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
여름에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님의 <인생은 아름다워> 작품전을 보러 왔었는데
가을엔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연대> 작품전이 열린다
접근성이 좋아 광화문 근방의 작품전은 한달음에 달려오게 된다
출입구 앞의 작품이 햇살을 너무 강렬하게 받고 있어 작품이 훼손될까 약간 걱정도 된다
그런데 햇살을 받는 또 하나의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물방울 하나하나가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처럼 보였다
작품을 가까이 보면 분명 평면인데
엄마 목에 걸려있던 푸른빛 보석으로 보인다
햇빛 앞에 작품을 걸어놓은 의도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공간은 창이 하나의 액자를 만들어주어 매력 있다
김창열의 물방울을 감상하다가 잠깐 눈을 돌리면 큰 창으로 예쁜 풍경화가 만들어진다
예전엔 이곳에서 박시연이 드라마 촬영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배수빈, 노민우 배우가 이 잔디밭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카페에 앉아 구경했다
찍고 또다시 찍고, 한 신을 위해 여러 번 반복해서 찍는 모습에 구경하는 재미는 별로 없었다
이 필름으로 편집하고 다듬어 우리가 감동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이겠지
난 캔버스에 가득한 물방울 보다 몇 개의 물방울만으로 가득 채운듯한 이런 구성이 참 매력 있다
이 작품은 제주 김창열 미술관에서 찍은 작품사진이다
목판에 그린 물방울 몇 개가 꽉 채운 물방울보다 더 감동을 준다
이번 전시는 김창열의 연대별로 파리에서의 물방울이 탄생된 이후 전개과정을 약식으로 보여주는 전시회다
잘 알려진 파리에서의 어려운 생활 속에 유화 캔버스를 재활용하려고 물을 뿌렸다가
다음날 유화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파리시절부터
나무나 모래판, 영자 신문, 천자문 등 다양하게 변화한 캔버스의 모습을 살짝 볼 수 있다
물 번짐과 물방울끼리 뭉치고 헤어지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모습들이
김창열 그림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다"를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물방울 그림은 가까이 보면 평면이다
그러나 점점 그림에서 멀어지면서 완벽한 물방울로 변하면서 똑 떨어질 것 같은 사실감이 느껴진다
물방울 그림을 보면서 하는 농담
" 어어~~ 너무 가까이 가지 마, 옷에 물 묻어~~"
내가 과거에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 배경 모델을 좀 했거든요
하면서 작품사진 액자에 비친 모습으로 장난도 좀 쳐보고
이번에 전 재산 들여 물방울 그림 한 점 구매했어요
우리 집 서재에 걸었더니 아주 멋지네요(넝담)
사실, 내 전재산 다 팔아도 이 그림 한 귀퉁이도 못 산다
물방울 한두 개나 받아올 수 있으려나?
뭐~~
이 그림 그리우면 제주도 김창열 미술관으로 달려가면 되니까
굳이 구매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