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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상식] 탁구에서 공식적인 "그랜드슬램"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대회를 석권한 선수들에게 "그랜드슬램을 이루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많습니다만, 그 중 어느 것도 공식적인 것이 아니며, 석권했다고 하는 대회들도 사람마다 모두 가지각색입니다. 테니스처럼 정해진 중요 오픈대회 4개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을 때 그랜드슬램을 이루었다고 하는 것과 같은 그런 것은 탁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랜드슬램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 자체가 탁구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공식적이거나 모두의 합의가 이뤄진 표현이 아니라 모두가 대충 아무렇게나 적당하게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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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부수나 핸디에 대한 좋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 기쁘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는데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나오니까요. 까짓거 귀찮은데 대회 나갈것도 아니고 어차피 나는 인생이 노핸딘데 다들 그렇게 치고박고 하게 놔두자 하고 싶은데 저도 탁구가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이렇게 말을 거들게 되네요.
1. 레이팅제도의 도입
현재 구미 각국에서 채택되고 있는 레이팅 제도는 자기의 성적에 따라 일정한 점수를 부여받고 고수를 이기면 점수가 크게 증가하고 하수에게 지면 점수가 크게 깎이는 방식으로 노핸디하에서도 각자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제도입니다. 레이팅 점수 단위로 open league,upper league, lower league 등으로 나눠서 대회를 열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부수제 방식과도 유사합니다.
예를들면 점수 1000점을 기준으로 내 점수가 1500점이면 open league와 upper league 에 참가할 수있습니다. 내 점수가 800점이면 open league와 lower league에 참가합니다. 상위부 하위부의 개념과도 비슷하네요. 모든 대회의 경기결과는 철저히 기록되고 협회의 데이타베이스에 저장돼 레이팅 산정에 활용됩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스웨덴은 division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고 합니다. 모두 단체전 방식이고 각 디비전은 우리의 부수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최상위 디비전은 국대수준-실제로 국가대표들이 일반인들과 섞여서 경기합니다. 각 디비전의 우승팀은 한단계 상위 디비전으로 올라갑니다. 개인이 아니라 팀이라는게 특이합니다. 물론 노핸디죠.
이런 레이팅 방식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으로는 구축되기 힘듭니다. 책임있는 협회 차원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하는데 사실 시작이 어렵지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이정도 초보수준의 시스템을 구축 못한다는 것은 어떤 핑계를 대도 직무유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엘리트 체육 관계자들은 예를들면 제 은사이신 현정화 감독이나 김택수감독, 유남규 감독같은 분들과 대화해봐도 죄송하지만 생활 체육의 시스템에 관심도 정보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국민 생활체육회 같은 곳에서 일정액의 가입비를 받아서 모든 선수들의 경기 결과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런 계획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작년에 국민 생활체육 유공자 장관상을 받게되어 시상식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제 옆옆 테이블에 생활체육 탁구 협회장님이 계셨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뭐라도 한마디 건의해 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 그냥 스쳐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제 생각에 레이팅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서열정리나 고수하수 구분같은 줄세우기가 아니라 소속감과 자부심이었습니다. 제가 뉴질랜드에서 운동할때 인터넷 홈피에 전국 랭킹 리스트가 나오는데 제 이름과 레이팅, 소속 클럽 그리고 당당히 전국 100위권 안에 제 이름이 적혀있을때 매일 보고 또 보고 혹 랭킹이 올랐나 확인해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마치 제가 프로선수라도 된듯이 뿌듯하고 그후로 운동하는 목표와 재미가 샘솟더군요.
2. 얼리버드
혹 이러한 레이팅 시스템의 구축이 당장 어렵다면 저는 요즘 확산일로인 얼리버드 클럽의 순위방식을 모든 탁구클럽이 차용해보는게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돌이켜보면 얼리버드는 용두탁구장에서 탁구왕김제빵님이 주도하신 조기탁구 모임이 선구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노핸디로 아침에 모여 연습과 경기를 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부수나 실력에 상관없이 노핸디로 모든 사람과 경기한다는 개념이 최초로 자리잡은 모임입니다.
제가 참여하던 시기는 초창기라 아직 경기결과 집계나 순위결정등은 없이 순수하게 운동만 하는 모임이었죠. 그러다 미라쥬님이 관악구에서 얼리버드라는 모임을 시작했고, 마침 저도 용두탁구장에서 멀리 떨어진 김포로 이사하게 되어 부득이 작별을 고하고 이쪽에서 운동을 하게되었습니다.
