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당투표 용지가 길다고 뭐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마침 페친께서 네덜란드의 투표 용지를 올려주셨길래 공유한다.
네덜란드는 전면 비례대표제이며 게다가 선호투표가 적용된 개방형 정당명부제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이런 것이다. 정당은 그 정당 소속 후보자를 투표용지에 모두 등록한다. 그럼 유권자는 그 중 딱 한 사람에게 투표한다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아님에 유의). 아래 투표용지에 대략 1300명 정도의 후보자가 있는데 그 중 1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실제 의석 배분은 이렇게 한다. 소속 후보자가 얻은 표를 정당별로 합산한 후, 그 정당 득표율이 그대로 국회 의석 수 비율이 된다. 그럼 그냥 정당에 투표하도록 하면 되지, 왜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하냐고? 더 높은 득표를 얻은 후보가 그 정당에서 상위순번으로 당선된다. 즉 A당이 10석을 가져가게 될 경우, 그 당 후보 중 실제 투표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얻은 10명이 당선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그대로 반영될 뿐 아니라 순번까지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보다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는 것이다. 한국처럼 봉쇄조항도 없다. 단 1%를 얻어도 의석의 1%는 획득한다.
더 정확한 유권자의 의사 반영을 위해 무려 1300명 중에서 1명을 선택하도록 하는 네덜란드 같은 경우도 있는 판에, 정당투표 용지가 길다는 게 길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냥 1번, 2번 중에서만 찍으라고? 선택의 다양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데다가, 사람들도 거기에 워낙 오래 익숙해져서 별 문제의식이 없으니까 지금의 한국 정치가 이 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