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내로 내일로 같이 갈 사람'
갑작스럽게 던져진 문자 하나로 나의 첫 늦깍기 내일로 여행이 시작 됐다.
콤콤한 백수의 일상에 산뜻한 문자를 투척한 그 친구는 나와같은 취업준비생으로 몇달전 회사를 그만 두고
방황 중이였다. '떠나면 뭐가 돼든 정리 되지 않겠어?'라는 이상한 기대심리 반 그냥 바람 쐬고 싶은 마음 반을 담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l!
7일동안 정동진,안동,경주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는 부산이었다.
잘 알려진,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 부산이 가장 좋았다고 하니 왠지 싱겁다 생각 할지도 모르지만
부산이 좋았던건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크고 화려한 부산에서 순수하고 착한 변화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얻어 뿌듯했던 여행 5일째 그날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The planet 게스트하우스'와 '감천문화마을'을 소개 하고 싶다.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이 털레털레 떠난 나에게 'The planet'는 그냥 평범한 게스트하우스라 생각 했다. 일반 가정집처럼 깨끗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그곳은 4일간에 쌓여있던 여독을 풀기에는 그만이었다. 밤에 수다 떨며 보드게임들을 하는 것도 아침마다 주인 언니가 만들어 주는 달걀후라이 토스트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 여기저기 붙여있는 신문기사들을 보니 아침에 달걀후라이를 만들어 주던 그 푸근한 주인 언니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The planet'는 사회적 기업인 착한지구인컴퍼니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였던 것!
아침을 먹고 주인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착한 지구인 컴퍼니는 뜻이 맞는 3명의 언니들이 만든 Community Business 회사이다.
Community Business는 낙후된지역지역 경제를 주민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여 활성화시키는 사업을 말한다.
그녀들의 대표적인 Community Business프로젝트로 할매레스토랑이 있다. 할매레스토랑은 가정식을 파는 음식점으로 수입이 없어진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한 채소들로 음식을 해서 파는 곳이었다. 이름도 귀엽고 그 마음도 너무 예쁜 레스토랑이라 한번 가보고 싶었다.
주인언니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기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을 돕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그냥 생각만 하고 그냥 놓아버린 아이디어들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됐다.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니 그동안 고민만으로 가득했던 머릿 속이 많이 신선해 진것 같았다.
여행하기 전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단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그걸 잊기 위해 떠났다는 걸 깨닫는 다고 했던 아는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고민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여행이 고민해결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한테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다.
좋은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 중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씻겨주는 비라면 사람은 젖은 땅에 내려 앉는 풀씨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번 여행에서만은 그랬다.
착한지구인컴퍼니 '이현정' 대표의 TedXBusan 프리젠 테이션 영상
<착한지구인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클릭해 봐요~>
해운대에서 감천문화마을 가는 법
해운대 근처에서 1003번 급행버스타고
종점 부산대학병원에서 내린다.
부산대학병원 암센터 앞 버스 정류장에서
1-1번,2-1번,2번 마을버스들 중 하나를 타고
감정초등학교에서 하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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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마치 레고로 만들어진 산같이 알록달록한 감천 문화마을은 예술 작품들이 빈집 곳곳에 사람대신 살고 있다. 어찌보면 동화나라 같기도 한 이 마을은 사실 매우 가난했던 마을이라고 한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위해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이 커다란 달동내는 텅텅 비게 되었다. 그래서 빈집들이 많이 생겨 났고 그 빈집들을 예술공간으로 활용해야 겠다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감천문화마을 만든 것이다.
감천문화마을도 바로 Community business의 손길로 다듬어진 마을인 셈이다. 아침에 게스트하우스에서 Community business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알게 된것이 다음 여행으로 이어지다니 신기했다.
조그마한 쪽방마다 다양한 주제에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구석구석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분이 마음이 들었다. 조그만 아이디어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감천문화마을을 구석구석 여행하기위한 한가지 팁이 있다면 지도를 사는 것이다. 마을을 들어서 조금 안쪽으로 가면 왼쪽에 위에 사진과 같은 기념품점이 있다. 거기서만 지도를 팔고 있다.
감천마을 골목벽마다 물고기 모양에 화살표가 있어 헤메지는 않지만 어디에 무슨 예술 작품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 또 지도에 스템프 찍는 곳이 있어 지정된 전시장에서 스템프를 다 찍어 하늘 마루 아래에있는 안내센터에 가져가면 '감천문화마을' 풍경이 담겨있는 사진 3장 또는 본인이 찍은 사진을 출력을 할 수 있다.
