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야속하다고 하던가?
한마디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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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입구역에서 만났다. 사람들이 참 많은데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맨 노인들뿐이다. 산이 완만하고 등산하기가 좋아서 그런가 보다.
역 안에서 영환이 일행을 만나고 밖으로 나오니 성원이 일행이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던 차에 성원이 옆에 있는 여자도 인사를 하는데 한 여자는 자기가 예쁘냐고 하고 한 여자는 자기를 아느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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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고 성원이가 데려온 일행인가 했는데 대신초등학교 출신들이란다.
서로가 호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안 온 사람들을 체크하게 되는데 들리는 소리기가 여기저기 아프고 수술했다고 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참 안타깝다. 세월이 그리하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친구들은 세월을 비껴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장희가 도착해서 올 사람은 다 왔다고 하는데 세어보니 열 명이다. 상남이가 준비해온 먹거리가 가득한 배낭을 내가 둘러메고 줄줄이 흘러가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걷는다.
길가에 노란 것이 보여서 돌아보니 개나리가 피어나고 있다. 이맘때면 예전에는 노란 병아리가 깨어나고 했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노란 개나리가 반갑고 정겹다.
굴다리 밑을 지나고 상가에 들려서 막걸리를 사고 더 올라가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거대한 참나무 보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보호수 참나무)
키가 큰 백인 젊은 부부와 한 아홉 열 살쯤 되는 아이가 산을 오르는데 여기저기서 영어 좀 한다는 놈들이 들러붙는다. 가이드를 자청하는 모습이 왠지 씁쓸하다. 그래서 애한테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하고 내가 애한테 물었는데 자칭 가이드란 중늙은이가 미국사람이라고 대답을 해 준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다 보면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진 개울가를 걷게 되는데 시원한 키의 메타세쿼이아는 언제 보아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걷는 것인지 마는 건지 진달래 능선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동네 마실길같이 길도 넓고 평안하다. 걷다가 자리를 잡고 술상을 폈다. 상남이가 준비해온 돼지머릿고기, 호박꼬지시루떡, 쪽파김치, 김치, 사과, 배 등을 펴놓고 간식을 즐겼다. 참 자림이가 준 커피는 정력제였다.
장희가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술잔이 잘 보여서 너무 좋단다. 해외여행 이야기가 나왔는데 친구들이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추천했다. 내가 생각해 보니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친구도 있고 해서 괌이나 가서 한자리에서 놀다가 오자고 했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서 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영환이가 비아그라 얘기를 꺼내서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누군가 신랑이 지금도 잘 죽지를 않는다고 하니 자랑질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비아그라를 먹어보지 못했다. 매봉에 갔었던 동건이와 용수가 내려와서 함께 술 한잔하고 먹고 길을 내려왔다.
길가에는 꽃망울이 맺힌 진달래가 줄지어 서 있다. 진달래가 필 때쯤 이 길을 걷는 것도 참 멋질 것 같다.
(할배가 찍어준 사진, 땅을 많이 샀음)
내려오는 길에 메타세쿼이아를 다시 구경하고 앞서 내려가는 젊은이들의 싱싱한 걸음걸이도 귀경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식당인 소백관에 도착했다. 메뉴는 삼겹살이다.
오늘은 비주류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광용이의 얘기 보따리가 터졌다. 이번 달 31일에 시집가는 사위를 보게 된 얘기부터 알츠하이머까지 말이다. 지인이 강원도에 약 3,000평에 이르는 별장을 조성해 놓았다고 한다.
거기엔 풀장도 있고 연못도 있는데 그 주인이 한 70대 되었는데 알츠하이머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알츠하이머는 후진이 안 되고 직진만 하고 잘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그래서 주인이 산책하다가 계속 직진을 해서 물에 빠져 죽고 한참 후에 발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별장이 매물로 나왔는데 싸게 땅값만 처서 30억이란다. 생각이 있는 사람은 광용이한테 얘기해 보길
비행기도 후진이 안 된단다. 동건이가 군대에서 비행기 관리를 했었단다. 나는 사실 새만 후진이 안 되는 줄 알았었다.
한문에 나아갈 진(進)자가 앞으로만 가는 새를 그린 것이다.
進 = 走(주, 달리다) + 隹(추, 새)
새는 앞으로만 간다. 후진을 못 하는데 얼마 전 TV를 보니 후진하는 새가 있다. 그것도 나뭇가지 위에서 말이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춤을 너무도 잘 춘다.
친구들아! 파킨슨 안 걸리게 조심해라! 치매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나는 아니라고 하는데 갑자기 찾아오면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고다.
이것을 예방하는데, 운동이 좋고 그 중에도 춤이 최고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춤이라고 하면 날라리로 인식을 하니 배우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운동을 해라!
두 번째로 평소 안 하던 짓거리를 해야 한단다. 왜냐하면, 하던 짓만 하면 뇌가 쓰던 뇌만 남고 나머지 뇌는 없어져 버린단다. 그러면 고집이 세지고 내가 옳다고 우긴다. 치매 전조 증상이다.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겨 차를 마셨다. 역에서 가까운 투썸이다. 장소가 아늑하고 이야기하기가 참 좋다.
성원이가 말하기를 우리 나이가 되면 자신을 위해서 돈을 써도 된단다. 물론 누군가를 위해서 써도 되는 것이 될 것이다. 매우 인생 철학적인 말을 해서 놀랐다. 돈을 꽉 움켜주고 죽을 때 웃으면서 죽을 줄 알았는데 사람은 변하는 가 보다.
한국 사람은 돈이 있든지 없든지 돈을 잘 쓰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늘 불안을 조장한다. 선거 때만 되면 더 한다. 그래서 행복도도 떨어진다. 슬픈 현실이다. 아마도 성원이의 행복도는 하늘로 치솟을 것 같다.
얘기 보따리 광용이가 또 이야기를 꺼내서 놀랐다. 최근의 히트작 최재형 목사가 대신고등학교 출신이고 우리보다 약 4살 정도 적단다. 그리고 개군면 사람이란다.
영환이가 협잡꾼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니 광용이가 말하기를 최 목사는 진보도 아니요. 보수도 아니요. 그냥 나라가 걱정돼서 그렇게 한 것뿐이란다.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나보다 나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개군면은 인재가 참 많은 것 같다. 개그만 이수근도 있고, MBC 유명 MC 김대호도 있고, 거기다 최 목사까지 있으니 말이다.
대신면 사람들은 제 입에 풀칠하기 바빠서 됨됨이가 된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참 여행 이야기가 더 나왔는데 올해 10월 넷째 주쯤에 괌으로 가기로 의견을 모으고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어서 의견을 좀 더 수렴해 보기로 했다.
일 년 중에 이때 나는 집안 행사가 많다. 그래서 먼저 자리를 벗어나 먼저 나왔다.
친구들아 건강해라!
어제 괜찮았으니 오늘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때려치우고
운동하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몸 관리 잘해서 건강해라!
친구야 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