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서교리(窮鼠嚙狸)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빈다는 뜻으로, 힘이 없는 사람이 너무 눌리면 반항하게 된다는 말이다.
窮 : 궁할 궁(穴/10)
鼠 : 쥐 서(鼠/0)
嚙 : 깨물 교(口/15)
狸 : 삵 리(犭/7)
쥐도 궁지(窮地)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찍' 소리라도 내고 죽겠다는 심정으로 천적(天敵) 고양이에게 달려든다. 궁서교리(窮鼠嚙狸)라는 말의 유래다.
리(狸)는 동물 삵을 지칭하지만 여기서는 흉물스러운 고양이를 뜻하고 있다. 같은 뜻으로 구급도장(狗急跳墻)이라는 성어도 있다. 개(狗)도 급해지면(急) 담장(牆)을 뛰어넘는다(跳)는 뜻이다.
개나 쥐나 몸이 끊어지면서 목숨까지 마감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경우에 닥치면 아주 사나워진다. 곤수유투(困獸猶鬪), 모든 동물(獸)은 곤경(困)에 빠지면 오히려(猶) 심하게 싸운다(鬪).
같은 뜻의 성어가 폭넓게 쓰이는 이유는 '상대를 너무 궁지로 몰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 때문일 게다. 궁구막추(窮寇莫追), 궁지에 몰린(窮) 도둑(寇)은 쫓지(追) 말라(莫)는 얘기다.
이 말의 원전은 손자(孫子)다. 그는 병법(兵法)의 천재답게 "궁지에 몰린 적은 압박하지 말라, 이는 용병의 원칙이다(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라고 했다.
가끔 반대의 경우가 통할 때도 있다. 일부러 궁지에 들어가 적과 싸운다는 말, 바로 배수진(背水陣)이다. 뒤(背)에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물(水)을 두고 펼친 진영(陣)이다.
더 물러설 곳이 없으니 어떨까.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그래서 밥 짓는 데 쓸 솥단지를 깨트려 버리고, 도망칠 때 탈 배도 물에 가라앉혀 버린다는 것이다. 성어로 파부침주(破釜沈舟)다.
제갈량(諸葛亮)은 '쥐도 궁하면 고양이에게 달려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싸움에 응용했다. 적장을 일곱 번 풀어주고(縱), 일곱 번 붙잡았다(擒)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이 그래서 나왔다. 상대를 궁지에 몰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잡아들이는 계책의 전형이다.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서로를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은 해상 시위를 하고, 일본은 기회를 틈타 무장화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그들은 지금 동아시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다.
욕금고종(欲擒故縱), 상대를 잡고(擒) 싶으면(欲) 일부러(故) 풀어준다(縱)는 성현의 말씀을 잊었단 말인가?
▶️ 窮(다할 궁/궁할 궁)은 ❶형성문자로 穷(궁)은 통자(通字), 竆(궁)은 본자(本字), 穷(궁)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구멍 혈(穴; 구멍)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躬(궁)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窮자는 '극에 달하다', '가난하다', '궁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窮자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이를 종합해 보면 '매우 가난하다'이다. 窮자에는 그 가난한 정도가 잘 묘사되어 있다. 우선 窮자의 갑골문을 보면 宀(집 면)자에 人(사람 인)자, 呂(등뼈 려)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이것은 집에 뼈가 앙상한 사람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금문과 소전을 거치면서 人자는 身(몸 신)자로 바뀌었고 宀자도 穴(구멍 혈)자로 바뀌면서 '궁하다'라는 뜻의 竆(궁할 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본래 '궁하다'라는 뜻은 竆자가 쓰였었지만, 지금은 이체자(異體字)였던 窮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窮(궁)은 ①다하다 ②극에 달하다 ③마치다, 중단하다 ④궁하다(가난하고 어렵다), 궁(窮)하게 하다 ⑤가난하다 ⑥이치에 닿지 아니하다 ⑦외지다, 궁벽(窮僻)하다 ⑧작다, 좁다, 얕다 ⑨궁구(窮究)하다(파고들어 깊게 연구하다) ⑩연구하다 ⑪드러나다 ⑫궁(窮)한 사람 ⑬의지(依支)할 데 없는 사람 ⑭궁려(窮廬: 허술하게 지은 집, 가난한 집) ⑮나라의 이름 ⑯크게, 매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곤할 곤(困), 다할 추(湫), 다할 극(極), 다할 진(殄), 다할 진(盡), 다할 갈(竭), 가난할 빈(貧)이다. 