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연주에선 바람내음이 난다. 고향의 아련한 흙내음 같은, 또는 대평원에 대자(大子)로 팔을 뻗고 누운 듯한 안락함. 때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온 몸을 감싸주는 따사로움마저 느껴진다. 피아노 한대의 연주로 이같은 온기를 전할 수 있다니. 사람의 손 끝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연주가 탄생하다니. 그의 연주를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은 사뭇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사색할 수 있는 여유를 던져주는 어렵지 않은 연주.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그의 연주 성격에 기인하는 듯 싶다.
그의 음악에 자연을 담은 내용이 많은 것은 그의 유년 시절에 기인한다. 몬타나와 미시시피, 플로리다 등지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조지 윈스턴은 그의 어린 시절을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몬타나는 뚜렷한 4계절을 가지고 있는 지방이었다.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는 자연의 모습은 나의 음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내가 연주하는 모든 음악들은 결국 계절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팝에 심취해 있던 어린 시절, 라디오 방송 전에 흘러나오는 30초 가량의 짧은 연주를 듣기 위하여 하루 종일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소년의 모습을 말한다.
그리고 멀지 않은 시기에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 그는 1972년 그의 첫 피아노 솔로앨범인 <발라드와 블루스( Ballads and Blues)>를 발표한다. 조지 윈스턴이 많은 영향을 받았던 재즈 피아니스트 토마스 팻츠 윌러가 연주한 'New hope bluse'와 그의 유일한 블루스 연주곡인 'Brenda's blues'등 10곡의 연주곡이 실린 것으로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느껴지기도 하는 신선한 앨범이다. 그 이후 피아니스트이자 R&B의 창시자인 Professor Longhair의 1949년 작 New Orleans Piano 음반에 수록된 'Hey Now Baby'라는 곡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조지 윈스턴은 뚜렷한 색채와 테마를 지닌 음반들을 잇따라 발표한다.
< Autumn(80년) >, < Winter into Spring(82년) >, < December(82년) >, < Summer(91년) >, < Forest(94년) >, 그리고 < Linus & Lucy - The Music of Vince Guaraldi(96년) > 등. Color, Dance, Woods, love 등으로 수록곡의 제목을 붙인 앨범 < Autumn >은 시시각각으로 마치 춤을 추듯이 일렁이며 색채를 바꾸는 가을 자연의 모습을 사랑스런 시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 앨범 이후 2년만에 발표한 < Winter into Spring >은 겨울에서 봄으로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새 생명의 싹을 틔우는 봄의 소재들을 중심으로 엮어냈다. 1월의 별, 2월의 바다, 파도, 봄비 등. 생동감 넘치는 봄의 소재들이 마치 한 편의 봄 풍광을 담은 수채화와 같은 힘을 주는 앨범이다.
이와는 반대로 감히 새조차 소리를 내 날지 못할 것 같은 조용한 설경을 담은 앨범 < December >는 조지 윈스턴을 국내에 알리는 데에 견인차 역할을 한 'Thankgiving'이 수록되어 있다. 이 한 곡으로 인해 사람들은 조지 윈스턴의 다른 앨범까지 찾게 되었으며 아직까지도 그의 대표곡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연주곡이 되었다.
계절 연작의 마지막 시리즈인 < Summer >는 그가 자라난 몬타나에서 듣고 느꼈던 새소리와 바람소리, 빗소리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조지 윈스턴의 '여름'은 수록곡의 제목처럼 'Humming bird'와 같은 산뜻함과 서늘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마치 비 온 뒤의 상쾌함을 아는 듯한 연주들. 이 네개의 앨범 중 재즈 올가니스트 래리 영의 작품을 연주한 'Cradle'이 수록된 94년의 < Forest >는 그에게 95년 그래미상(베스트 뉴 에이지 앨범 부문)의 영광을 안겨줬다.
이 밖에 84년엔 어린이극 < The Velveteen Rabbit >을, 88년에는, 국내에 스누피로 잘 알려져 있는 TV 만화영화 중 '이것이 미국이야, 찰리 브라운 - 헌법의 탄생 (This is America, Charlie Brown - The Birth of the Constitution)'등의 사운드 트랙 앨범을 발표 했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이 나레이션으로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 주었던 앨범 < The Velveteen Rabbit >과 25년간의 음악 활동을 정리하며 재조명해보는 베스트 앨범 < All the Sesasons of Geroge Winston >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미발표 앨범으로는 한 일본 소녀가 평화의 수호신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 Sadako and the Thounsand Paper Cranes >가 있으며 다. 그의 가장 최근 앨범으로는 지난 해 말 발매된 < Plain >이 있다. < Forest > 앨범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 Plains >에서는 이전의 앨범과는 다소 다른 느낌, 이를테면 제목과도 같은 평원의 광활하고 힘찬 느낌이 가미되어 있는데 그러나 이 역시 어린 시절 미국 동부의 광활한 초원에서 성장한 조지 윈스턴의 사랑과 추억을 그려내고 있어 우리네 정서에 부합하는 면이 많은 편이다.
특히나 3년만에 나온 그의 정규앨범이어서 팬들의 입장으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는 앨범이기도 하며 한국팬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으로 마지막 트랙엔 '아리랑'을 연주하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탄생한 아리랑은 한국인 특유의 한(한)이 빠져있긴 하지만 어찌됐건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98년 한국에서 초연한 이후 2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공연을 하는 조지 윈스턴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국팬들로부터 아낌없는 환대를 받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제 값을 지불하고도 입장권을 구입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연령층은 어린 학생들에서부터 중, 장년의 커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되는 것은 그들 모두가 자연의 냄새를 담은 조지 윈스턴의 공연에 공감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가지고 돌아간다는 것일게다. 공연이 좋아 계속해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조지 윈스턴은 그의 그러한 고단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사색을 주는 피아니스트이다. 피아노 선율을 타고 흘러 나오는 바람 내음, 흙 내음, 그리고 명상…… 진정한 휴식은 자연속에서 이루어 지는 것임을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December
Full
https://youtu.be/f5qGUhWPi6w
01 Thanksgiving
https://youtu.be/lPDO2kzTIqQ
02 Rest Your Head
https://youtu.be/KIstK-j050M
03 Joy
https://youtu.be/ktuPOQvVOE8
04 Prelude
https://youtu.be/ZhjGeVA2Ixw
05 Carol of the bells
https://youtu.be/OCf3lvUpWL4
06 Night(Snow)
https://youtu.be/_zZqE_abBNQ
07 Night(Midnight)
https://youtu.be/HzDIt3J7v3M
08 Night(Minstrels)
https://youtu.be/sbOiD7PZsQM
09 Variations on the Kanon
https://youtu.be/k8fQmfz8Kow
10 The Holy and the Ivy
https://youtu.be/sblQZginkLs
11 Some Children See Him
https://youtu.be/e5Xecxu-Au0
12 Peace
https://youtu.be/HzoWINK7qrQ
첫댓글 죠지 윈스턴 피아노 연주곡이 좋아서
우리집에도 CD 를 구입해서 집애서
들었었어요~오랜만에 그의 연주
들어봅니다~ 조금있으면 12월이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