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막간의 외출 풍경이 참 좋다
윤 수희
입춘이 지나서 그럴까?
갑자기 낮이 길어지고 밤의 그림자가
느림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얼마 전부터 생각한 필요한 물품을 사야 할 것 같아
굳게 마음을 먹고 미용실 문을 잠시 닫고서 눈여겨 보았던
길거리 장사꾼 아저씨까 좌판에 깔아 놓은 여러 가지
잡곡을 즐비하게 늘어놓은 곳으로 향했다
평상시 짧은 외출 조차 나에게 많이 주어지지 않으니
왜 이렇게 사는가 의문을 가지면서도 숙명 처럼 그냥 산다
다행이 요즘 미용실 손님도 없고 오래간만에
오후 5시 좀 넘어서 막간의 외출이다
에고고! 가다말고 다시 뒤돌아 서 미용실에 뛰어 들어왔다
코끝이 매콤하고 등줄기가 찬 기운 돌아 어깨에
큰 스카프를 다시 걸치고 걷는다,
유리창 속에서 사는 일상적인 나의 삶이다
길가에 달리는 자동차 소리도 요란하고
맨 날 지나다니며 컵에다 파는 닭튀김 집 앞에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니 장사가 정말 잘되는가 보다
갑자기 먹고 싶은 생각에 한 컵만 사먹어 볼까?
아이고! 자꾸 찌는 살 때문에 급포기를 했다
신호등 길옆에 차를 대놓고 밤 장사 하는 아저씨도 보였다
어머나! 세상이 참 좋아 졌다
밤 장사 아저씨 밤 까는 기계에 통통 영근 밤을
와르르 넣고 기계를 돌려대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얀 알밤이 금 새 뽀얀 옷 입고 예쁘게 웃는다,
문득 울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명절 때나 먹어보던 밤이었다,
미리 준비한 알밤을 겉껍질을 벗기고 작은 물그릇에
푹 담가 불려 놓고 아버지는 조그만 손칼로 돋보기 쓰고
아주 예쁘고 각도 있게 밤을 서려서 제사상에 정성껏 올리셨다,
이젠 그 모습도 볼 수가 없게 되고 아버지 생각하며
시식용으로 깍 아 놓은 밤 한 알을 입에 냉큼 넣었다
아버지가 깍 아 놓은 밤 맛은 아니어도 달달하니 맛이 좋다
맨 날 길가에 세운 야쿠르트 아줌마 오늘 팔아야 할
야쿠르트가 남았는지 봉지봉지 넣어 놓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격이 싸다며 팔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 얼마나 춥고 손이 시릴까,
나의 오늘의 목적지 잡곡판매 아저씨 앞에 섰다
" 아저씨! 보리 종류가 많네요?"
" 예! 어 서 오세요!"
" 푹 삶아서 된장에 치대 놓으려고 하는데 어떤 보리예요?"
" 예! 이 늘보리가 구수하고 맛이 좋습니다!"
" 아저씨! 차조하고 기장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 차조는 알이 작고 찰지고!"
" 기장은 색도 예쁘고 씨알도 크고 구수한 맛이 더 납니다!"
" 아저씨! 중국산이라 가격이 싼 가 요?"
" 예! 중국산이라도 잡곡이라 좋습니다!"
" 밥에는 기장을 넣어도 맛이 좋습니다!"
" 그럼 늘보리 한 됫박과 기장 두 됫박 주세요!"
" 아주머니! 혹시 이 귀리를 아십니까?"
" 방송에서 좋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저는 처음 봅니다!"
" 귀리는 어디에 좋은데요?"
" 예! 혈압에도 좋고 당뇨에도 좋습니다!"
" 풀 종류에서 나온 밀 같은 종류인데 참 부드럽고 맛이 좋아요!"
" 한 번 사다가 먹고 맛이 좋으면 사다가 먹으시오!"
" 혈압에도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 그래요?"
" 그럼 한 됫박만 주세요!"
아저씨의 호객에 그냥 슬그머니 넘어갔다
특히 다이어트란 말에 훅 가버리고 말았다
늘 밥에 넣어 먹는 잡곡이고 좋다고 하니 믿고도 싶었다,
이 추운 겨울 노상에서 장사가 얼마나 힘이 들까?