용례로는 일이나 물건을 처리하거나 밝히기 위하여 따져 헤아리며 이치를 깊이 연구함을 궁리(窮理), 어려움이나 난처함에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상태나 처지를 궁지(窮地), 곤궁하고 궁색함을 궁색(窮塞), 궁경에 빠진 적군을 궁구(窮寇), 생활이 곤궁한 지경을 궁경(窮境), 몹시 가난하고 궁함을 궁핍(窮乏), 한 해의 마지막 때를 궁랍(窮臘), 딱하고 곤란함을 궁곤(窮困), 속속들이 깊이 연구함을 궁구(窮究), 극도에 달하여 어찌 할 수 없음을 궁극(窮極), 북극 지방의 초목이 없는 땅을 궁발(窮髮), 외따로 떨어져 구석지고 몹시 으슥함을 궁벽(窮僻), 곤궁하게 살아가는 상태를 궁상(窮狀), 생활이 어렵고 궁한 백성을 궁민(窮民), 아주 어렵고 곤란하게 된 사람을 궁객(窮客), 더 할 수 없이 괴로움을 궁고(窮苦), 산 속의 깊은 골짜기를 궁곡(窮谷), 가난하여 살림이 구차함을 곤궁(困窮), 어디까지나 캐어 따짐을 추궁(追窮), 가난하여 궁함을 빈궁(貧窮), 공간이나 시간 따위의 끝이 없음을 무궁(無窮), 몹시 궁함을 극궁(極窮), 더할 나위 없이 곤궁함을 지궁(至窮), 곤궁한 것을 잘 겪어냄을 고궁(固窮), 외롭고 가난하여 궁핍함을 고궁(孤窮), 가난한 사람을 구하여 도와줌을 진궁(振窮), 가난이나 궁핍을 벗어남을 면궁(免窮), 가난한 친구와 친척을 일컫는 말을 궁교빈족(窮交貧族), 궁지에 몰린 쥐가 기를 쓰고 고양이를 물어 뜯는다는 뜻으로 사지에 몰린 약자가 강적에게 필사적으로 반항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서설묘(窮鼠齧猫), 피할 곳 없는 도적을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구막추(窮寇莫追), 피할 곳 없는 쥐를 쫓지 말라는 뜻으로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을 궁서막추(窮鼠莫追), 곤궁해질수록 그 지조는 더욱 굳어짐을 이르는 말을 궁당익견(窮當益堅), 가난으로 겪는 슬픔을 이르는 말을 궁도지곡(窮途之哭), 막다른 골목에서 그 국면을 타개하려고 생각다 못해 짜낸 꾀를 일컫는 말을 궁여지책(窮餘之策), 막다른 처지에서 짜내는 한 가지 계책을 일컫는 말을 궁여일책(窮餘一策),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궁년은 자기의 한 평생을 누세는 자손 대대를 뜻으로 본인의 한 평생과 자손 대대를 이르는 말을 궁년누세(窮年累世), 온갖 힘을 기울여 겨우 찾아냄을 이르는 말을 궁심멱득(窮心覓得), 가난한 마을과 궁벽한 땅을 일컫는 말을 궁촌벽지(窮村僻地), 가난하여 스스로 살아 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궁부자존(窮不自存),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종일 일함을 일컫는 말을 궁일지력(窮日之力), 운수가 궁한 사람이 꾸미는 일은 모두 실패한다는 뜻으로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궁인모사(窮人謀事), 성정이 음침하고 매우 흉악함을 일컫는 말을 궁흉극악(窮凶極惡), 궁하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기 어려우면 예의나 염치를 가리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궁무소불위(窮無所不爲), 하늘과 땅과 같이 끝간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궁천극지(窮天極地),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게 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궁변통구(窮變通久),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거듭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궁리궁리(窮理窮理), 울림을 미워하여 입을 다물게 하려고 소리쳐 꾸짖으면 점점 더 울림이 커진다는 뜻으로 근본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것을 다스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궁향이성(窮響以聲) 등에 쓰인다.
