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 염색체 복서' 이마네 켈리프(25, 알제리)가 끝내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도중 실격돼 젠더 적격성 논란에 불을 댕긴 지 일년 만이다.
켈리프는 9일(현지시간)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이어진 대회 복싱 여자 66kg급 금메달 결정전에서 양뤼(중국)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국기를 휘저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종료 종이 울리자마자 그녀는 승리를 자신하며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춤을 췄고, 나중에 패자 양뤼도 따듯하게 켈리프를 안아줬다. 양뤼는 승자의 팔까지 들어올려줘 켈리프의 대회 첫 상대로 46초 만에 기권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와 선명하게 대비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켈리프는 코치 어깨에 무등을 탄 뒤 열광하는 알제리 응원단에 화답했다.
이날 대결은 켈리프가 카리니에게 기권승을 거둔 이래 죽 무난히 승리를 챙긴 것보다 힘든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양뤼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켈리프와 맞붙을 뻔했는데 결승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국제복싱연맹(IBA)이 젠더 적격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켈리프를 실격 처리하는 바람에 대결하지 못한 채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IBA는 켈리프와 10일 금메달 결정전에 나서는 린위팅(28, 타이완)이 "IBA가 규정이 정한 여성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적격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실격 조치했다. 하지만 올림픽 복싱을 주관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 복서가 "여성으로 나고 자랐다"며 IBA를 강하게 비판하고, 두 선수의 대회 출전을 허용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이날도 IOC는 "불분명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면서도 "남녀의 정체성을 구분하는 과학적으로 확고한 시스템은 없다"고 인정했다.
켈리프와 맞붙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대결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는 이 문제가 얼마나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인지 입증한 셈이 됐다.
카리니는 기권패 직후 "옳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켈리프가 건넨 손을 잡지 않은 일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코치는 그녀에게 싸우지 말 것을 조언했다며 사람들은 그녀에게 "남자와 싸우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다음 상대였던 언나 루카 허모리(헝가리)는 경기 전에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한편, 헝가리복싱협회는 켈리프의 대회 출전에 대해 항의했다. 다만 경기 뒤에 허모리는 켈리프의 행운을 빌어줬다.
준결승 상대였던 잔잼 수완나펑(태국)이나 그녀의 팀이나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는데 수완나펑은 경기가 끝난 뒤 "그녀는 여자인데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반면 린위팅의 두 상대, 8강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불가리아)와 준결승의 에스라 일디즈 카흐라만(튀르키예)는 패배한 뒤 XX 염색체를 의미하는 'X 제스처'를 링 위에서 해보였다. 굳이 언급하자면 알제리 복서와 타이완 복서를 겨냥해 상대 선수들이 보여준 항의 표시의 수위가 차이를 보인 이유와 배경이 궁금해진다.
한편 테니스 레전드로 레즈비언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이 경기가 끝난 뒤 엑스(X)에 글을 올려 "아무것도 아닌 IOC에 감사드린다. 부끄러운 줄 알라. 이건 변장(travesty)이다. 이건 젠더 논쟁이 아니다. BTW(어쨌든) 이건 성 논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전부터 여성으로 변장한 이는 레즈비언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