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경칩(驚蟄)‘을 맞습니다.
그러나 날씨는 추워지고
강풍에 황사까지 몰려오며,
또 그놈의 ’코로나‘까지
극성을 부리는 탓에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이 될까
적이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꽃피고 새가 지저귀는
따스한 봄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설 겁니다.
(해)경칩 [驚蟄]
오늘 3월 5일은 경칩(驚蟄)입니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데 경칩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초목에 물이 올라 싹이 돋고, 땅속에 들어가 겨울잠 자던
동물, 벌레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고 해서 ’경칩‘
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경칩의 뜻을 풀이하면 놀랄 ’경(驚)‘에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입니다. 말 그대로 ’경칩‘의 의미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뜻입니다.
이즈음이 되면 겨울철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한난(寒暖)이
반복됩니다. 그러면서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차츰 봄으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칩은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세 번째로,
우수 다음의 절기로, 양력으로는 3월 5, 6일경부터 춘분
(3월 21일경) 전 까지며 태양 황경이 345°에 왔을 때가
경칩 입기일 이 되며, 음력으로는 2월 절입니다.
옛사람들은 경칩 입기일 후 춘분까지 15일 동안을 5일간씩
끊어 삼 후(三侯)로 보았는데, 초 후(初侯)에는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중 후(中侯)에는 땅속에 있던 개구리· 뱀
등이 동면을 끝내고 땅 위로 올라오며, 말 후(末侯)에는
개구리들이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기 시작한다고
하였습니다.
경칩 때가 되면 담배 모를 심고 과일 밭을 가꾸는 등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때 식물도 겨울잠에서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植物起墾)'이라 합니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하며 이때 농촌의 봄은 바야흐로 시작됩니다.
경칩 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 수 있는 것입니다. 동지로부터 81일이 지나면
경칩 전후가 되어 추위가 물러가는데 81일을 9일 단위로
나눠 (9x9=81) 농부들은 ‘구구가(九九歌)’를 불렀습니다.
이는 긴 겨울 동안 농사를 손 놓아 게을러진 것을 추스
르고, 자연현상을 관찰하며 적절한 농사 시기를 살피고자
한 것입니다. 그중 아홉째 마지막 절인 경칩 전후의 노래는
"밭 가는 소의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라고 해서
'구구경우(九九耕牛)'라 하였습니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됩니다. 가장 흔하게 알려진 풍속으로 경칩
무렵에 개구리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효과가 있고,
몸에 좋다고 해서 술을 허리에 차고 논이나 물이 괸 곳을
찾아 개구리가 낳아 놓은 알을 술과 함께 먹는 것입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알을 건져 먹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 넝쿨)를 베어 그 수액
(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전남 구례의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
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합니다. 경칩이 지나서는 수액이 잘
나오지 않으며, 나오더라도 그 수액은 약효가 적다고 합니다.
또 경칩에 흙일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는데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벽을 바르기도 하였습니다.
‘경칩’ 전후의 농촌 풍경을 노래한
‘농가월령가 이월령(二月令)’을 보면
이월은 중춘(仲春)이라
경칩(驚蟄) 춘분(春分) 절기로다.
초륙일 좀생이는 풍흉을 안다하며
스무날 음청(陰晴)으로 대강은 짐작나니
반갑다 봄바람히 의구히 문을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萌動)한다.
개고리 우는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묏비둘기 소래나니 버들빛 새로와라.
보장기 차려노코 춘경(春耕)을 하오리라.
살진밭 가리어서 춘모(春麰)를 만히갈고
면화밭 되어두어 제때를 기다리소
담배모 일시므기 이를수록 조흐니라….
이를 현대문으로 해의 하면
이월은 한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고 하며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튼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고
맷 비둘기 소리 나니 버들 빛 새로워라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하여 보자.
기름진 밭 가리어서 봄보리 많이 심고
목화밭 되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며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리라…,
이때쯤 농가에서 장 담그기를 하는데 이는 가정의 일 년
농사라 할 만큼 중요시했습니다. 훌륭한 장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의 선택(콩, 소금, 물)과 주부의 손끝 정성에
있다고 합니다. 잘 씻어 말린 장독에 메주를 넣고, 체에
밭쳐 거른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붓고 고추, 참숯
등을 넣습니다. 고추의 붉은색은 악귀를 쫓는다고 해서,
참숯은 살균작용을 하기에 꼭 넣습니다.
장을 담근 장독에는 잡귀가 들지 못하도록 왼 새끼를 꼬아
솔잎,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켰습니다.
반찬이 변변찮던 시절, 농가에서는 맛의 근원이었던 장을
무척이나 아꼈습니다.
한편, 서양에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경칩에 사랑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사시찬요(四時纂要-조선 시대의 4계절 농사법을 기술한 책)
에 보면 은행나무는 수 나무와 암 나무가 있어 서로 바라
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가서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습니다.
또 은행 껍질에 세모난 것이 수 은행이요, 두 모난 것이
암 은행이라 했는데, 그래서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
하는 징표로 대보름날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경칩 날 젊은
남녀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 씨앗을 선물
로 주고받기도 하고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었다고 합니다.
한편 이 은행나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서만
자라나는 동방의 나무입니다.
이처럼 경칩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화란춘성
만화방창(花爛春盛 萬化方暢)’ 글자 그대로 꽃이 만발한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진 절기의
시작입니다.
그나저나 ‘코로나’가 변종이 되면서 수그러들 줄을 모르고
확진자 발생이 세계 최고라고 하는데, 반갑지 않은 최고
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마련이니 곧 코로나도 물러
가고 일상이 정상화되리라 믿습니다.
모쪼록 환절기 건강에 특히 유의하시고
늘 건강,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좀생이: 좀생이는 묘성(昴星)으로 여러 개의 작은 별이
모여서 성군(星群)을 이루는데, 이것을 보아 점을 침,
좀생이와 달이 나란히 운행하거나 또는 조금 앞서 있으면
길조이어서 풍년이 들고 운수가 좋으며, 그와 반대로 달과
좀생이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흉조이어서 농사는 흉작이
되고 재앙이 자주 있어 불행하다고 판단하는 것임.
※參考文獻
①韓國歲時風俗硏究 (任東權, 集文堂, 1985)
②曆法의 原理分析 (이은성, 正音社, 1985)
③韓國歲時風俗事典 (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④斗山,다움百科
⑤農家月令歌
-2022.03.05.(土) 金福鉉- 카톡 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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