▶️ 鼠(쥐 서)는 ❶상형문자로 쥐의 이와 몸을 본 뜬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鼠자는 ‘쥐’나 ‘좀도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鼠자의 갑골문을 보면 쥐의 주둥이 주위에 흩어진 낱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 쥐를 표현한 것이다. 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곡식을 훔쳐 먹고 살던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鼠자에는 ‘좀도둑’이나 ‘간신배’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鼠자는 금문으로 넘어오면서 모양이 크게 변형되었는데, 쥐의 앞니는 臼(절구 구)자로 바뀌었고 꼬리와 발은 생략되었다. 鼠자는 쥐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鼢(두더지 분)자나 鼬(족제비 유)자처럼 설치류와 관련된 동물을 뜻하게 된다. 그래서 鼠(쥐)는 ①쥐(쥣과의 포유 동물) ②좀도둑 ③병(病)의 이름, 임파선(淋巴腺) 결핵(結核) ④간신(奸臣)의 비유 ⑤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걱정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쥐며느리를 서고(鼠姑), 족제비를 서랑(鼠狼), 쥐의 족속 또는 몹시 교활하고 잔일에 약게 구는 사람을 서족(鼠族), 좀도둑으로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도둑을 서도(鼠盜), 목에 결핵성 림프선염이 생겨 곪아 뚫린 구멍에서 늘 고름이 나는 병을 서루(鼠瘻), 갈매나무를 서리(鼠李), 소인배들을 서배(鼠輩), 쥐의 털과 같은 빛깔 곧 짙은 잿빛을 서색(鼠色), 곡식을 쥐가 먹어서 나는 축을 서축(鼠縮), 쥐가 쏠아서 결딴냄을 서파(鼠破), 쥐의 가죽을 서피(鼠皮), 두 다리의 사이를 서혜(鼠蹊), 쥐의 쓸개라는 뜻으로 담력이 약한 것을 얕잡아 이르는 말을 서담(鼠膽), 들쥐를 야서(野鼠), 캥거루를 대서(袋鼠), 박쥐를 비서(飛鼠), 사향쥐를 사서(麝鼠), 토끼를 토서(兔鼠), 두더지를 토서(土鼠), 다람쥐를 산서(山鼠), 날다람쥐를 청서(靑鼠), 족제비를 낭서(狼鼠), 족제비를 황서(黃鼠), 흰쥐를 백서(白鼠), 땅강아지를 석서(石鼠), 두더짓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분서(鼢鼠), 다람쥐과에 딸린 작은 동물을 석서(鼫鼠), 들쥐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수서(水鼠), 쥐의 간과 벌레의 팔이라는 뜻으로 매우 쓸모없고 하찮은 것을 이르는 말을 서간충비(鼠肝蟲臂),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등에 쓰인다.
▶️ 嚙(깨물 교)는 형성문자로 啮(교)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口(입 구)部와 齒(이 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嚙(교)는 ①깨물다 ②뼈를 씹다 ③침식(侵蝕)하다(세력이나 범위 따위가 점점 줄어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남방의 짐승 이름을 교철(嚙鐵), 지각이나 바위를 빗물이나 유수가 개먹어 들어감을 수교(水嚙), 제 언치 뜯는 말이라는 뜻으로 제 언치를 뜯으면 장차 자기 등이 시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친척이나 동기를 해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것과 같다는 뜻의 속담을 교천지마(嚙韉之馬), 제가 기른 개에게 발꿈치 물린다는 뜻으로 자기가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도리어 해를 입은 경우를 이르는 말을 축견반교(畜犬反嚙) 등에 쓰인다.
▶️ 狸(삵 리/이, 묻을 매)는 형성문자로 貍(리)의 속자(俗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里(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狸(리/이, 매)는 ①삵(살쾡이. 고양잇과의 포유류) ②살쾡이(고양잇과의 포유류) ③너구리(갯과의 포유류) ④성(姓)의 하나 ⑤죽이다, 그리고 ⓐ묻다(매) ⓑ매장(埋葬)하다(매) ⓒ제사(祭祀) 지내다(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양이나 수달의 별칭을 이노(狸奴), 삵괭이의 가죽을 이피(狸皮), 삵괭이와 같이 간사하게 웃음을 이소(狸笑), 여우와 삵으로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 즉 소인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호리(狐狸),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빈다는 뜻으로 힘이 없는 사람이 너무 눌리면 반항하게 된다는 말을 궁서교리(窮鼠嚙狸), 범 없는 골에 너구리가 왕 노릇 한다는 뜻으로 뛰어난 사람이 없는 곳에서 되지 못한 자가 뻐기는 꼴을 아니꼽게 여겨 이르는 말을 무호동 이작호(無虎洞狸作虎)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