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펌 덴튼스, 중국의 방첩법 시행 강화에 ‘사업 철수’ 발표
- 중국이 ‘간첩 행위’를 폭넓고 모호하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방첩법(반간첩법)의 시행을 강화함에 따라 글로벌 로펌들이 더 큰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음.
- 초대형 글로벌 로펌 덴튼스(Dentons)가 중국 내 사업 환경이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화하자 8월 7일 중국 계열사인 다청(Dacheng)과의 관계 단절 및 중국 시장 철수 결정을 발표함.
- 덴튼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에서 철수하는 이유로 데이터 프라이버시, 사이버 보안, 자본 통제 및 거버넌스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의무와 요구 사항을 언급함.
- 덴튼스가 2015년 다청과 합병한 이후 ‘동서양의 통합’을 선언해 온 만큼, 덴튼스의 이번 결정으로 업계 전반에서 중국이 더 이상 글로벌 로펌이 쉽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음.
- 지난 4월 중국은 방첩법이 "국가 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문서, 데이터, 자료 또는 품목"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따라 덴튼스는 중국과 중국에 기반을 두지 않은 파트너 간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없게 되어 기본적인 이해 상충 확인이나 중국 관련 거래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기 어렵게 됨.
- 덴튼스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기본 규칙이 바뀌었다"면서, 중국의 제한을 ‘우회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 고객의 비밀을 안전하게 지킨다고 약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함.
- 이제 문제는 덴튼스의 선례를 따라 얼마나 많은 다른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인가임. 이미 뉴욕에 본사를 둔 로펌인 프로스카우어 로즈(Proskauer Rose)가 6월 중국 본토 사무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고, 보스턴에 본사를 둔 미국계 다국적 로펌인 롭스 앤 그레이(Ropes & Gray)도 "중국 기반 자원의 일부를 홍콩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음.
- 그러나 중국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한 로펌 파트너는 “중국의 규제 문제가 이번 철수의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덴튼스와 다청의 합병 규모가 너무 커서 극복할 수 없는 이해 상충 문제를 야기하고 문화, 직업윤리, 거버넌스의 충돌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밝힘.
- 덴튼스의 이번 결정은 미·중 긴장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임.
- 올해 들어 현재까지 중국의 인수합병 가치는 총 2억 2,100만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작년 같은 시점의 34억 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임. 중국 경제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사이에 0.8%의 빈약한 성장률을 기록했음.
- 이처럼 악화되는 비즈니스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로벌 기업은 최근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음. 미국에 본사를 둔 로펌인 모건 루이스(Morgan Lewis)는 지난달 중국 선전에 새 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발표했으며, 영국의 로펌인 HFW는 6월 웨강아오 대만구(Greater Bay Area)에 일곱 번째 사무소를 추가한다고 발표했음.
- 글로벌 로펌 에버셰즈 서덜랜드(Eversheds Sutherland)를 비롯한 덴튼스의 경쟁사 다수는 중국에 공식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특정 중국 기업에 업무를 의뢰하는 계약을 맺고 있음.
- 반면, 일부 로펌은 현지 규정에 따라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미국이나 EU가 중국 국영 기업을 대리하는 서방 변호사에게 제한을 가하는 것이 더 큰 위협이라고 평가함.
- 덴튼스의 결정 이틀 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양자 컴퓨팅, 첨단 반도체, AI 부문에 대한 미국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함.
- 덴튼스의 소식통은 “중국 정부의 조사가 자신의 사업에까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주는 어리석은 것”이라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라고 말함.
출처: 파이낸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