나야 가계 안에서 연탄 활활 타는 등 뜨신대서 일을 하지만
아저씨는 입에서 나오는 발름 마저도 어눌하고 불투명한
언어가 왠지 안쓰럽게 보였다
이렇게 추운날 누가 알아주든 말든
아저씨의 기분을 맞추어 주고 싶었다,
귀리를 한 됫박 담으며 아저씨는 좀 더 덤으로 담아 준다,
아마도 이것이 대형 마트 보다는 내 정서에 맞는
누구 나와 주 고 받는 따뜻한 정이 아닌지 싶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 늘보리를 푹 삶아놓고
작년에 구입한 메주콩을 푹 삶아서
너무나 짜져 버린 묶은 된장과 함께 비벼 놓으면
오월쯤 어느 정도 숙성된 맛있는 된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벌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는가 보다
서서히 밤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가로등 불 하나씩 켜진다,
길가에 줄줄이 늘어선 가계들의 간판들도 켜지고
아파트의 창문에 비치는 불빛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도심의 밤 어둠속의 혈관 같이 번쩍이며 움직일게다,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은 이제 어둠이 짙어질수록
멋진 도심에서 맹수의 눈빛 같이 번뜩이며
야경의 화려함을 더 해 주리라,
내일을 향한 멋진 도약을 위하여.
2014년 2월 일
첫댓글 길거리에서 저 역시 장사를 해 봤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에 나는 절대 가격을 깍지 않는다.
사기 싫음 안 산다.
그래요
미안해서도 깍지는 못하지요
다행히 싸니까 저는 좋아 합니다...ㅎ
들러 주시어 감사합니다
수희님도 참 바쁘게 사시네요, 짬을 내서 잡곡도 준비하시고, 알뜰한 살림꾼이시네요,
여러가지 잡곡을 섞어서 먹으면 밥이 맛있고 영양도 좋다고 하니,,저도 5가지 정도 섞어서 해 먹는답니다,
저는 추위를 많이 타서 밖에서 하는 일은 절대로 못할거 같아요.
예 엄청 바쁩니다
그래요 그렇게 추운날 한대에서 넘 춥잖아요...
그래서 안쓰럽지요....
되도록이면 팔아 줄려고 합니다...
잘 하셔어요,본인도 일부러 재래시장가서 순대국 먹고 잡곡 사오고
밤도 일주일에 한번정도 사다가 먹고 그래요,
굴도 요새는 싱싱하고 맛있고...
정말 좋은 생각을 하시는군요....
엊그제 어리굴젓을 담았는데 맛이 있더이다
요즘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들러 주시어 감사합니다..
입춘이 지나서인지 오늘은 창밖에 불어오는 바람이
곧 봄을 가져다 줄것같은 좋은날씨
저도 운동갔다 오는길에 재래시장 들려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왔네요.
예 오늘은 어제보다 기온이 떨어져 좋네요
그래도 저는 춥습니다...
추위에 엄청 약하거든요....
재래 시장이 싸긴 싸지요?
많이 이용해 주세요....
좋은글
머무르다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아름다운 밤 되세요...
어제보다 오늘이 춥더군요.
집안에서는 좀 따뜻한듯해 두꺼운코트 벗고나갖다가
추워서 식겁했구먼요.ㅎ
이추운날씨에 노상에서 장사하는분들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예 안쓰럽지요
사는 뭐가 그리 힘든지...
목구멍이 포토청이라고 그런 일이라도 해야
자식 가르치고 먹고 살 수가 있으니....
각박해지는 현실에 마음만 아픕니다...
들러 주시어 감사합니다...
요사이는 경기가 없어서 난전에 장사도 별로랍니다..
님은 된장도 손수 만들어서 먹나봐요~
대단한 솜씨네요~
예 몇년전부터 직접 담가 먹으려 노력중입니다...
처음은 실패 하고 요즘은 맛은 없어도 그냥 그냥 먹을만 하지요
그래도 울어머니 된장 맛을 찾으려면 아직도 멀었지요...
열심히 연구해 담다보면 맛있겠지요? ㅎㅎㅎ
들러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