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시가 올랐다.
컴퓨터 모니터를 가득 채운 영상 이미지가 거무츠레하기에 눈이 나쁜 내가 읽을 재간이 없었다.
모니터 화면은 거의 검은색 일색이었다.
아부성 댓글이 아니기에 또 욕이나 먹을 것 같기에 아래처럼 댓글 달려다가 포기했다.
흰 바탕에 검은색의 글자라면 눈에 잘 뜨이겠다.
하지만
검은색 바탕에 흰빛깔의 글자로 쓴 위 글을 읽으려니
정말로 짜증이다.
글 내용이 핵심이 아니라 겉포장이 핵심인 것 같다.
나는 이런 식으로는 글 쓰지 않아야겠다.
내용이 본질이기에...
왜들 그러할까?
문학글의 본질은 내용이다.
겉포장인 치장이 아니다.
인터넷 카페에 오른 문학글 가운데 상당숫자는 요란한 영상/그림/이미지 등으로 가득 찼고, 때로운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깔렸다.
마치 대형 마트시장에서 사 온 물건 포장지를 보는 것 같다.
스티로플 박스를 싼 겉포장지를 뜯어내고, 상자 속의 내용물을 보면...
별것도 아닌데도 박스, 포장 등은 왜그리 크게, 많이, 요란하게 처리했는지를 모르겠다.
허세허영을 부추낀 형태이다.
나이 많은 나.
세상을 얼추 대충 다 산 나한테는 내용물이 실속이나 있으면 된다. 이빨(이, 치아)이 시원찮은 내가 포장지, 스티로플 박스를 뜯어서 먹을 바는 전혀 아니기에.
문학글 가운데 詩에서는 유난히 허영허식 덩어리가 가득 찼다는 느낌이 먼저이다.
6하원칙이 들어 있지도 않고, 말장난/글장난 수준에 불과한 것인데도 이를 대단한 것인 양 외모만 치장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눈이라서 그럴까?
눈을 찡그리면서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겨우 글자가 보이는 詩였다.
컴퓨터 모니터 전면에 가득 찬 검은색 바탕에 글짜는 희미한 색깔로 된 詩
나한테는 시시하다.
詩詩가 아니고...
나는 백의민족 자손이라서 그럴까?
흰 바탕(무명색)에 검은 색깔로 된 글짜가 나한테는 눈에 잘 들어온다.
일전 어떤 중년여성(노년에 들어가기 직전)의 손톱을 보았다.
손톱 열 개에 무엇인가를 덧칠해서 두껍게 덧붙였다. 더욱이 작은 점들을 찍어서 어떤 형상을 그려냈다.
손톱 하나 하나에 정성어린 이미지였다.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저런 손으로 밥을 짓고, 반찬을 장만할까? 손톱 밑에 낀 때가 엄청나게 많이 국과 반찬에 들어가겠다. 그거 더러워서 먹겠니?
손톱길이를 알맞게 자주 깎고, 아무런 메니큐어를 바르지 않아도 예쁜 손이 있다.
나이 따라서 신체변형이 일어나기에 손톱 모양새, 손톱 빛깔 등은 변화한다.
나이 든 중년, 노년의 손톱은 투박할 게다. 나는 이런 손톱이 더 좋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에.
정말로 예쁘고 아름다운 손톱은 어쩌면 일을 많 거칠고, 뭉둥그러진 손톱이다.
시골사람의 정서가 깃든 나한테는 그저 치장이 별로 없는 그런 손톱이 더 예쁘다.
내 손톱을 내려다 보았다.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는 손톱이 제법 길었다. 오늘은 손톱깎기로 짧게 잘라야겠다.
1.
아내가 내 방바닥에서 안경알을 주웠다며 나한테 보여주었다.
아니 왜 안경알 하나가 방바닥에 있어?
내 안경을 보았다. 안경테 한 쪽이 부서졌으며 알이 없다.
왜?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어제 옛직장 동우회에서 문자가 왔다.
옛 동료의 모친이 돌아가셨다고.
