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1기신도시 특별법'이였잖아요. 그런데 왜 분당이나 일산 같은 1기 신도시만 혜택을 주냐는 지적이 나왔어요. 그래서 단지 면적이 100만㎡ 이상’ 되는 택지까지 확대했습니다. 그랬더니 그중에 아직 30년도 안된 단지가 많았어요. 그래서 ‘20년 이상된 아파트’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그래서 5개 지역이 전국 51개 지역으로 늘었습니다. 그러자 대구 범물지구(75만㎡)처럼 아깝게 면적이 100만㎡이 안되는 지역의 주민들이 우리는 왜 안해주냐고 반발했죠. 그래서 다시 108개 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렇게 무려 ‘215만 가구’의 아파트를 새로 짓는 거대한 법안이 여야 합의로 일사천리로 통과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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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수원이나 천안의 한 40년 된 재건축 단지 조합원에게는 참 속상한 법입니다. 무슨 이유로 그들만 종을 상향하거나 용적률을 크게 높여줄까. 서울 장위동에 5층 연립을 가진 집주인도 마찬가지여요. 우리도 최소 7층까지 용적률을 풀어달라고 해야죠. 일산 주민만 어렵고 장위동 주민은 어렵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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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주택수가 크게 늘어납니다. 1기 신도시만 해도 30만 가구가 줄잡아 40만 가구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새 집을 짓는다고 인구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분당에 5만 가구가 늘어나는 정책’이지만 ‘분당을 제외한 시군은 5만 가구가 줄어드는’ 정책입니다. 그러니 좀 더 살만한 밀집 지역으로 더 높은 아파트를 지어 우리 국민의 주거지를 옮기는 사업입니다. 다른 지역은요? 장기적으로 빈집이 늘겠죠.
3.
이번 법이 시행되면 해당 단지는 사실상 안전진단을 면제해줘요. 안전진단을 제대로 했다가는 ‘이 아파트는 아직 쓸만 한데요!’ 라는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안전진단을 면제해 주는 겁니다. 재건축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노후건물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인데, 아직 쓸 수 있는 아파트도 재건축을 해주겠다는 뜻입니다. 아직 쓸 수 있는 아파트를 왜 재건축 할까. 사실은 ‘강남 등 다른 지역 집값은 많이 올랐는데 여러분도 몇 억이라도 이익을 봐야죠’라는 뜻이 숨어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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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건축비가 너무 올랐고 분양가도 많이 오르다보니 사업성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재건축의 핵심은 사업성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용적률을 팍팍 올려서 어떻게든 사업을 하게 해주려는 겁니다. 사실 정부가 신도시가 자꾸 늙어 가는데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구요. 그래서 계속 용적률을 더 올려주게 되고 더 많이 짓게 되고 더 분양가가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경제에서 이게 가능할까요? 참고로 분당에 아파트가 30%가 더 늘어난다면 지금 도로와 학교 교회 공원에서 상하수도까지 늘어난 주민들과 나눠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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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공급이 많을 때와 적을 때가 대략 2~3만 가구 차이가 납니다. 그래도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요동친다고들 하죠. 그런데 이제 215만 가구를 재건축해야합니다. 당연히 동시에 안되고 순서를 정해서 차례대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 전세가격부터 폭등하겠죠. 정부는 순환개발로 하고, 그 사이 이들이 임시로 들어갈 이주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요. 이주단지는 나중에 임대아파트로 쓰고요. 이것도 최소 몇 년이 걸릴 겁니다. 돈도 많이 들고요. 그러니 참 쉽지 않은 사업입니다.
6.
12년 전쯤 ‘남은 용적률로 헌 아파트를 공짜로 새 아파트를 받는 나라에서 용적률을 다 써버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결국 용적률을 또 올려주는 방법을 찾았네요. 하지만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해주고’의 문제가 남습니다. 또하나 이렇게 계속 특정 지역에만 그것도 30년도 안된 멀쩡한 아파트까지 재건축을 위해 큰 혜택을 주는 게 맞나 싶어요. 2007년부터 입주한 동탄신도시도 이제 4년 뒤 2027년이면 20년이 지나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됩니다. 설마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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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이 시작되는데 우리 재건축 시장은 단군 이래 제일 상황이 어렵습니다. 제가 재건축 조합원이라면 욕심을 버리고 국토부가 제시한 패트스트랙에 최대한 빨리 올라타겠습니다. 인구 절벽이 지금 한 10살까지 올라왔는데, 이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할 때면 우리 주택시장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혹시 성공적인 재건축의 ‘마지막 지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거정책의 전환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2도시 부산의 인구는 10년 만에 10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그리고 이 땅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잠깐 빌려쓰는 겁니다. 용적률을 더 높여준다는 것은 땅을 넘어 하늘의 공간까지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눠줄 때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합니다.
오는 4월 27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시행됩니다. 워낙 특별한 법이니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진짜 신경써야 할 주택 정책은 집값을 걱정하는 사람들 말고, 집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대상이여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해서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