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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君)은 배(舟)이고, 백성(人)은 물(水)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때론 배를 뒤집기도 한다. 이처럼 백성은 왕을 떠받들지만, 때론 몰아낼 수도 있다. 왕과 백성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인데, 당나라 태종(太宗)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실려 있다.
《정관정요》는 당 태종의 정치 철학이 잘 담겨있는 책으로 신하들과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는 위징(魏徵)의 간언이 많이 인용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하루는 당 태종이 신하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천자가 훌륭한 도덕을 가지고 있으면 백성은 그를 떠받든다. 그러나 천자가 무도하면 백성은 그를 천자의 자리에서 몰아낸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자 위징이 이에 답하여 말했다.
“옛말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능히 배를 실어 띄울 수가 있지만, 한편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君舟人水 水能載舟 亦能覆舟)'라고 했습니다. 폐하께서는 백성이야말로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계시는데 진실로 그러합니다.”
이 말은 원래 공자(孔子)가 처음 말한 것으로 《공자가어(孔子家語)》 〈오의해(五儀解)〉에 실려 있으며, 이후 《순자(苟子)》 <왕제편(王制篇)>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위징은 옛 책에 실린 이 말을 다시 인용하여 태종에게 왕과 신하의 관계에 대해 간언을 한 것이다.
당 태종은 신하들의 간언을 열심히 경청한 왕으로 유명하다. 특히 위징은 원래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었으나 그의 사람됨을 눈여겨 보고 그를 중용했다. 위징은 태종에게 200여 차례에 걸쳐 간언했는데, 태종은 간혹 화를 낸 적도 있지만 그의 간언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위징이 죽은 후, 고구려 원정을 감행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에 “위징이 살아있었으면 나한테 이런 걸음을 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을…”이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군주인수를 ‘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도 하는데, 지난해 <교수신문>은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