정을 짜주었다. 각종 쇼핑으로 피곤해지기 쉬운 여행사 패키지 여행과는 다른, 어른과 아이들이 여행기간 내내 모두 즐거울 코스란다. 꼭 이 코스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뛰어 넘어도 좋고 가고 싶은 곳을 끼워 넣어도 좋을 것이다. 5월의 제주는 지도 없이도 눈길, 발길 가는 곳마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첫째 날 서쪽 해안
▲ 1. 금릉해수욕장 2. 서광다원 3. 초콜릿박물관
1st course 금릉해수욕장
여름이면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협재해수욕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지만 불과 몇 발짝이면 닿는 금릉해수욕장에는 웬일인지 거의 사람이 없다. 마치 개인 비치같이 홀로 백사장을 거니는 호사를 누리며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면 이국적이라는 탄사가 절로 나온다.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비양도는 그대로 헤엄쳐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 관광포인트 조용한 바다를 원한다면 최적의 장소. 샤워실과 화장실도 쾌적하다. 협재해수욕장과 달리 파라솔을 많이 대여하지 않는다. ● 숙소 금릉해수욕장 바로 뒤에는 소나무 숲 아래 야외 캠핑장이 있다. 이용료는 1인 1천 원. 텐트가 없을 경우에는 대여료를 받고 빌려준다. 옹포리 마을에는 저렴한 민박집이 많다. 펜션으로는 바다 바로 옆에 ‘코지하우스’(064-796-0945)가 있다.
2nd course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찾은 유일한 곳이다. 찬바람이 가실 즈음, 나는 꽃을 보러 간다. 동백과 유채꽃을 시작으로 매화와 벚꽃, 튤립과 철쭉이 차례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곳에서 넋을 잃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열대식물이 피어난 온실과 향긋한 허브 정원, 작은 인공폭포와 연못, 공작이 날개를 펴고 있는 새공원, 전통 민속마을, 분재원, 거기다 협재·쌍용 동굴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출출해지면 민속마을 앞에서 파는 초콜릿 바른 바나나 하나를 사 먹는다. 어떤 때는 이 바나나를 먹으러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 관광포인트 워낙 넓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꽃이 흐드러진 정원에서는 잠시 숨 돌리는 여유를 가질 것. ● 입장료 성인 7천 원, 경로자 5천 원, 청소년 4천500원, 어린이 3천500원 ● 개장시간 하절기 8:30~19:30 동절기 8:30~18:00, 연중무휴 ● 문의 064-796-0001~4 www.hallimpark.co.kr
lunch 황금륭 골든힐 허브팜의 ‘빅버거’
햄버거의 크기는 웬만한 사람 얼굴은 가볍게 가려주는 빅! 빅! 사이즈! 그 맛은? 상큼하다! 제주산 흑돼지에 허브를 넣어 잡냄새를 없애고 직접 기른 채소와 허브, 과일을 잔뜩 넣어 만든 햄버거는 절대 패스트푸드라고 말할 수 없는 요리다. 1층 벽면에 붙어 있는 즉석 사진들은 두 사람이 허브버거를 다 먹었을 때, 이를 기념해서 찍은 것들.
● 허브버거와 허브바게트 각 1만5천 원. 1132번 도로 타고 고산 육거리에서 산양 오거리 방면 진입 후 4km. 064-773-0097
▲ 4. 한림공원 5. 황금륭 골든힐 허브팜의 '빅버거'
3rd course 서광다원과 녹차박물관
산방산 근처 서광다원은 최근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는데, ‘오설록녹차박물관’이 입소문 나면서부터다. 무료로 개방하는 오설록박물관에는 차와 찻잔 등도 전시하고 있으나 뭐니 뭐니 해도 녹차케이크와 녹차아이스크림을 맛보기 위해 들르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 맛이 최고라기보다는 바쁜 여정 중에 지친 몸과 마음에 ‘반짝 힘을 주는 원기 충전제’ 같은 것. 사실 맛있기도 하다!
● 관광포인트 서광다원에서는 어린잎을 따는 4월과 5월에 걸쳐 녹찻잎을 직접 딴 뒤 덖어서 가져갈 수 있는 행사도 하고 있다. ● 입장료 무료 ● 개장시간 하절기(4~9월) 10:00~18:00, 동절기(10월~3월) 10:00~17:00 ● 문의 064-794-5312~3 www.osulloc.co.kr
4th course 초콜릿박물관
어른 입장객에겐 시원한 원두커피를, 어린이 관람객에겐 초콜릿 한 개씩을 선물한다. 파란 잔디밭과 초록 나무 사이로 앙증맞은 빨간 새집이 달린 나무들, 그리고 원색의 트롤리버스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 관광포인트 남는 거라곤 ‘사진뿐!’이란 신념을 가진 관광객에게 추천. 내부 전시물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프트 숍에서 초콜릿을 구입하면 입장권 금액만큼 할인해준다. ● 입장료 성인 4천 원(여름 성수기에는 3천 원으로 할인해준다). 초등학생 이하 무료 ● 개장시간 3~6월, 9~10월 10:00~18:00 7~8월 10:00~19:00, 11~2월 10:00~17:00 ● 문의 064-792-3121 www.chocolatemuseum.org
dinner 쉬는 팡
사르르 녹는 고기 맛! 말 그대로다. 두툼한 삼겹살을 솥뚜껑 위에 올리고 왕소금을 솔솔 뿌려 굽기 시작하면 그 고소한 냄새에 참기가 어렵다. 주택을 개조한 건물 앞에 무성한 나무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넓은 정원이 펼쳐져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다. 마치 별장에라도 온 듯한 기분.
● 흑돼지 200g 1만 원. 동치미국수 4천 원, 중문관광단지 입구 대유랜드 방면으로 가다 우회전. 064-738-5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