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합정역을 지나는데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낙선 인사를 하더군요. 짠한 기분이 들어 저도 마주 인사했습니다.
장혜영 의원을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 장 의원 싫어합니다. 제가 짠하다고 느낀 건 정의당입니다.
제가 정의당에 부정적이 된 이후 페북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 페친 분들은 제가 정의당에 계속 부정적이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원래 전 일관되게 진보정당에 투표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진보정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줄곧 진보정당을 지지했습니다.소시적부터 전 정치성향이 진보적이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유일한 원내 진보 정당인 정의당에 비판적이 된 건, 그들이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진보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착각하던데, 이른바 ”새로운 진보“를 자처하는 성, 기후 등의 문제는 원래 진보와 보수 모두와 관련된 의제이고, 많은 경우 보수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가장 목숨거는 여성문제의 경우, 출발점은 부르주아적인 자유주의 참정권 운동이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이슈가 된 김활란 같은 경우가 그런 여성운동의 최악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고민 없이 ”정체성” 선명화에만 목숨을 걸면 전체주의적 집단과 다를 게 없고, 진보는 더더욱 아닙니다.
“박근혜 지지가 진보다”라는 어이없는 주장이 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정의당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새로운 진보”도 아닙니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민주당 2중대가 아니다”입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니 “윤석열이 왜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이 나오고, 정의당에서 검찰의 전횡을 편들고, 정의당 간판 정치인들이 이준석과 당을 만들고..이런 전혀 진보답지 않은 행보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전 더 이상 정의당이 진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정의당의 몰락이 진보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의당이 실패함으로써 30년간 이어졌던 진보정당 운동은 실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진보정당이 다시 일어설 가능성은 충분히 있고, 그래야만 하지만, 적어도 기존의 운동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장혜영 의원을 보면서, 민주노총 합법화를 위해 목숨바쳐 싸운 사람들, 노동자 농민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서글펐습니다.
솔직히 전 지금 진보진영에 별 기대가 없습니다. 정의당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주류인 것으로 알고 았기 때문입니다. 진보진영 내에 깊이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게 갑자기 될 리도 없죠.
아마 의미있는 진보 정당을 다시 보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