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오징이 좋아하는 소설 top 10 중 '기적의 시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신약성서를 코믹하게 비튼 책인데, 유다가 예수의 비서로 등장하고, 예수의 사망과 부활 서사를 완성시키기 위해 조력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대표적인 대사가 "이제 가버나움에 가서 기적이나 하나 일으킵시다, 지금쯤 하나 일어날 때도 됐어요" 입니다.
아무 노력을 안 해도 어차피 하느님의 아들이고, 죽었다가 살아날 것이니 급할 것도 없고 그냥 적선하듯 사람들에게 기적이나 보여주자는 태도인데, 서양 문명과 달라서 우스운 거죠.
서양 문명의 시초인 그리스 신화나 변신 이야기에서, 영웅들은 모두 예기치 못하게 어려운 임무를 맡고, 온갖 노력 끝에 스스로의 힘으로 임무를 완성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가지고 전세계 모든 문학과 예술 장르에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불과 7년 전에는 모든 언론이 칭송해 주는 총리였고, 4년 전에는 당 대표였다가 2년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정체가 들통나는 바람에 대통령 경선에서 탈락했으나, 승복하지 않았고, 실제 선거에서도 별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것이 눈에 보여서인지, 얼마 전 '꼬셔봐' 윗칸 임차인이 된 분의 행로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제일검'이라고 모든 언론이 칭송해 주던 분의 표정을 보면 자기 스스로의 노력 대신 남들이 만들어 주는 서사만으로는 홀로서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됩니다.
그 전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책을 쓰신 분도 생각납니다.
개인적으로, 박지원 당선인의 경우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물꼬를 튼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대한 '대북송금 특별법(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의 굴레를 혼자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했고, 미국에서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는데도 전두환 군부에서 핍박받고 망명 온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 귀국해 평생 의리를 지킨 서사를 시민들이 기억하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추미애 장관님의 경우도, 온갖 언론의 저주와 악담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판사를 사찰한 하급자에 대해 자기 자리에서 최대의 노력을 다 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의해 배신당한 서사를 시민들이 기억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이준석 당선인의 경우도, 정치 신인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발탁됐기 때문에 편하게 비례로 국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도 처음부터 지역구에 출마했고, 여건이 좋지 않았어도 계속 도전한 점,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을 불편하게 여기고, 결국 캐비넷을 동원해 배신할 것이 눈에 보이는 후보자를 떠남으로써 20-30대 남성들의 표심을 돌려세울 수도 있었는데도 의리를 지킨 것, 네 번째에도 비례 대신 지역구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진 점에서, 고질적인 갈라치기 전략을 사용하는 과거지향적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남자답고 용기있는 정치인이라는 서사가 새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언급할 필요도 없는 가장 큰 서사는 아무래도 세상 둘도 없는 가난으로 인해 공장을 다니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개척하고도, 대선 후보 선출된 이틀 뒤에 자기 당 소속 대통령으로부터 "철저히 수사나 받아라"라는 반응과 무시를 겪어내고, 무수한 가결유다들을 때로는 다독이고, 때로는 솎아내고, 경동맥 자상을 노린 범인의 신원은 감춰주는 미디어와 국가의 환경, 단기필마로 함선을 만들어 놓았더니 숟가락 얹겠다더니 재만 뿌리는 사람들 등 온갖 포위를 뚫고도 겸허함을 잃지 않은 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바라건대, 22대 국회에서는, 무슨 애도 아니고,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라'식의 특검법 발의가 난무하는 현실보다는 국회가 사실조사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노력하여 사실관계 존부를 확인하는 진지한 의원들이 서사를 쌓아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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