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흥시 하천살리기 전주천에서 답을 얻다. (시흥저널)
▲뷰티플하천추진단 벤치마킹을 마치며 전주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대한민국 하천살리기의 대표적인 우수사례로 꼽히는 전주천을 다녀왔다.
전주천 벤치마킹 사업은 뷰티플하천추진단(단장 안만홍)이 주관해 뷰티플하천추진단원들과 지역 내 언론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물이 흐르지 않는 정왕동 인공하천의 문제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흥시하천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시흥시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전주천 벤치마킹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본지 지면을 빌어 전주천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생태하천복원사업의 대표적인 우수사례로 꼽히는 ‘전주천’
▲전주천의 자연하천다운 모습이 시흥시의 하천과 많이 다르다. 오리가 놀고 있는 모습이 마냥 부럽다.
전주천 벤치마킹은 전주생태하천협의회의 심양재 사무차장의 안내로 시작했다.
심양재 차장은 18년 동안 전주에서 활동해 오고 있는 그야말로 전주 토박이 활동가다.
본인의 말을 빌면 대학생 시절 전주천 봉사활동을 계기로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전주천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무려 1시간 30분동안 비교적 상세하게 전주천의 어제와 오늘 고민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심양재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사무차장의 열정이 담긴 안내
▣ “전주천도 예전에는 5급수였다. 발을 담그면 피부병이 돋을 정도였으니...”
심양재 차장이 80․90년대 어린 시절 전주천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거의 모든 대한민국 하천의 역사가 그렇듯이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도심의 하천은 거의 대부분이 생활하수와 공업용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악취가 심해 똥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전주천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그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가 바지를 걷고 하천을 건너온 이후 다음 날 다리에 부스럼이 생기는 등 피부병 증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주천은 2000년대 들어오면서 전주시는 과거 치수 이수 중심의 방재하천, 편의시설만 조성하는 공원하천의 개념을 깨고 생태계 복원개념을 도입한 역발상으로 주변 환경을 고려한 생태계중심의 자연형 하천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그 결과 깊은 산골 1급수에만 서식하는 쉬리와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헤엄치는 도심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한다.
▣ 전주천 생태하천복원사업비 180억 원
정왕동 인공하천 자연형 하천사업비 220억 원 차이는?
▲진주천의 현재의 모습
2000년 4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추진된 전주천 생태하천복원사업비가 약 180억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180억 원을 들인 생태하천복원사업의 결과는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우수생태하천으로 자리 잡은 전주천을 낳았다.
이 대목에서 벤치마킹에 참여한 일행 모두는 시흥시 정왕동 인공하천에 들인 220억원의 결과는 어떤지 돌아보게 됐다.
수자원공사가 진행한 220억원을 들인 정왕동 하천의 현재 모습은 돈을 들이기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모습만 보아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일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 나가자는 행정관료, 정치인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뷰티플하천추진단에서 몇 년동안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조사도 하고 언론에 특집으로 다루기도 하고 각종 캠페인과 정화활동도 꾸준히 해 왔지만 지방정부와 정치권은 ‘나 몰라라’고 있는 형국이다.
요즘 또 다시 정왕동 생태하천사업을 위한다고 용역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으면 성과를 진단하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묻고 보완하고 수정해서 즉각 시행하는 것이 옳다.
전주천이 생태적으로 살아난 연혁을 들으니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정왕동의 오염 하천이 전주에 오니 더욱 더 또렷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 자연하천이면 S자의 형태로 여울과 소가 있어야 한다.
전주천은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에 따라 S자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물의 흐름이 빠른 여울과 흐름이 느린 소의 구간이 생겼다.
물이 빠르게 흐르는 구간인 여울은 하천생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공간이다.
바닥까지 햇볕이 닿고, 물의 흐름이 빠른 탁에 바닥은 굵은 자갈들로 구성되고, 마찰에 의해 대기 중의 산소가 풍부하게 녹아드는 장소가 된다.
풍부한 산소는 하천 생태계에서 물리·화학적으로 용존산소량을 풍부하게 하고, 미생물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바닥의 자갈에 붙어사는 부착조류들의 성장을 활발하게 한다.
자갈 밑으로 강도래와 같은 수서곤충들이 잘 서식할 수 있고, 이들을 주식으로 하는 쉬리와 같은 물고기들이 모여들게 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반면, 소(웅덩이)는 상대적으로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부유물들의 퇴적이 이뤄지고, 바닥은 주로 펄과 가는 모래들로 구성되게 된다.
붕어나 모래무지 같은 물고기들을 비롯해서 유영력이 약한 물고기들이 이런 환경을 좋아하게 된다.
