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복제양 ‘돌리’ 탄생시킨 英 윌멋 교수 별세
1996년 성체 체세포 복제 첫 성공
전세계 복제연구에 열풍 일으켜
2018년 파킨슨병 투병 사실 공개
1996년 인류 최초로 성체의 체세포를 통해 포유동물 복제에 성공한 과학자 이언 윌멋과 복제 양 ‘돌리’. 사진 출처 에든버러대 로즐린 연구소
인류 최초로 체세포 복제를 통해 포유동물 ‘돌리’를 탄생시켜 역사적 업적을 낸 영국 과학자 이언 윌멋이 10일(현지 시간) 7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윌멋 교수가 수십 년간 몸담았던 에든버러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과학계의 거인’이 파킨슨병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로즐린 연구소에서 재직하던 윌멋 교수는 1996년 동료였던 키스 캠벨 교수와 함께 다 자란 양의 체세포를 복제해 새끼 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다 자란 양의 체세포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한 뒤 난자와 결합하고, 이를 다른 암컷 양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1981년 이미 인류는 초기 단계 세포를 이용해 쥐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불가능하다고 간주돼온 성체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에 성공한 경우는 윌멋 교수가 처음이다. 이는 다 자란 성체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복제동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국 BBC는 복제양 돌리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윌멋 교수의 성공으로 전 세계에 동물 복제 연구 열풍이 불었다. 체세포 복제 기술로 파킨슨병과 같은 노화로 인한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멸종 위기 동물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윌멋 교수는 이후에도 복제 기술을 활용해 재생의학에 사용 가능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전념하다가 2012년 은퇴했다. 2018년에는 자신이 연구하던 파킨슨병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아이러니한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병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법 연구를 후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돌리는 6년여를 살다가 2003년 죽었으며,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주검이 박제돼 전시돼 있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