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중문, 서귀포 → 동쪽 해안
1st course 이중섭의 집과 미술관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예술가의 방은 눈물겹다. 화가 이중섭은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제주도로 피란 와서 살았다. 네 식구가 한 평 남짓의 누추한 방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 시절은 그의 생에 가장 행복한 때였던 듯싶다. 이중섭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은 얼마 되지 않고 더구나 복사본이라 아쉽다. 하지만 오랫동안 눈길이 머무는 전시물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이중섭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아내를 ‘아스파라가스 군’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아내의 발가락이 아스파라거스를 닮았다고 붙인 별명이란다) 그림과 함께 낯간지러울 정도로 진한 애정을 표현한 편지에는 두 아들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 관광포인트 전시 작품들은 수도 적고 복사본이기는 하지만 미술관을 둘러본 후 이중섭의 집에 가면 확실히 감동의 밀도가 달라진다. ● 입장료 성인 1천 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 ● 관람시간 9:00~18:00 하절기(7월~9월) 9:00~20:00 매주 월요일 휴관 ● 문의 064-733-3555
2nd course 쇠소깍
‘쇠소깍’은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 해서 ‘쇠둔’이라고도 불렀는데,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라는 의미로, 효돈천을 흐르는 민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마지막 장소라는 뜻이다. 쇠소는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진 계곡 같은 골짜기로, 그 사이로 초록빛을 띤 진한 푸른색 물이 흐르는데, 이 물빛이 참으로 오묘하다. 그저 바라만 봐도 고요하게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지만 이곳의 명물인 ‘테우’라고 하는 뗏목을 한번 타보는 것도 좋다.
● 관광포인트 쇠소깍은 입장료도 받지 않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작고 조용한 곳이다. 일부러 시간 내어 들렀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좋았다고 꼽는 사람도 꽤 많다. 테우 체험은 해안가에서 계곡 상류까지 왕복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썰물·밀물 때와 그날의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사실 어디까지나 선장님 맘이다! 바로 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때에 따라 테우가 돌아오기를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테우 선장님 전화번호는 010-6530-3002이다. ● 입장료 없음. 테우는 성인 5천 원, 학생 3천 원, 유치원생 이하 무료. ● 문의 064-760-2651
lunch 수희식당
천지연폭포 근처에 위치한 수희식당은 언제나 제주도민들로 붐비는 곳. 뚝배기나 물회, 구이, 조림 등 제주도 향토음식을 다 맛있게 하지만 그중에서도 성게미역국은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대여섯 가지 밑반찬도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 성게미역국 1만 원, 오분자기뚝배기 1만 원, 고등어조림 1만5천 원, 살치조림 2만2천 원. 서귀포시 천지연폭포 근처 썬비치호텔 옆. 064-762-0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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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중섭의 집과 미술관 2. 쇠소깍 3. 수희식당 4. 동쪽 해안도로 드라이브
3rd course 동쪽 해안도로 드라이브, 마을 산책
동쪽 해안 코스는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1132번 도로를 타다가 중간 중간 나오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공항을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동선을 짜보자면 우선 함덕해수욕장에 들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신촌마을 입구에서 제주 명물인 보리찐빵을 간식으로 준비하면 여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 끝. 조천과 북촌의 아늑한 바닷가 마을을 잠시 산책하는 것은 색다른 느낌이 든다. 나지막한 돌담과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할망의 조용한 미소에 섬의 소박한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th course 김녕미로공원
김녕미로공원은 랠란드나무로 초록 미로를 만든 곳이다. 입구에서 미로공원 지도를 나눠준다. 미로를 빠져나가 전망대에 오르면 하늘 높이 매달린 종을 ‘땡땡’ 치게 되어 있는데, 종은 바로 눈앞에 보이건만 그 길이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다. 입구 표지에 ‘5분 안에 종 칠 확률 5%, 한 시간 안에 종 칠 확률 95%’라는 말은 과연 거짓말이 아니다. 비행시간을 앞두고 계신 분이나 노약자, 성질 급한 분에게는 입구부터 전망대를 찾는 정식 루트보다는 처음부터 출구를 이용, 바로 전망대에 오르는 얍삽한 루트를 적극 권장하고 싶다.