위에 사진은 감천문화마을에 들어 서자 마자 보았던 벽화다. 이 그림이 재미 있었던 것은 그림을 보고 뒤를 돌아 보면 그림과 똑같은 풍경이 이라는 것이다. 마치 건물이 커다란 거울이 된 것처럼 표현되어 있었다. 그냥 지나치게 되던 풍경도 한번 둘러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 나름 그림이 되는 길이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말이다.
골목 골목을 돌아 다니다 보면 할머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예쁘게 꾸며진 골목 여기저기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시는 할머니들을 보니 이곳이 그냥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담벼락에 있는 꽃을 찍고 있으니 계단 앉아 얘기를 나누시던 할머니 몇분이 이렇게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며 구도를 잡아 주셨다. 그리고는 한분이 부드러운 톤?의 부산사투리로 물어 보신다. "여기 마을 구경하기 좋아요?" 그 질문에 할머니의 동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어쩌면 평생을 살았을 본인의 동내가 조금씩 예술 작품으로 채워지고 여행을 하러 오는 사람들으로 점점 늘어가는 것이 재미있으신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곳이 관광지로 변한다면 어떤 마음일까? 내가 사는 곳이 예뻐서 좋기는 하겠지만 이화마을에 날개 벽화 사건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유명 프로그램에 날개벽화가 나오자 밤이고 낮이고 사진 찍는 사람들로 넘치게 돼 동내 주민들이 벽화를 지워달라고까지 하지 않았나... 감천문화마을에 오래도록 지켜졌으면 하는 것이 아름다운 작품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정많은 미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할머니의 화초들...
감천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창의성도 있지만 할머니들의 손길도 있다.
마을 곳곳에는 낡은 부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콘센트, 열쇠 병따개 모두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박제가 된 것처럼 약품들과함께 봉투에 담겨 잇었다. 처음에는 독특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작품 설명을 들으니 짠했다.
이 작품의 이름은 '영원'이다. 작가가 어느날 버려진 코르크병을 발견하고 한때는 와인을 지키는 중요한 역활을 했던 코르크 병이 36년간 공무원으로 일하시다 퇴임하신 아버지를 닮았다 생각해 이 작품을 만들었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다행일 수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도 새로운 시작이니까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 작가의 아버지처럼 우리 아버지가 퇴직해서 버려진 물건처럼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서글플 것 같아서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 시작으로 생각한다면 나도 웃샤 웃샤 아빠를 응원할 것 같다.
이날 날씨가 너무 더워 헉헉거리며 올라 갔던 북카페다. 컵홀더 하나 달았을 뿐인데 유머있는 건물이 됐다. 나와 달리 더위에 약한 친구가 먼저와 있을 꺼라 생각했는데 북카페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는 보는 속도가 너무 빨랐고 나는 천천히 보는 걸 좋아해서 한시간 뒤에 북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곳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너무 편안했다. 여행7일중 혼자 커피마시며 앉아 있는 것이 이날 처음이었던것 같다. 잠시 여유로운 한때였다. 부산은2박 3일을 해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 참 천천히 잘 돌아 다닌 것 같다. 감천 마을도 그래서 더 많이 느끼고 즐겼던 동내다.
감천문화마을은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곳이 었다. 오래되고 볼품없다 생각되는 것도 어떻게 활용 하느냐에 따라 그 만의 가치가 빛날 수가 있는 것이다. 가난하고 고령화가 진행된 마을의 빈집이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 조그만 전시관이될수도 있고 할머니들은 손맛 가득한 요리를 만드는 셰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보면 얼마든지 좋은 아이디어가 생긴다. 오늘 느꼈던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 다이어리에 적어 본다. '뭐든 정리되지 않겠어.'라며 떠났던 여행이 뭔가 정리될 것 같은 실마리를 준 여행이 된 것 같아 한장 가득 적혀져 가는 일기처럼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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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합니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기 위해 선구자적인 노력을 해 온 이현정씨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조카따님, 보통 똑똑이가 아니네요. 우리 성주이씨 집안에 이런 똑똑이가 있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사진들은 열리지 않아서 볼 수 없었지만 유투브에 들어가서 동영상 봤습니다. 어쩜 말도 그리 웃겨가며 자연스럽게 잘 하는지... 현정아, 이 고모 완전 감동먹었단다.지금 교회 가야 할 시간이어서 여기서 맺는다. 현정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