서울 얼리버드는 참가자 전원의 경기결과를 집계해 그날의 순위를 결정하고 분기별로 그 결과를 누적해 최다승, 최고승률, 최다참가 3개부문으로 나눠 시상합니다. 17명 내외의 모든 참가자가 예외없이 풀리그로 전원과 노핸디로 경기를 펼치는데 3시간 동안 쉴새없이 3전 2선승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모두 서로의 부수를 묻지않고 핸디도 없는데 참가율 출석률 높고 정회원에 가입하려는 열기가 치열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살짝 제 자랑인데 애교로 봐주세요.
부끄럽지만 제가 1기 얼리버드 최고 승률상을 받았는데 성적이 146승 무패. 핸디가 없으니까 저는 제 나름대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누구와 경기해도 설렁설렁 치지말고 최선을 다하자. 진짜 아침 7시에 나와 열심히 경기에 임했더니-물론 중간중간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무패의 영광스런 훈장을 받았습니다. 참여하신 모임 친구분들도 언제 제 기록이 깨지나 관심을 가져주시고 모두들 저를 잡으려고 정말 재미있는 경기를 했습니다.
실력이 조금 약한 분들도 지난번엔 4점 냈지만 이번엔 6점 획득에 도전한다!!!하시면서 저에게 달려드셨습니다. 이기더라도 지더라도 자신이 세운 목표만 있다면 굳이 핸디가 없더라도 상관없더라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분기가 끝나고 잘하는 사람만 상을 받는게 아니라 최다승, 최고승률, 최다참여가 동등한 입장에서 수상하니 실력이 조금 부족한 분들도 동기부여가 되는 신의 한수였던것 같습니다.
그후 많은 지역에서 서울 얼리버드를 본따 조기탁구모임이 생기고 대부분 서울 얼리버드에서 미라쥬님이 만든 경기결과 집계방식을 차용해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이 미라쥬라는 사람 혼자의 머리에서 나온건지 기존의 경기방식을 조합해 만든건지는 잘 모르나 누구나 할 수있다고 평가절하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시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3. 결론
매일 같은 클럽에서 같은 사람들과 연습경기만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지겹죠. 그래서 다들 크고 작은 대회에 나가고 부수 핸디같은 방식도 나오고 한것 같습니다. 이제 21세기에 탁구를 즐기고 동기부여를 하는 길이 대회 참여에만 있는건 아니겠죠. 현실이 이러니 어쩌나, 생활체육이 프로도 아닌데 뭘, 부수도 낮고 탁구도 못치면 가만히나 있지, 사실 무슨 일을 안하려면 수십개 수백개 핑계와 이유를 댈 수있습니다. 우리가 보다 공정하고 보다 투명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가 안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갈겁니다.
지금 방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괜한 소리 한다고 하실분들도 있을겁니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경험을 한 어느 탁구 좋아하는 사람의 작은 바람이라고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정말 좋은글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런 얼리버드 모임이 많은 도움을 주더라구요 ^^
당시 얼리버드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짧은 기간이였지만 1년동안 1부수 씩 승급 혹은 승점을 제법 적립하게 된 좋은 모임? 이였습니다 ^^
좋은 말씀 입니다. 무조건 외국의 시스템이 좋은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핸디없이 시합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시합날이 되면 정말 축제 분위기 같습니다. 왜 우리는 핸디가 있어야만 재미가 있고 하수가 상수와 시합할 기회가 생기는지가 의문입니다.
정말 공감되는 좋은글입니다..
상수가 꼭 핸디가 있어야 재밌는것도 아니고.
하수가 꼭 핸디를 받아야 상수와 할수 있는것도 아닙니다.
님 말씀데로..
오늘은 꼭 6점을 내야지 하는 목표도 좋은 자세일겁니다.
그리고 꼭 고수랑 붙지 않아도 얼마든지 실력이 늘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게임 요령 보다 기본자세 원리 이런걸 꼭 고수와의 경기에서 배울수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레이팅제도가 한국에서도 꼭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핸디는 계급장도 아니고 필수불가결한것도 아니고 그것이 없으면 탁구를 칠수없는건 더더욱 아닙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때의 글들이 기억에 많이남습니다...^^ 하지만...현실이..ㅠ 금방 1년이 지났네요...
전에 어떤 분이 올려주셨던 방법이 생각나네요.
11점에서 6-7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위에 부수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이요.
예를 들면 -7:0 부터해서 11점을 먼저가는거죠.^^ 되게 참신하던데..
칼잡이 몽해님 글이었습니다...
