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은 뚝배기’라는 말이 있듯이 뚝배기는 우리 고유의 음식 조리용 용기이면서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오지그릇의 하나로 우리의 식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뚝배기는 찌개나 탕을 담을 때 쓰는 토속적인 그릇으로 지방에 따라 툭배기, 툭박이, 투가리 등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형태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그 크기는 크고 작은 것이 다양하게 있다. 작은 것은 물이 한 컵 정도 들어가는 알뚝배기가 있다. 알뚝배기에는 닭알을 쪄서 그대로 상에 올리는 용도로도 쓰인다.
뚝배기는 아가리가 넓고 속이 약간 깊은 그릇으로 질그릇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질그릇은 재물을 입히지 않고 600~700℃ 사이에서 구워 연막을 입혀 겉이 푸석푸석하고 윤기가 없는 반면에 뚝배기는 재물을 입혀서 1200℃ 이상의 고온에서 굽기 때문에 윤기가 있고 두드리면 쇠소리가 난다.
뚝배기는 고온에서 구울 때 그릇의 내부에 있던 결정수가 증발되여 그 증발통로나 자리, 즉 미세구멍이 존재한다. 미세구멍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그 크기는 1~100 마이크로미터로 다양하며 재물 유약을 바른 뚝배기보다 바르지 않은 뚝배기가 미세구멍이 많은 것이 관찰된다.
이와 같은 뚝배기 속의 미세한 구멍으로 인해 그릇 밖의 공기와 내부의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통기성은 음식의 발효를 돕고 된장이나 음식 등의 부패를 억제하며 물이나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각종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설거지를 할때 세제를 쓰면 안된다. 미세한 구멍으로 세제가 들어갔다 나중에 물을 넣어서 끓이면 다시 배여나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쌀뜨물을 쓰거나 밀가루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좋다. 처음 사용할 때 식용유를 조금 발라두면 오래오래 깨끗하게 쓸 수 있다.
특히 뚝배기는 불에 강하여 직접 불 우에 올려놓고 음식을 끓이면서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열 함유량이 크고 열전달계수가 작아 보온성이 좋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금속제 냄비와는 달리 끓는 속도도 느리고 식는 속도 역시 느리다. 이러한 뚝배기의 특성에 맞춰 국물이 있는 료리를 해 먹을 수 있고 데워진 음식을 담아둬도 그 온기가 오래간다.
우리 전통 음식은 염분이 많고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 만들게 되는데 금속으로 만든 그릇의 경우 이 과정에서 금속의 부식이나 산화로 인하여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뚝배기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여 있기 때문에 부식이나 산화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한 그릇이다.
투박하게 생겨서 보기에는 비위생적인 것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요즘의 어떤 위생 그릇이나 바이오세라믹 그릇과 같은 첨단 그릇에 못지않은 우리 겨레의 정서와 과학 슬기가 담겨 있는 그릇이다. 우리의 건강한 삶과 문화는 우리 고유의 그릇에서 찾아야 한다. 뚝배기는 이렇듯 지금까지 우리 곁에 남아 우리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대표적인 식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