● 관광포인트 전망대에는 음료수 자동판매기랑 의자가 있어 쉴 수 있다. 길을 찾고 나면 어린이에게는 기념으로 풍선을 선물해준다. ● 입장료 성인 3천300원, 청소년 1천650원, 어린이 880원 ● 개장시간 8:00~18:00(7월 21부터 8월 25일까지는 22:00까지 야간 개장) ● 문의 064-782-9266
dinner 시흥해녀의 집
이곳의 오분자기죽을 맛보고는 감동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전복죽과 조개죽도 물론 맛있지만, 오분자기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죽을 시키면 기다리는 동안 부침개와 갱이(작은 게를 말하는 제주도 방언)튀김, 미역무침, 톳무침 등을 내주는데 이 역시 별미다.
● 전복죽 9천 원, 오분자기죽 7천 원, 조개죽 6천 원. 종달리 해안도로 064-78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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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김녕미로공원 6. 제주시 오일장 7. 시흥해녀의 집 8. 해와 달 그리고 섬 9. 우도
셋째 날 우도 → 제주시 오일장
1st course 우도
우도는 섬의 형태가 소가 누운 모습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몇 년 전 섬을 찾았을 때는 모두들 전도연과 박해일이 주연한 영화 ‘인어공주’ 이야기만 했는데, 이번에 가니 강호동의 ‘1박 2일’ 팀이 왔던 곳이라는 선전문구가 요란했다. 우도는 걸어서도 충분히 섬을 둘러볼 수 있지만, 시간의 여유가 없는 관광객이라면 차를 가지고 들어가든지, 섬 내의 관광버스를 이용하든지, 스쿠터 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유명한 곳으로는 우도 섬과 제주 본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우도봉, 해식동굴과 기암절벽이 볼 만한 검멀레해안, 일명 ‘사이판 해변’으로 불리는 하고수동해변, 산호사가 하얗게 펼쳐진, 유명한 서빈백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관광지 대신 우도의 해안과 마을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 관광포인트 우도 특산물로 땅콩과 마늘, 미역, 소라 등이 유명하다. 특히 우도 땅콩은 정말 맛있다! 육지의 땅콩보다 작고 동글동글한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 교통 우도로 향하는 도항선은 두 곳에서 출발한다. 성산항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과 구좌읍 ‘종달리 여객터미널’인데, 성산항에서 출발하는 도항선의 출항 횟수가 많으며 15분 정도 소요된다. 두 곳의 배는 모두 차량을 운반할 수 있는 카페리 형태로, 차량을 운반하는 운임은 따로 받는다. ● 입장료 3천500원(도항선료 2천 원, 입장료 1천 원, 터미널 이용료 500원. 성인 1인, 편도 기준) ● 문의 요금과 운행시간 등을 우도교통 홈페이지(www.u-do.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 064-782-6000
lunch 해와 달 그리고 섬
우도에 어울리게 너무도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식당. 해물뚝배기 전문점답게 전복과 새우, 조개로 끓여낸 국물 맛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성게국수가 유명하다는데, 여름철에는 하지 않는다. 제주도는 사실 김치 맛있는 집이 드문데, 이곳 김치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그만. 영화 ‘인어공주’팀이 촬영을 할 때 들러 식사를 했는지, 벽에 붙은 박해일의 사인에 눈이 간다.
● 해물뚝배기 8천 원, 고등어구이 1만2천 원, 어랭이물회 8천 원, 회덮밥 1만 원, 우도 하고수동해수욕장 근처 바닷가. 064-784-0941
2nd course 제주시 오일장
제주도에도 물론 대형 마트가 있고 상설 시장도 있지만 아직도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각설이가 한바탕 흥을 돋우고, 만지지 말라고 야단맞기 일쑤지만 강아지랑 고양이 구경하는 것도 즐겁고, 할머니가 역동적으로 생선을 손질하는 것은 아무리 구경해도 싫증나지 않는다. 그러다 출출해질 때쯤 막 튀겨낸 따끈따끈한 튀김 같은 것을 사 먹거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순댓국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다. 제주시 오일장터는 도두항 근처에서 벌어지는데, 2와 7이 들어가는 날에 열린다.
● 오일장 날짜 제주시 2와 7이 들어가는 날(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 서귀포, 한림 4와 9가 들어가는 날 대정·성산 1과 6이 들어가는 날 중문 3과 8이 들어가는 날 세화 5와 0으로 끝나는 날
/ 여성조선 기획 박혜전 기자 | 참고도서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최상희 저/ 웅진리빙북스) 사진 최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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