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자격증 없는 완전 초보 조경사이지만...
2023년 4월 20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하룻날, 곡우(穀雨)
오늘은 농사비가 내리고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이
된다고 풀이되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드는 절기,
곡우(穀雨)이다. 예보에도 없던 비가 부슬거린다.
곡우라고 절기에 맞게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는 것
아닐까? 우연의 일치겠지만... 언제부터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땅바닥 젖은 것을 보니 많이 내린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의 기온도 올봄에 들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산골이다. 영상 13도...
오늘 비가 내리려고 어제 한낮에는 그렇게 더웠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간 아내를 픽업하러 나가려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더니 외부온도가 영상 29도로 나왔다.
하긴 바깥에서 일을 하면서 땀을 흘릴 정도였으니
그 정도 기온은 되었겠지 싶었다. 마치 봄날을 건너
뛰고 제끼고 여름이 성큼 다가와버린 것만 같았다.
저녁무렵에 아내가 표고버섯이 많이 피었더라며
따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서방에게 표고버섯을
따는 손맛을 좀 보라면서 함께 가서 제법 따왔다.
마치 오늘 비가 내릴 것을 예상한 아내의 촉일까?
결과론이지만 이또한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싶다.
이따금씩 내려주는 비에 뒤늦게 시작된 산골의 봄,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진행되는 속도는 가히 상상
그 이상으로 빠르다. 진달래가 만발하고 나무들은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 연녹색 새잎이 올록볼록
나오고 있으며 온갖 야생초들은 너도나도 돋아나
꽃을 피우고 있다. 얼마전 앞마당에 옮겨심은 토종
흰민들레도 하얀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늘 다시
비가 내리고 있으니 달음박질로 내달리는 산골의
봄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런지 기대가 된다.
어제는 엊그제에 이어 이틀째 조경사 노릇을 했다.
년중행사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또한 보람된
일이다. 조경수 다듬어주는 일종의 전지작업이다.
회양목을 잘 다듬어 깔끔하고 예쁘게 해주었더니
그 윗쪽의 집입구에 수문장 처럼 우리집을 지키며
우두커니 서있는 한 그루의 주목이 마치 주인장인
촌부에게 투정이 섞인 말투로 부탁하는 것 같았다.
"여보시오, 주인장 할배! 저기 저 회양목 녀석들은
예쁘게 해주면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살아야만
하는 나는 왜 이렇게 너저분하게 그냥 두시오?
어서빨리 잘 다듬어 예쁘게 해주시오!"라고...
그렇게 하여 집앞 주목나무 다듬는 것을 시작으로
중앙통로 옥향 5그루, 주차장 부근의 옥향 3그루와
함께 주목나무 6그루, 펜션 입구 주목나무 2그루를
모두 다듬었다. 세 종류 전지가위를 사용하여 거의
하루종일 걸렸다. 나름 정성껏 최선을 다해 예쁘고
깔끔하게 다듬기는 했지만 완전 아마추어 수준이라
많이 모자라는 듯하다. 그래도 안한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예쁘다. 나무 몇 그루 다듬었을 뿐이지만
단지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다. 남들 보라고 하는
일은 아닌지라 내 스스로 만족을 하고 우리식구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게되는 일이라면서 혼자
흐뭇하여 미소를 지었다. 비록 자격증이 없는 완전
초보 조경사이지만...
첫댓글 언제나 깔끔하게
집안밖의 정원을 가꾸시는 촌부님
정원수와 대화를 하시면서 삶이 즐거워 보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성격 탓입니다.
너저분한 것은 보기싫거든요.
그렇다고 결벽증은 아닙니다.
그래서 딱히 할 일이 없어 정원수 다듬기를 했지요. 년중행사인데 지난 가을 못했답니다.
깜빡 잊어버리고...ㅎㅎ
감사합니다.^^
키 작은 나무를 다듬기는 수월해도
큰 나무들은 보통일이
아니지 싶은데 조심하셔야 겠어요.
민들레 꽃이 흰저고리를 입었네요..ㅎ
맞습니다.
주목과 같은 키가 큰 나무는 긴 장대 가위로 자르다보니 목도 아프고 팔도 쑤십니다. 그래도 하고나면 뿌듯하죠. 감사합니다.^^
나날이 멋지게
변해가는 촌부님댁의
봄풍경 눈부십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골의 모습, 그런대로 괜찮죠?ㅎㅎ
감사합니다.^^
초보 조경사님 치고는 예쁘게 잘 하셨네요.
마음이 하는 일이니까 마음이 예쁘면 그대로 되지요.^^
그런가요?
해마다 하지만 실력이 늘지않는군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