자연의 하천을 유심히 바라보면, 이런 여울과 소가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반복된 과정을 거치면서 수질의 정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서식환경이 조성되며, 이런 환경에 어울리는 물고기의 종수도 늘게 마련인 것이다.
현재의 전주천을 보면, 자연스럽게 생겨난 여울과 소가 반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양재 차장은 “이런 모습이 당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몇 년간의 엄청난 인내심이 있었기에 형성될 수 있는 모습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아난 전주천 양 옆으로 갈라진 물길에 소와 여울이 형성돼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반딧불이 서식처 복원도 성공했다.
전주천 생태복원이 성공적으로 정착함에 따라 수달이 안정적으로 서식하게 됐고 이에 힘입어 2012년부터 청정환경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 복원사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2017년에는 늦반딧불이 개체수가 1000여 마리가 관찰돼 2017년부터 시민과 함께하는 반딧불이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2017년 첫해에는 300명 정도 참여했는데 2018년 올해는 반딧불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탐방객이 2000명이 넘었다.
그야말로 전주시는 전주천 생태하천 복원덕분에 청정도시 전주, 생태도시 전주라는 명예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 잘못된 판단으로 오류도 있었다.
생태하천복원과정이 순탄하게 된 것 만은 아니었다.
하천둔치를 사람들이 이용하기 좋게 예쁜 꽃도 심고 모래터도 만들어 모래놀이터도 만들어 보고, 체육시설도 설치한 적이 있었다.
전주천도 일년에 두 번 정도는 둔치 위까지 물이 넘치는데 한번 물이 넘치면 모래는 물론이거니와 시설도 물에 잠겨 쓸모없어지고 돈 들여 심어놓은 꽃들도 모두 떠내려가는 일들을 겪었다.
하천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저지른 과오다.
자연은 그대로 놔두면 그곳 환경에 맞게 서식하는 생물종들이 알아서 정착한다. 사람들의 생태에 대한 몰이해가 저지른 결과인 셈이다.
▲전통놀이마당 팻말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전통놀이 마당은 전통성을 살린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성됐지만, 하천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실패한 사례라고 전한다.
1년에 한 두 번 비오면 설치된 놀이시설이 다 쓸려가서 결국은 팻말만 남고 시설은 없어졌다.
시민들이 운동시설, 화장실 등의 시설요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환경적으로 하천에 인접해 있고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힘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 청계천은 생태하천이 아니다.
전주천에 있는 돌을 들여다보면 녹색이끼처럼 보이는 풀들이 붙어있다.
물이끼는 물속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만들어주는 1차 생산자인데 이러한 녹색조류를 하루살이유충, 날도래 애벌레 등이 먹고 살아간다.
이러한 녹색조류의 개체수가 많아지면 녹조현상이 생기는데, 이러한 현상은 이들을 먹는 수서곤충들이 살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녹조현상을 없애려면 녹조류를 먹는 생물이 살 수 있도록 하천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심 차장은 청계천을 빗대어 이야기한다. “청계천은 생태하천이 아닙니다. 수조와 같습니다”라고.
청계천 상류를 보면 일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바닥에 물이끼를 밀어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바닥을 청소하는 곳이 어떻게 생태하천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문제를 제기한다. 청계천 수조를 청소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 전주천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진주천은 깨끗하고 갈대와 물, 바위가 살아 숨 쉬는 생태가 복원된 모습이다.
전주천을 돌아보며 도시하천의 가야할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전주천 바로 옆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한옥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외국인들에게 전주천은 마치 한국의 도시하천의 대명사로 인식될 수도 있다.
전주는 한옥마을이 아니라 오히려 전주천이 빛나게 해준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시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전주천을 보면서 해소됐다.
도시하천도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수 있다. 시흥시에서 가까운 안양천복원사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음 기회에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안양천 특집으로 독자와 만날 생각을 해 본다.
뷰티플하천추진단은 단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하천 벤치마킹을 간다고 한다.
다음에는 우리시 이웃인 안양천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튼 전주천을 통해 우리는 크게 두 가지를 반드시 짚고 추구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가 바로 생태하천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동안 하천에 대한 이해정도는 물이 범람하지 않게 관리하고, 하천을 사람들이 걷고 운동하는 공간정도로 생각한 적이 많았다.
이제는 하천을 온갖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도시에서도 생태계가 조성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하천은 행정주도가 아닌 민과 관이 진정성 있게 협력해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전주천의 오늘은 전주생태하천협의회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도 전주천은 민관거버넌스체계로 돌아가고 있다.
시흥에도 뷰티플하천추진단이 있고 시흥시에서 시작한 조직이다.
우리도 해 낼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민과 관이 함께 도시 생태하천추진사업을 풀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언론은 비판적 지지자로서 함께 도모해 나갈 방침이다.
한정훈 대표기자․정연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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