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2신도시 예정지인 경기 화성 동탄면 신리 일대. 동탄1신도시와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이곳에서는 흑염소 우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간간이 개 짓는 소리, 닭 우는 소리도 섞인다. 한 공장의 뒷마당에는 사슴 30여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낯선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산 밑에는 벌통 수십여 개가 쌓여 있다. 산 밑뿐만 아니라 논두렁·밭두렁마다 어김없이 벌통이 놓여 있다.
신도시 예정지 발표 이후 급증
벌통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던 이곳에 벌통이 놓이기 시작한 건 지난 6월 1일 동탄면 신·목리 일대가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된 이후부터다.
동탄2신도시 투기단속반의 관계자는 “6월 이전에는 벌통이 20여 통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어림잡아 100여 통은 된다”고 말했다. 한 주민도 “올 봄에만 해도 흑염소·닭 키우는 집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마을이 온통 흑염소 천지”라고 전했다.
동탄2신도시 예정지가 요즘 동물원으로 변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보상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투기 목적으로 흑염소 등의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사람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닭·개·사슴·양봉 등 종류도 다양하다.
▲ 동탄2신도시 예정지에 보상 때 생활대책용지를
받기 위한 가축 사육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보상 때 소규모 가축 사육자들에게 주어지는 생활대책용지다. 보상계획 공고일(6월 12일) 이전부터 닭 200마리, 개·돼지·염소 15마리, 꿀벌 20군(통) 등 기준 마릿수 이상의 가축을 길러 온 경우 이주비(혹은 폐업보상비)와 함께 생활대책용지를 받을 수 있다.
생활대책용지는 축사나 농사를 짓던 사람에게 생활대책 보상 차원에서 주는 것으로 근린생활시설용지 20~26㎡를 분양받을 수 있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이 같은 생활대책용지가 ㎡당 303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보상 규정 허점 노리고 외지인도 가세
그런데 현지 주민과 동탄2신도시 투기단속반에 따르면 이곳에 소규모 가축 사육자가 늘기 시작한 것은 신도시 발표 이후부터다. 결국 보상계획 공고일 이후 새로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 이주비는 받을 수 있지만 생활대책용지는 받지 못한다.
하지만 소규모 가축 사육은 허가나 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언제부터 가축을 사육해 왔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너도 나도 동물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원주민은 물론 외지인도 가세하고 있다. 이곳에 살지 않아도 수용 예정지에서 가축을 기르는 경우도 축산보상 대상이 돼 생활대책용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리 입구의 S공인 최모 사장은 “텃밭 정도의 면적만 있으면 사육이 가능해 땅을 임차한 후 주민들과 말을 입을 맞춘 뒤 흑염소 등을 기르는 외지인도 있다”며 “요즘에도 뭘 얼마나 키우면 되느냐는 문의가 가끔 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기꾼과 실제 가축 사육자를 구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동탄2신도시 시행예정사인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축산업자 명부나 현지 주민 탐방 등을 통해 언제부터 가축 사육을 했는지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워낙 소규모이고 (가축의) 지역 이동이 빈번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화성시 동탄면 청계·영천·중리 일대 2180만㎡ 규모로 주택 10만5000여 가구가 들어선다. 서울 도심에서 40km 거리로, 개발 중인 동탄1신도시와 경부고속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수용 예정지 보상은 내년 5월께 시작된다. 주택 첫 분양은 2010년 2월, 첫 입주는 2012년 9월로 예정돼 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