내가 책꽃이에서 주소록이 든 노트를 꺼내다가 책꽃이에서 잡기장 하나가 떨어지면서 안경테를 떨어뜨린 것이 기억났다. 안경테를 주워들어서 책꽃이에 도로 올려놨는데... 안경테가 부서진 것조차도 보지 못했다니...
요즘 나는 판단력이 무척이나 흐려졌다.
사물을 보는 눈이 어둔해지고, 생각조차도 어리버리해졌다.
하나의 사례이다.
이틀 전, 송파구 강동세무서에 들렀다.
증여세에 관해서 문의하려고.
세무서 복도 안에 들어섰는데 누가 뒤따라와서는 지갑을 내민다.
보니 내 지갑이다. 하도 오래되어서 너걸거리는 가죽지갑.
아니 왜 남이 내 지갑을 가졌어?
나는 어깨에 매는 손가방에 지갑, 핸드폰 등을 넣고 다닌다.
손가방에 지갑을 넣고는 자크를 채우지 않은 채 거리를 돌아다녔고, 또 세무소 건물 안에 들어섰다는 뜻일까?
고마워서 고개를 거듭 숙였다.
나한테는 큰 실수...
공시지가가 미치게 많이도 올랐다.
지난해(2018년)과 2019년인 올해와의 비교하니 11.3%
화가 날 만큼이나 폭등했다.
잠실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폭이 상상을 초월한다.
고시가격이 높으면 국세청, 지방청의 세금이 그만큼 더 많이 증액될 터.
좋겠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체 세액이 넘치니까...
앞으로의 세금이 무서워서 아내한테 아파트 일부를 사전 증여해야겠다.
상속과 증여와 관련해서는 세금 종류는 여럿이다
국세청에는 증여세, 송파구청에는 취득세, 법원등기소에는 채권을 사야 한다.
여기에 각종 행정비용까지를 보태면... 나는 혀를 쭈욱 내밀어야 한다.
이게 다 큰 돈이기에 내가 거래하는 농협에서 아파트를 담보설정해서 빚을 내야 한다.
퇴직한 지가 만 11년이 더 된 나는 빈털이 늙은것에 불과하는데...
송파구 잠실에서 사는 나는 '억대 거지'.
내가 죽은 뒤의 일까지 걱정하게 생겼다.
내 가족들이 부담해야 상속세 액을 다소라도 줄일려고 나는 또 걱정한다.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상속을 받을 때에도 나는 힘이 들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만 4년 반이 더 되었다. 어머니의 재산이었던 아파트를 내가 상속받고는 상속세를 내려고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은행 빚을 내서야 상속세를 부담했다. 다행히도 고향 앞뜰, 앞산이 일반산업단지로 토지수용되었기에 토지보상을 받은 돈으로 빚을 갚았다.
그런데 미쳤나?
불과 4년 반이 지난 지금에는 그 아파트 시세가 거의 90% 정도나 튀었다.
년간 20%씩이나 올랐다는 뜻이다.
욕 나온다. 그거 다 빚이여. 아파트 평수는 똑같은데도 세금은 왕창 뛰는 거여.
나는 아파트 한 채만 가진 '억대 거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500채 이상을 가진 자가 여럿이다.
600채도 더 남은 주택을 가진 자도 있고...
개인이 수십 채, 수백 채의 아파트를 가진 나라이다.
엄청나게 많은 부자들이 엄청나게 부를 점유했다는 듯.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국가/사회이기에 폭동이라도 발생했으면 싶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면서 혁명을 일으켰던 서구의 사회주의 혁명이 생각난다.
내가 50년 전에 국제정치사를 배우면서 눈과 귀에 익숙했던 용어이다.
21세기를 사는 자식 넷은 앞으로는 집 장만하는 희망을 접어야 하는 빈곤세대로 전락한다.
무능한 아비인 나는 한숨이나 크게 쉬고...
욕 나오는 시절인가?
내가 거래하는 은행은 단 한 군데. 농협에서 빚 내야겠다.
아내는 '빚 내서 증여하지는 말아요'라고 조언했지만 나는 고개를 흔든다.
빚 내서라도 아내한테 사전 증여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내 숱한 경험이다.
부동산은 물가상승율보다 훨씬 더 높게 튄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험할 것이다.
요즘 화가 또 치밀기 시작했다.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화부터 내기 시작한다.