저도 읽었었는데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ㅎㅎ 상수분은 포인트를 많이 따야해서 체력전이 되겠지만요ㅎㅎ
그렇게 되면 핸디가 더 많아야되지않을까요? 하수 4점 낼때 세배가까운 11점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하수11점에 고수 18점이면 쉬울듯 싶네요^^ 그건 그렇고 레이팅 제도가 대안이 되는건가요? 레이팅이되더라도 각 지역별로만 경기들이 진행되면 지역별 차이는 생길수도 있을것 같네요. 오픈시합이 네트웍 역할을 하더라도 부족할듯 싶고...예전글들을 다시 공부해봐야겠네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쌍따봉 날려드립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모바일은 추천버튼이 없는게 정말 아쉽네요. 글도 정말 조리있기 잘 쓰시네요. 어떻게 무패를 할수 있는지ㄷㄷ 저도 한번 도전하고 싶네요 몇점이나 딸 수 있을지ㅎㅎ ^^
합리적 제안입니다. 부수와 핸디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경기방식은 너무 문제가 많습니다. 제가 있는 영국의 탁구리그 운영에서도 합리적이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디비전 별로 나뉘며, 개인리그도 가끔 열립니다만 대부분 클럽대항 경기를 하지요. 중소도시마다 리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경기결과는 리그 비서에게 보내져서 홈페이지에 올려집니다. 팀의 성적, 자신의 성적, 승률, 팀 순위 이 모든 것들이 홈페이지에서 관리되어 한눈에 볼 수 있지요. 각 지역들의 탁구협회는 ETTA 영국탁구협회와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www.tabletennis365.com/oxford 옥스포드 등등 웬만한 도시에는 이런 홈페이지들이 운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 단위로 탁구장들이 뜻만 합한다면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저도 요즘 미라쥬님이 총괄하는 수원얼리버드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140승이 넘도록 무패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글도 잘 읽고 갑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ㅡ제가 소개한 얼리버드 모임에는 전패하시는 분이 꽤 되십니다. 하루에 17전 1승 16패, 2승 15패도 많구요. 그분들이 실망하고 좌절해서 다시는 모임에 안오실것 같지만 꾸준히 나오십니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승이 늘고 패가 줄어듭니다. 초보분들, 저한테 지신분들 한테는 제가 먼저는 아니지만 서브받는팁, 공격하는 요령등을 물어보시면 친절히 답해드리죠. 핸디를 드려서 위안을 드리는게 더 나은 방법일까요?
그리고 하수는 하수끼리 상수는 상수끼리 치는 법이 없습니다. 무조건 참가자 전원과 풀리그로 한바퀴 돌아야 끝납니다. 이게 상수한테 도움이 될까요, 하수에게 도움이 될까요?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온갖 전형 온갖 수준의 사람들과 매주 17게임씩 1년만 쳐본다고 가정하면 전패하셨던분에게 도움이되면 됐지 기를 죽여 탁구계를 떠나게 하지는 않겠죠? 핸디가 없는게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초보때는 전패 제조기였는걸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는걸로 압니다. 전 혹 핸디를 6점드려도 11대6으로 이기는걸 목표로 합니다. 11대0 이나 11대6이나 이 경우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선생님 말씀 들어보니 잔잔한 미소가 생깁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도 느껴지고요. 제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식은 제가 최선을 다하는거라 생각해서 열심히 친다는 뜻이었습니다. 핸디를주는게 문제라기보다는 핸디를 주는 소위 고수라는 사람들의 서열의식 선민의식 이랄까요? 내가 어떻게 이자리까지 왔는데 감히 나랑 맞잡자고해? 이런 상대방을 실력이란 잣대로 무시하고 깔보는 풍조가 문제라는 뜻이었습니다. 귀하신 의견 감사히 받겠읍니다.
아울러 핸디를 주고 받으며 생기는 은연중의 부작용. 핸디를 준 고수는 져도 진게 아니고ㅡ그렇게 자존심을 지키죠. 핸디를 받고 이긴 하수는 이겨도 이긴게 아닌, 참 애매한 상황이 건전한 스포츠로서의 탁구를 점점 병들게하는게 아닌가 걱정되었습니다.
토론이 토론으로 그쳐 공허하다는 분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렇게 토론이토론을 낳고 그것이 여론이 되고 여론이 공론이 되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저도 힘닿는대로 레이팅제 도입, 부수 핸디제 개선 등 제 힘닿는대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미약한 개인 이나마 찾아보겠습니다. 앞으로 10년후 제가 지금 하는 일에서 은퇴하면 본격적으로 이 일에 매달려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네요. 그 전에 뭔가 해결책이 나오면 더좋겠구요.
저도 탁구를 좋아하는 1인으로써 윤화중님께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적어도 제 경험상 하수가 핸디를 받고 치는 것은 그 게임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 이점은 있으나
핸디를 계속 받으면서 치면 그 핸디 이상으로 실력이 벗어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무핸디로 쳐서 전패를 하더라도 치면서 느끼는 부분이 있고 얻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갚진 밑거름이 될 수 있겠지요.
히딩크가 초반 한국대표팀을 맡을 때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까지 왜 계속 유럽의 강팀하고만 붙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시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