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질환이라는 심장병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사망률 역시 1~2위로 최상위권이다. 대한심장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7명이 심장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가 최근 전국 4개 지역 40~70세 남녀 3,253명을 대상으로 심장건강상태를 평가한 결과 심장병을 일으키는 5가지 원인으로 지목되는 복부비만을 비롯해 혈압과 혈당,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이 모두 정상치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의 5적으로 불리는 이들 원인을 잘 관리하는 길만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뱃살이 심장건강 짓누른다
중년 이후 많이 발생하는 내장형 복부비만은 혈관 건강의 적으로 각종 심장질환의 원인이다. 비만과 복부비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물론 비만인 사람이 복부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사람도 복부비만이 될 수 있다.
비만과 복부비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허리둘레에서 찾을 수 있다. 심혈관 질환에는 비만보다 복부비만이 더 위험하다.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90㎝(35인치) 이상, 여성은 80㎝(31인치) 이상일 때를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또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사람도 복부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내장비만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복부비만은 과식과 운동부족,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뱃살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저장소이기 때문에 뱃살이 늘어날수록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더 증가한다. 복부비만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둥굴레차나 보리차·녹황색 채소류·버섯류·해조류를 많이 먹고, 기름기가 적은 음식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되 일주일에 3번 이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심장건강의 척도 ‘혈압’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으로 전체 국민의 25~30%가 앓고 있다. 혈압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 고혈압 환자가 많다. 또 부모가 고혈압인 경우 자녀의 80%가 고혈압일 정도로 가족력의 영향이 크다.
고혈압은 비만 및 운동부족과 흡연·잘못된 식습관·스트레스·음주 등이 원인이다.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되, 기름기 많은 음식을 피하고 염분 섭취량을 줄이는 등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한번에 30분 이상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하며 술은 소주 2.5잔, 맥주 3.5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고혈압 약의 경우 아침에 복용하고, 약효가 느리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혈액순환 장애 원인 ‘혈당’
혈당이란 혈액 속에 함유돼 있는 포도당의 농도로 정상적으로는 90㎎/㎗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몸에 이상이 생겨 혈액에 당 농도가 높아진 경우 소변으로도 당이 배출되기 때문에 당뇨병이라 부른다. 고혈당은 공복 시 혈당이 126㎎/㎗ 이상인 경우로 심장질환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등 심장병을 일으킨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이 3~5배나 높다. 혈당관리를 위해서는 과식을 하지 말고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그리고 당분이 많은 밥과 과일 섭취는 줄이고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를 먹되 20분 이상 천천히 먹는 식습관을 가진다. 또 짜게 먹지 말고 절주 및 금연과 함께 많이 걷는 것이 좋다. 당뇨병 치료는 식사요법·운동요법·약물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맥경화 유발 ‘나쁜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에는 고밀도 지단백(HDL)과 저밀도 지단백(LDL)이 있는데, HDL이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좋은 콜레스테롤은 혈액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없애 혈관을 깨끗이 하기 때문에 HDL 수치가 높으면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줄어들고, 낮으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나쁜 콜레스테롤 즉 LDL은 혈액을 따라 몸 속을 돌며 세포에 지방을 전달하면서 혈관 벽에 침투,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 혈관에 기름이 쌓이는 현상은 녹슨 파이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HDL과 LDL를 합해서 총콜레스테롤이라 부르며 전체 콜레스테롤의 30%는 음식을 통해 그리고 나머지 70%는 간에서 만들어진다.
LDL 수치가 높을 때보다 HDL 수치가 낮을 경우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 HDL을 높이고 LDL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식습관부터 바꾸되, 지방의 함량 특히 포화지방 음식(버터·육류·튀긴 음식 등)을 제한해야 한다. HDL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식물성 지방 섭취가 필수적이다. 불포화 지방산인 오메가 3 지방산을 섭취하면 중성지방이 줄어들면서 HDL이 증가한다.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에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이며, 수영과 자전거 타기도 좋다. 1주일에 4번 정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HDL 수치를 5~10%까지 높일 수 있다.
#혈관 막는 기름덩어리 ‘중성지방’
중성지방은 물에 녹지 않는 지방으로 설탕과 알코올 등을 원료로 간에서 만들어진다. 중성지방은 뇌를 제외한 모든 기관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장기 및 조직을 보호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많으면 혈관에 지방이 쌓여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중성지방은 우리가 먹는 음식 중 육류와 생선, 기름 등에 많이 들어 있으며 탄수화물이나 알코올 섭취를 통해서도 수치가 올라간다. 또 과음·과식 등으로 칼로리가 과잉 섭취되면 중성지방이 많아지며 운동부족으로 칼로리가 소비되지 않을 때도 내장에 축적된다.
따라서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면 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중성지방이 나쁜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돕고 좋은 콜레스테롤의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에 지방이 쌓이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일으킨다.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채소 반찬과 밥 등 탄수화물과 지방 중심의 식단을 생선류와 콩·두부 등이 포함된 고단백 저지방 식단으로 바꿔야 한다. 또 뱃살은 중성지방의 저장고이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으로 이를 줄여야 한다. ☎011-9702-0901.
의료전문 칼럼니스트=박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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