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 절개를 지닌듯 푸르른
긴 그림자를 드리운
마치 꿈을 꾸는듯
춤을 추는듯
굽어진 소나무
만송정 솔숲을 지나 깍아지른 기암 절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과 흰 백사장이 눈에 담긴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간직 하고 있다.
하나님의 신성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부용대 절벽을 사이에 두고 겸암정사와 옥연정사가 휘돌아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다.
가슴에 바람이 인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 왜란 7년의 기록을 담은 `징비록`을 집필한 곳이 옥연정사이다.
먼듯,또 가까운듯 다시 가고 싶었던 그 곳.
`징비록` 서애 선생의 눈물과 회한의 기록.
7년의 전란의 원인과 그의 따른 참혹하고 비참한 결과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했던가`
역사를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리 경계 하여 후환을 대비한다.`
다시는 비극적인 같은 역사가, 같은 실책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그래서 앞날을 대비 하고자 했던 서애 선생의 절박하고 뼈아픈 교훈과 충절의 기록이다.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을 발탁하고 뛰어난 외교,정치,군사 지략가로서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서애 류성룡 선생.
몆년전 당일치기로 왔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안동에 다시 오니 반갑고 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잠시 생각이 들어왔다.
못내 아쉽다.
꼭 다시 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옥연정사이다.
시린 바람이 들어온 마음을 다독이며 병산서원으로 향하는 걸음 걸음이 모두 바쁜것 같다.
우리나라 건축 전통의 빼어난 멋을 그대로 보여 주는 서원건축의 백미라 하니 기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주춤한 가슴으로 설레임이 찾아온다.
이윽고 도착한 곳. 아름다운 풍광이 부용대와는 다른 느낌이다.
흐린 날씨 덕분에 구름들이 병산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그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물과 모래밭이 부드럽고 평화롭다.
자연스럽게 서애 선생의 인품이 느껴져 온다.
복례문을 지나 만대루에 들어선다.
다듬지 않은 자연목 그대로를 사용했고, 기둥위에 지붕이 놓인, 안이 사방으로 비어있는 공간이다.
장식도, 기교도 없고 기둥들은 휘어진 모습 그대로이며 건축과 자연의 풍경들이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푸른 병산은 병풍처럼 둘러있고 구름은 강물과 모래톱을 넘나들듯 한다.
태고의 신비가 느껴진다.
밖의 풍경이 건축물과 동심일체를 이룬다.
만대루의 `만대`는 당나라 두보의시[백제성루]에 나오는 `푸른 절벽을 오후 늦게 대할만 하다`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또 만대루는 `격물치지의 공간이다`(우주와 만물을 이성적으로 사고 하고 과학적으로 탐구 하여 진리를 발견한다)한다.
만대루 누각 왼쪽으로 `광영지`연못이 베롱나무 한그루를 옆에 끼고 있다.
베롱나무가 없었더라면 그냥 둠벙이었것.
광영지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서 역할이다.
연못을 맑게 유지 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물을 공급 해야 하듯 사유의 근원인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서애 선생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강학마당을 지나 입교당이 보인다.
유생들이 수학중이다.
조용히 돌아 나오니 누군가가 단체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 주었다.
서애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존덕사,목판과 유물을 보관 하는 장판각을 보고 다시 만대루 앞에 선다.
이 누마루에서 유생들과 제자들이 학문을 탐구 하고 토론 했을 것이다.
만대루를 두고 떠나기 아쉽다는듯 병산의 구름도, 우리도, 나도 서성인다.
누마루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 서애 선생의 곧음과 청청한 정신과 학문, 만물에 대해서 깊이 사유하고 앞을 내다보는 혜안과 백성를 사랑하는 서애 선생의 가치관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까.
출입금지의 푯말이 야속하다.
류성룡 선생의 가르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처럼 유구하다.
징비록을 집필 해서 후대에게 남긴 뜻을 생각한다.
지금 세계정세는 메우 위험 하다고 학자들이 말 하고 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이 되어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북한은 무기와 병력을 지원 하고 있다.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으로 전개 되고 있다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도 확전되어 가는 양상이다.
소용돌이 치는 세계적 정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와 대처가 필요 할까.
물론 내가 또 우리가 고민한다고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우리에게 다시 아픈 역사가 반복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병산서원을 나서며 서애 류성룡 선생의 뜻을 기억 하고자 한다.
첫댓글 안동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병산서원이었어요. 풍광도 의미도, 저물 녘 비 개이고 산마루까지 내려온 흰구름이 만든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오래 기억될 공간이었지요. 책을 읽고 시를 쓰는 그 시대의 공부가 저절로 될 것 같은 도량, 비단보다는 무명에 가까운 담박함이 느껴져서 더 좋았어요. 역시 만드신 분의 가치관이 스며있어서였겠죠.
병산서원의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켜주는 경은 언니 글에 감사합니다 ^^ ❤️🧡💛
그동안 아기편지에 글을 올리지 않았음은 명백한 게으림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렇듯 유려하게 쓸수 있는것을...
매월 아기편지에서 만날수있기를 바라며 병산서원에 대한 성의있고 자세한 기록 잘 읽었어요.
감사해요.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눈여기고 마음에 새기셨군요. 마치 든샘 님께서 병산서원의 한 유생이 되어 누마루에 올라 서애 유성룡 선생을 기리며, 세상을 경계하며 자연에 묻힌듯 싶네요. 오랜 시간 머무르고 싶은 병산서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