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400원이 넘는데... 미 재무부 한국 환율 감시대상 지정 / 11/16(토) / 중앙일보 일본어판
미국이 한국을 환율 감시 리스트(monitoring list)로 지정했다.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향해 풀어야 할 경제정책 방정식의 난도가 더 높아졌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 시간) 의회에 보고한 반기보고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통화정책에서 한국을 감시 명단에 올렸다. 중국·일본·싱가포르·대만·베트남·독일 등 7개국도 함께 지정했다. 이 중 이번 감시 명단에 새로 추가된 곳은 한국뿐이다.
처음 감시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2016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019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매번 '감시 명단'에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는 제외됐다가 이번에 다시 지정됐다.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외환시장 상태가 무질서하고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시장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장'을 내놨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5년 제정한 무역촉진권한법에 따라 자국과의 무역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통화정책을 평가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또는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해왔다. 구체적으로 ▼상품·서비스 등 대미 무역흑자 150억달러 이상 ▼경상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8개월간 GDP 2% 초과 달러 매수 등 3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 2개를 충족하면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올해 6월 말 기준 대미 무역흑자가 5000억 달러로 1년 전의 380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도 0.2%에서 3.7%로 증가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했다. 마지막 요건의 시장 개입은 같은 기간 90억 달러(GDP의 0.5%)으로 해당되지 않았다.
환율은 나라의 경제체력과 대외신인도를 평가하는 대외 성적표다. 특히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데다 수출 주도의 경제구조여서 통화 주권에 민감하다. 미 재무부의 결정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 트럼프 씨의 대선 당선 이후 환율이 상승하면서 15일까지 '위험수위'인 1달러=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환율조작국에 비해 한 단계 낮아 감시대상국이 받는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다면서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한국 정부가 시장 개입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시장 개입하는 것은 안 되지만 시장 안정을 위한 환율 조정은 충분히 용인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2017~2020년)인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압박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에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적자국 중 8번째다. 어떤 형태로든 관세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환율 관리 부담도 커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된 형태"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위기 상황에서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최소한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