귀 어둡고, 눈 어둡고, 등허리 굽고, 어리버리하게 살아가기에...
자꾸만 깊어져가는 노년의 삶이 허전하다는 느낌이다.
이런 나한테 문학글"
웃긴다.
실체가 없는 뜬구름이나 잡고, 어색한 문구를 보면 은근히 짜증이 난다.
국어사전, 띄어쓰기 사전을 펼쳐야만 나는 잡글/생활글을 긁적거린다.
이런 현상이 나를 또 화나게 한다.
글 제대로 써 봐!
아내가 '화를 내지 마세요. 내가 고쳐다 드릴 게요'라고 말하고는 안경테를 들고 내 방에서 나갔다.
몇 개월 전 십여 만 원을 들어서 새로 구입한 안경인데...
첫댓글 본질이 뒤바뀐 시
최윤환 선생님 평론 좋아요
그래도 한 줄은 칭찬해 주면 더욱 좋을것 같아요
지푸라기 비틀어 새끼 꼬듯 하면 비평소리 듣지않겠어요 ㅎㅎㅎ
예..
채 다 쓰지도 않는 넋두리이지요.
댓글 달아주심에 고개 숙입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생활이 나날이 팍팍해지고, 주머니가 가벼울 수록 화만 치밀대요.
등 굽고, 세상물정에 뒤떨어져서 어리버리하고, 뒤안길로 밀려나는 거야 당연한데도...
오늘은 10. 3.
태풍이 지나간 서울 송파구 하늘에는 구름이 끼었어도 하늘 높네요.
구름 틈 사이로 퍼런 하늘빛깔이 올려다 보입니다.
어디론지 훌쩍 떠나고 싶군요.
무릎이 아픈데도 어그적거리면서 길 떠나고 싶습니다.
댓글 정말로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문학의 본질은 내용이지만
일반인들은 본질 보다는 겉포장을 중시 합니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기에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치장을 잘 해야 되겠지요?
외국어로 어떻게 번역을 잘 하려면 내용이 충실해야겠지요.
저는 한자를 붓으로 쓴 서체를 정말로 싫어합니다.
한자를 읽을 줄 모르니 붓으로 휘갈겨 쓴 글이란...
저한테는 그냥 그림이지요.
고양이, 개, 돼지, 소들도 쳐다보는 그림이지요.
잘 쓴 글은 내용이 오래 기억될 겁니다.
눈 시력이 약한 나는 그저 눈에 잘 띈ㄴ 글씨가 첫째입니다.
화면이 온통 까무잡잡하고 글씨는 흐린 흰색...
본말이 바뀌었대요.
내용보다는 포장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원래 시를 적을때는 태그없이 올려 달라고 부탁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오세영 교수님은 자기 시에 태그를 꾸며서 올리면 막 화를 내세요. 어떤 문학 카페엔 시를 옮길 때 절대 태그를 사용하지 말라고 공고를 해 두기도 합니다. 최 선생님 말씀 따나 시의 본질이 희석된다구요. 그런데 가끔 꾸미는 것도 더 호감이 가는데 너무 복잡하게 색을 넣기도 하고 그림 따위를 필요 이상으로 넣어서 읽으면서도 짜증 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최선생님 글을 읽으면 여러가지 잡동사니 글들이 엮어 있어서 남의 글을 평은 잘 하시는데 본인 글의 실체는 못 보시는 것 같아 한 말씀 드립니다. 여기서도 제목은 '본질이 뒤바뀐 시' 인데 그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 열거돼 있지요.
거듭되는 댓글 둘 잘 읽었습니다.
하나의 제목에는 하나의 사실을 집중으로 써야겠지요.
그런데 저는 문학글보다는 일기입니다.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쓰지요.
카페에서 제목마다 한 내용으로 쓰면? 카페 한 쪽(20개 글)에 제 글로만 가득 차겠지요.
궁여지책으로 하나의 제목에 여러 개 다른 내용도 혼합합니다.
사실은 글 많이 올려서 미움을 받기에...
임 선생님이 댓글 의도는 저도 충분히 압니다만... 어쩔 수 없네요. 그냥 다 글감이 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