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여행이라도 훌쩍 다녀오는 듯,
가볍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은 봄이 저쯤에서 기다리고 있어 행복하다.
산다는 게 때론 슬프기도, 힘들어도,
살아간다는 건 좋은 건데,
어디쯤 있을지도 모를 여정 중간에
잠시 쉬어간들 뭐 어쩌리,
저 끝에서 날 기다리는 분, 기다리고 하지, 뭐.
안 가면 잡으러 오려나?
사는 게 아직은 이리 좋은데, 급할 것 뭐 있나.
엎어진 김에 천천히 쉬었다가 가자.
인생아!
돌아오는 길이 짧지만 멀었다.
몸은 여전히 피곤하고 몽롱한 상태라도 퇴원을 한다니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치료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걸어 나올 수 있는 것도 행복이고 행운이다.
배가 떠 있고 갈매기가 날아오르는 곳, 화려한 불빛, 아름다운 건물들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장소, 하나의 혜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청정지역에서 먹을 것 주고, 아프면 약도 주고, 자유를 누릴 수는 있지만,
자유의 의사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마치 가두리 양식장 같은 곳,
그러한 느낌이다.
모두가 친절하다. 원하면 먹는 것도 범위 내에서 마음껏 제공이 된다.
몸이 아프고,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최대한의 봉사이다.
신장이 망가진 경우,
화장실보다는 앉은 의자에서 용변을 해결하면 깨끗이 치워준다.
물론 병의 휴유중도 있고, 퇴원은 미지수, 스스로 안락함에 노예가 되어 가고 있다.
누구나 원하지만, 들어가기가 쉽지 않는 곳,
나와 하룻밤을 같이 있었던 백혈병 환자는
이곳에 입원을 애원했지만, 병실이 없어 임시 치료실에서 대기하다
원하던 곳에 들어와 이틀 만에 불귀의 몸이 되어 떠나갔다.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인 지상낙원의 병동,
자의는 아니지만, 내 발로 걸어서 나왔음에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